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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급변'보다는 '북한 현대화'가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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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급변'보다는 '북한 현대화'가 낫지 않은가

[인터뷰] '북한 국제 컨퍼런스'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가 4~5일 '미국 민주주의 재단(NED)'과 공동으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제1회 북한 국제 도너(donor)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북한 개발, 인권 및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컨퍼런스는 북한과 관련된 정부와 기관, 국제기구, NGO의 관계자들이 모여 대북 공여자로서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향후 국제적 차원의 대북 지원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회의이다. (☞관련 정보 바로가기)

<프레시안>은 이번 컨퍼런스에 앞서 이수훈 극동문제연구소장을 만나 이번 행사의 취지에 대해 들어 봤다. 또한 최근 무성하게 제기되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에 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북한 인권 문제, 피할 수 없는 보편적 흐름"

프레시안 : '북한 국제 도너 컨퍼런스'는 어떤 행사인가?

이수훈 소장 : 북한 인권 문제, 개발 원조, 민주주의에 지원하는 기구들의 국제적인 회의이다. 이들 공여기구의 대표들이 모여 지금까지 해온 대북 지원 사업들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지원할지 논의하며 서로 조정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컨퍼런스다. NED와 공동으로 개최하며, 탈북자·북한 인권 관련 민간 NGO, 북한의 언론 자유를 위한 라디오 방송국, 국제교류재단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외교통상부와 통일부도 참여한다.

프레시안 : 참여 단체 중 일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았거나, 대북 선전방송이나 삐라 등으로 한국의 대북정책을 경직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에서 북한 인권은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기도 한데.

이수훈 : 몇몇 단체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 언론자유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해 내부 통제를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다. 인권, 민주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피해갈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과거 미국이 중국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자 중국 인권이 점차 개선돼갔던 것처럼 국제사회는 끊임없이 이런 문제들을 물을 필요가 있다. 우리 연구소도 이 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흐름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대단히 큰 특수성을 갖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배려하면서 아주 신중하게 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 : 접근법이 다른 단체들과 어떤 식으로 협력하게 되는가.

이수훈 : 우리는 몇몇 단체들이 보여준 북한을 자극하는 문제제기 방식에 균형을 맞춰주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접근법에 대해서 인풋을 넣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또 이번 컨퍼런스에 다양한 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금까지의 활동이 어떤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냈는지 점검하고 향후 방향 수정에 대한 논의를 하게 된다. 연구소는 중립적 역할, 균형자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 현대화 모델은 '급변사태론'의 대항 담론이다"

▲ 이수훈 소장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제공
프레시안 : 그렇다면 극동문제연구소가 북한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수훈 : 북한의 모더니제이션, 즉 현대화다. 북한이 현대화되어 경제성장을 이루고, 그에 따른 정치적·시민적 영역이 넓어져야 인권을 향상시키고 민주화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물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민주화 토대도 만들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취지로 우리 연구소는 이미 북한의 미래를 구상하는 현대화 연구 그룹을 만들어서 연구하고 있다.

프레시안 : 현대화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수훈 : 현대화 모델이란 '북한 급변사태론'의 대항 담론이다. 최근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유고를 대비한 국책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가 있었다. 정부와 그 주변 싱크탱크들은 북한의 붕괴와 급변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그러나 현재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급변사태론은 현실성이 높지 않다. 또한 북한이 붕괴된 뒤 남북통일이 된다고 했을 때 우리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된다. 또 북한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이 희망적이고 바람직한가? 그것도 아니다.

통일이란 점진적으로 화해, 협력,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넓히면서 접점을 찾아 정치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급변사태론은 대단히 위험하고 비평화적이며 무책임한 시나리오다.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거다.

현대화 모델은 경제성장 우선론이다. 현 정부는 집권 이후 줄곧 '핵 문제가 해결되면 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통 큰 지원을 하겠다'고 말하는데, 그 정도면 남북간에 이미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도 남는 액수다.

'통 큰' 것까지 필요 없고, 국제사회가 십시일반 피폐된 북한의 철도, 전기, 도로 등 기반시설부터 현대화시키면 된다. 그러면서 남북간의 교역을 늘리고 더 많은 경제특구를 만들어 서서히 경제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하고, 나중에는 자유무역협정(FTA)도 가능하도록 통합해 가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사회주의식이라거나 북한식이라기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식 통일 방안에 가깝다.

프레시안 : 현대화 모델 개념은 어떻게 정립됐는가.

