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 등으로 경제가 불투명해지면서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얼마 못가 파산하는 증권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올해 안에 빅5 증권사'에 들어가고 2005년에는 '빅3'로 올라서겠다며 의욕을 보이는 증권사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2020년 아시아 최고의 증권사'가 되겠다며 비전 선포식을 치른 굿모닝신한증권이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도기권 사장(46)은 증권업계 최장수 CEO로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어 증권업계는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도 사장이 증권업계 현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떤 근거로 비약적인 발전을 장담하고 나섰는지 7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철저한 구조조정만이 살 길**
도 사장은 "5대 대형증권사와 굿모닝신한증권을 비교해 보니 비용은 75% 수준이고 수익은 65% 수준으로 나타났다"면서 "빅 5에 들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65%로 낮추고 수익은 1백%로 끌어올리면 된다"고 간단히 말했다.
도 사장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원정리부터 했다. '금융사관학교'로 불리는 시티뱅크 출신인 도 사장은 최근 지난 98년 굿모닝증권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자신이 영입했던 시티뱅크 출신 임원들부터 대거 정리했다.
지난달 6일 도 사장은 "조직개편과 인원정리는 고비용구조 개선의 출발점"이라면서 임원진을 35명에서 12명으로 줄이는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이 합병한 이후 2천3백50명이던 직원도 2천1백50명으로 줄었다. 도 사장은 "올해안에 자연감소만으로 2천명선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원정리가 이뤄지면서 회사 안팎에서는 "무서운 칼바람이었다"거나 "합병됐다는 것이 실감난다"면서 몸서리치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도 사장은 단호한 입장이었다. 그는 "굿모닝신한증권은 중소형 증권사였던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의 단순한 물리적 통합이 아니다"면서 "빅5를 목표로 하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인원들만 스카웃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중소형 증권사로서 시장점유율과 관계없이 독자생존이 가능한 알찬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외형적으로나 질적으로 대형증권사로 거듭나야 하는 새로운 목표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온라인 증권 때문에 수수료 5분의 1로 격감**
이런 관점에서 도 사장은 요즘 대형증권사의 CEO에 걸맞는 경영전략을 구상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사 계열의 신한증권에 인수된 굿모닝증권의 CEO면서도 통합증권사의 CEO로 재선임될 만큼 도 사장은 강력한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증시 침체와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열악한 상황에 빠진 증권업계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실무까지 직접 챙기는 진두지휘형으로 일했지만 대형증권사를 이끄는 CEO는 IR이나 홍보 등 대외적인 업무와 비전 설정과 인사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면서 "실무 차원의 일은 3명의 부사장에게 전적으로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구상은 지난 2월말 조직개편을 통해 나타났다. 리테일본부장, 캐피탈마켓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 3명의 부사장이 각 사업부문의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다. 도 사장은 "증권사는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이 70%를 차지하는데 온라인 증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수수료 비율이 예전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앞으로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이 모든 증권사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올해안에 '빅5' 들겠다**
다행히 굿모닝신한증권은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일원이다. 도 사장은 이러한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수익극대화의 핵심방안으로 제시했다. 대형증권사의 지점이 통상 1백여개가 넘는 반면 굿모닝신한증권의 지점은 83개에 불과하지만 신한은행의 3백20개 지점과 2백20만명에 이르는 고객을 활용하면 지금보다 수익을 3∼4배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도 사장은 "작년 10월부터 신한은행 고객을 활용한 연결증권계좌(Financial Network Account)가 6만개나 된다"면서 "향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병되면 조흥은행의 대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장외파생금융거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도 사장은 "직원들과 장기간에 걸친 워크숍을 통해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를 신뢰, 사람, 혁신으로 설정하고, 회사의 사명을 '최고의 금융상품을 제공해 고객의 자산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부서간 인사이동까지 마무리된 8일 비전선포식을 기점으로 올해안 '빅5 안착'이라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지난 1월 현재 증권사별 시장점유율은 LG투자증권이 9.0%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뒤를 이어 삼성증권(8.25%), 현대증권(7.55%), 대우증권(7.24%), 대신증권(6.94%) 등 10개 국내외 증권사들이 대략 63%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0여개의 증권사는 대부분 시장점유율이 1%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난립돼 있어 종합증권사로서의 위상을 갖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패닉속 증권사 인수합병 치열할듯**
지난해 상반기(2002년 4월∼9월) 중 국내 43개 증권사 중 투신사에서 업종을 변경한 5개 전환증권사 중 4개사가 적자를 보는 등 17개사가 적자를 냈다. 특히 위탁매매업만 하는 신설증권사나 중소형사들은 대부분 적자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합병과 파산의 소용돌이가 올해 본격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올해 8월부터 방카슈랑스(통합자산운용업법)가 시행되는 등 증권업계는 엄청나게 변하는 영업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증권사만이 경쟁상대가 아니라 은행, 보험 등과도 사활을 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대우, 현대, 현대투신, 대신 등 대형 증권사들이 수시로 매각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도 사장은 "증권사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합병이나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빅5 증권사끼리의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증권사는 크게 삼성, LG, 현대, 대우, 동원, 동양, SK, 한화 등 대기업 계열사와 우리, 굿모닝신한, 하나 등 은행 자회사 그리고 신영, 유화, 신흥 등 개인 대주주 회사 등 크게 3개로 나눠진다.
이 때문에 매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전산투자도 개별적으로 하는 낭비를 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M&A(기업 인수합병)를 하려고 해도 팔려는 곳은 없고 사려고만 하기 때문에 M&A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
그러나 시너지효과를 노리고 대형증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금융기관들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국내외 은행이나 보험사들까지 가세한 증권업계의 합종연횡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과연 최악의 불황 국면에 빠져든 증권가에서 도 사장이 '빅5'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앞으로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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