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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SK서 손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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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태원 회장, SK서 손 떼라"

채권단 최후통첩, 해외채권단 외면으로 '유동성 위기'

SK글로벌의 1조5천5백여억원대 초대형 분식회계가 적발되면서 SK그룹 전체가 생사의 갈림김에 놓여있다. 외국 금융기관들이 지난주부터 SK와의 거래중단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칫 잘못하면 '유동성 위기'로 그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채권단은 SK그룹에 대해 최태원 회장이 보유중인 계열사 주식 전량을 내놓고 경영일선에 물러나는 것을 포함한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내놓으라는 최후통첩을 했다. SK가 국내외 투자가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초강도의 자구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잘못하면 국내채권단이 모든 짐을 떠맡아야 할 최악의 상황까지 예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경부, "시장의 힘이 워낙 무서워 예측불허"**

12일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외국 금융기관들이 SK와 거래를 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SK글로벌의 분식회계 문제가 그룹으로 확산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SK는 수익성과 건전성 면에서 과거 대우나 현대와의 상황이 다르나 시장의 힘이 워낙 무섭기 때문에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 채권단중 일부는 이미 SK글로벌과 관련된 보유 채권에 대해 신규거래 중단 및 조기환매를 요청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국내채권단의 발에 불똥이 떨어졌다. SK와 거래중인 시중은행들은 11일 김진표 경제부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SK대책을 심층논의했다.

***하나은행, "최태원, 그룹에서 떠나라"**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12일 “SK글로벌의 분식회계와 관련, 최태원 회장에게 보유중인 계열사 주식 전량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11일 시중은행장 회의의 결론인 셈이다.

하나은행은 "SK글로벌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3천억원 가량의 연대보증을 섰다"며 "채권단은 최 회장에게 모든 사재와 계열사 지분에 대한 처분권을 넘기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의 이같은 초강경 주문은 이번 분식회계 사태로 외국 금융기관 및 투자가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만큼 최태원 회장의 퇴진없이는 '신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일 최 회장이 보유중인 SK글로벌 주식은 전량 제공하겠다고 밝혔던 SK측은 이처럼 채권단의 입장이 예상보다 강경하자, 11일 제출하기로 한 자구계획서를 하나은행측에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윤교중 부행장은 이와 관련,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채권단은 현재 SK에 대해 통상적인 구조조정 플랜 모두를 놓고 고민하고 있으며, 이같은 플랜들은 각 단계별 상황에 적절하게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서는 SK에 대한 은행관리 방침을 언급하고 있으나 채권단의 공통된 입장이 여기까지 진행된 것은 아니다"며 "채권단 회의 소집 문제도 SK의 상황이 좀 더 악화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채권단 회의를 소집할 계획은 없으며, 만약 채권단 회의가 소집된다면 현재보다는 한단계 위기가 높아지는 상황, 즉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SK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유동성 부족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채권단, "SK 대처 잘못하면 97년 위기 재연될 수도"**

채권단의 또다른 임원은 "SK사태를 정공법대로 처리 못하면 다른 그룹들의 신인도까지 동반추락하면서 97년 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라며 "97년 기아사태를 제대로 처리못해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SK문제는 원칙대로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일단 금융감독위원회 위주로 대책반이 구성되고, 상황이 확대된다면 재경부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만간 개최되는 채권단 회의가 SK글로벌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최 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SK㈜ 5.2%, SK글로벌 3.3%, SKC 7.5%, SK C&C 44.5%, SK케미칼 6.8% 등 3천~4천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SK를 통해 경영권을 장악해 그룹 전체를 컨트롤해 왔었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성공한 글로벌 기업이라도 지속적인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작은 변화에도 큰 충격을 받게 된다"며 미국의 엔론사태를 들었다. 그는 "단일민족의 문화적 특성에 바탕을 둔 자존심과 독립심을 희생하더라도 글로벌스탠더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강조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과는 정반대로 글로벌스탠다드를 지키지 않음으로써 그룹 전체는 물론, 한국경제까지도 휘청거리게 하는 위기를 자초했다. SK 전체를 위기를 몰아넣은 '신뢰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최회장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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