이수훈 : 연구소 내부에서 북한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학문적인 연구를 했다. 우리가 북한의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자문해 봤을 때, 북한이 경제적으로 피폐해져 체제 보장이 안 되는, 그래서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봤다. 그렇다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이러한 출발점에서 3~4년 전부터 연구를 해왔고, 이번에 그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하게 된다.

현대화 모델을 과거 사례에서 찾자면 박정희식 개발독재다. 이것이 만능인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경제성장은 하게 한다. 박정희식 개발경제 모델에 중앙집권적인 권력 구조와 값 싸고 질 높은 노동력 등 북한 경제의 핵심적 요소를 투입한다면 경제적으로 자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프레시안 : 개발독재론은 상당히 위험한 관점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부작용이 컸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수훈 : 한 국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과거의 어떤 모델을 참고해야 하는데, 현재 북한의 객관적 조건들을 보면 박정희식 개발론이 가장 현실적이다.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 북한의 노동력은 값이 싸면서 질이 높은데, 이것을 잘 동원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국가가 있어야 한다. 박정희 독재 하에 주도됐던 70년대 남한의 경제성장을 떠올려 볼 때 북한 경제에 최적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정치화됐다"

프레시안 : 비핵화하면 파격적인 경제 지원을 약속한다는 현 정부의 입장도 개발론이다.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남북 대화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이수훈 : 비핵화가 남북 대화의 가장 크고 우선적인 의제가 되는 것엔 문제가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핵 정상회담이 될 수 없다. 정상회담은 남북간의 여러 현안들 다루는 회담이어야 하지, 북한의 핵 문제를 풀기 위한 것으로 접근하면 잘 안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핵 문제에서 남한 역시 중요한 당사자다. 그러나 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푸는 것은 6자회담의 몫이다. 따라서 남북대화에서 '비핵화 하면 나머지 다 해준다'는 자세는 6자회담의 폐기처분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최근 대통령이 직접 정상회담을 언급하는 등 정부가 정상회담 성사에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은데.

이수훈 : 정상회담이 이미 너무 정치적인 이슈가 돼 버려 우려스럽다. 그렇잖아도 남북 정상회담은 강한 정치적 성격을 띠게 마련이어서 조용하고 신중하게 기획해야 하는데, 너무 소란스럽게 터져 나왔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의 말이 서로 다른데다가 스스로 발언 수위를 높였다 낮췄다 하고, 언론은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는 등 중구난방이다. 또 지난 정부와의 차별성을 두려고 국군포로·납북자, 핵 문제를 강하게 부각시키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난 정부 때에도 남북 대화에서 납북자 문제를 얘기 안 한 게 아니다. 서로 얼굴 붉히면서 다 언급했었다.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2007년 10.4 정상선언을 보면 북한이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도록 노력하자고 되어 있다. 그동안 남북이 비핵화에 대해서 상당히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고 공동의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정부는 마치 자기들만 새로운 것을 하는 것처럼 부각시키고 있다.

형식 갖추지 말고 수시로 만나자는 이야기도 10.4 선언 말미에 다 나와 있다. 또 '이벤트성, 일회성 만남은 안 된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국군포로 한 사람 데리고 오는 기획이야 말로 이벤트 중의 이벤트 아닌가? 최고의 정치행위 아닌가?

누군가 어떤 자리에 오르면 과거와 단절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국정, 특히 남북관계의 경우엔 축적된 경험이 중요하다. 통일부가 왜 있는가. 과거 남북간의 실무접촉, 장관급회담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지금 다 차관으로, 기조실장으로, 회담대표로 앉아있지 않은가.

프레시안 : 요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이수훈 : 중국 문제다. 남한이 한 2년 남북관계의 끈을 놓으면서 북한이 중국으로 계속 쏠리고 있다. 북한은 남쪽과 멀어지면서 생긴 공백을 중국과의 관계에서 메운다. 이걸 상당히 경계해야 한다.

국제사회 내 중국의 영향력은 날로 강해져서 이제는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다고 하니까 기업을 제재한다고 협박할 정도가 돼버렸다. 이런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 그래서 차후 한미동맹은 어떻게 할지를 구상해야 할 때다.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진보, 보수 안 가리고 남한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경계하는 일 아닌가. 정부가 이제는 중국의 변화된 위상에 대해 어느 정도 감각을 갖게 된 것 같은데, 그와 관련한 체계적 구상은 아직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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