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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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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하며

[기고] "민족의 불행으로 이득 보려는 이들에게 휘둘리지 말자"

불과 1년 전이다. 100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고작 1년 전이다.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북측 지도자와 대한민국 대통령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갔다가 다시 오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중계 되었을 때 온 국민은 감동을 넘어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모든 전쟁의 위험은 사라지고, 우리 모두는 평양 또는 원산을 지나 저 멀리 만주 벌판, 시베리아 벌판을 거쳐 유럽에 도달하는 꿈을 꾸었다. 철조망도 미사일도 장갑차도 탱크도 대포도 소총도 모두 고철이 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통한 통일만이 우리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100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고작 1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군사분계선에 엄청난 벽이 가로막혀 있는 듯한 답답함을 다시 느낀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전쟁의 위험도 언뜻 언뜻 우리의 뇌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물론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많은 결과를 얻어냈다. 판문점 선언 이후 곧바로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이제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의 요인은 조만간 사라지는 듯했다. 가을에는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이 열렸고, 역사적인 평양 선언이 발표되었다. 남북의 군사긴장을 완화할 여러 조치들이 취해졌다. 남북 정상이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맞잡고 7천만 겨레에게 다짐도 하였다.

그뿐인가? 비록 대화 분위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현재에도 어쨌든 대화는 해야 한다고, 다시 할 것이라고들 말한다. 서로를 향한 험한 말은 내뱉지 않는다. 핵실험도 미사일 발사도 없다.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시위도 없다. 그래도 우리를 답답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 민족이 이른바 '냄비근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에 열광하고, 북미정상회담에 커다란 기대를 갖다가 잘 안 되는 것 같으니까 금세 돌아서 버린 것인가? 아니면 누구의 말대로 어느 쪽이든 원래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쇼를 하다가 이제 본색이 드러난 것인가?

분위기가 지금처럼 바뀐 것은, 첫째,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렸으나,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둘째, 이유야 어찌 되었든 현 정부의 국내정책에 대한 국민 대중의 실망을 남북문제와 연결시키려는 일부 정치세력의 집요한 발목잡기가 그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문제부터 보자. 우리(남, 대한민국)가 중재자인지, 누구 말대로 중계자에 그치고 있는지, 당사자인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가 아닌 남에 의해 우리 문제가 널뛰기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손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난망한 일이 된다. 이것은 판문점 선언 제1조 제1항에 나와 있는,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 자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문제를 보자. 100년 전 3.1만세운동 때도 전 국민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듯이, 8.15 광복의 그 날에도 기뻐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듯이 4.27 판문점 정상회담과 그 선언을 기뻐하지 않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깎아내리고, 폄훼하고, 심지어 훼방을 놓아서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하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이 현 시국에 대한 국민 대중의 불만에 편승하고, 그것을 남북화해와 평화 정착에 대한 불만으로 연결시키려고 집요하게 노력한다는 데 있다. 그렇게 하여 누구에게 이득이 될지는 그들에게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막무가내로 현 정부에 흠집을 내고, 냉전의식 대결의식을 통해 자신들의 집권에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최대한 많은 국민의 의지를 모아서 민족자주의 원칙에 따라 평화, 화해의 길로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최대한 자유 왕래, 교류의 길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민족자주의 원칙이 중요하다. 또 최대한 다수의 결집이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을 적대시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는 현재의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면 미국에 대해 준엄한 비판을 할 자세가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 내 평화애호세력을 설득하고 함께 하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서야 한다. 터무니없는 이유로 미국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는 정부의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자유 왕래는 지체 없이 추진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조건 없이 하루 빨리 가동시켜야 한다. 인도적 지원은 물론 민족 내 경제 교류를 정부가 확실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미국의 눈치만 보다가는 당사자는커녕 중재자도 아니고, 중계자 혹은 아예 방관자 국외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현 상황을 악화시켜서 이득을 보려는 자들과 다수의 국민 대중을 분리시키려 노력하여야 한다. 다수 국민의 진정한 바람을 잘 확인하여 그에 맞는 평화운동, 민족화해운동, 통일운동을 힘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 현재의 국회 상황으로는 난망하기는 하지만 국회가 정상화되는 대로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을 관철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회에 압박을 넣는 국민운동도 절실하다. 1주년을 맞이하는 4월 27일의 인간띠잇기운동은 그러한 운동의 중요한 출발이 되리라 믿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작 1년이다. 100년도, 10년도 아니고 불과 1년이다. 바로 1년 전에 우리는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되고, 우리 민족이 하나 되어 웅비하는 꿈을 꾸었다. 민족의 불행으로 이득을 보려는 극소수 세력에 국민 다수가 인질이 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갈 길을 가야 한다. 그것만이 현재의 우리 모두를 위해, 미래의 후손을 위해, 이 땅에 사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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