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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시간 만난 푸틴 "한·미, 北 체제보장 조치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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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3시간 만난 푸틴 "한·미, 北 체제보장 조치 불충분"

북미 회담 지지, '6자회담' 필요성 적극적 개진

북러 정상회담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대화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해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협상보다 북미 정상 차원의 '톱 다운' 방식에 방점을 두고 있는 미국 및 한국의 입장과 차이가 있는 대목으로, 한반도 문제 개입에 적극적 의사를 표한 푸틴 대통령의 입장이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5일(현지 시각)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들과 만난 푸틴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대화를 이어가길 희망한다. 미국 정부가 건설적인 대화를 희망하고 그러한 태도를 취한다면 당연히 성공적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도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혀 체제 안전 보장을 위한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나 미국 측에서 (북한의 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충분히 내놓을 수 있다면 6자회담이 가동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한국과 미국의 보장 메커니즘이 충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북한에 있어서는 다자 안보 협력 체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미 정상회담 전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측면이 있었다. 지난 24일 일본 공영방송 NHK는 러시아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고 이러한 뜻을 미국과 중국에도 이미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대미 공동 대응에 끌어들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스스로 다자 협상의 문을 열어뒀고, 북한 입장에서는 실제 다자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분위기를 띄우는 것 자체가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6자회담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현 비핵화 협상 국면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의 경우 다자 협상보다는 북한과 일대일 협상을 선호하고 있다.

주요 당사자인 한국 정부 역시 다자 협상보다는 북미 정상 간 해결이 더 유용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5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6자회담의 효용성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평가하고 있냐는 질문에 "톱 다운 방식이 현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마치고 러시아 언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중국에 방문해 시진핑 주석에게도 (오늘 회담 결과를) 이야기할 것이고 미국 정부와도 회담 결과에 대해 말할 예정"이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북한 측의 입장을 미국 정부와 다른 정상들에게 알릴 것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놓은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또 푸틴 대통령이 이날 확대회담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북미 회담을 직접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힌 만큼, 다자 협상 카드가 실제 실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언급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북러 간 구체적인 경제 협력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진 확대 정상회담에서 경제와 외교 분야의 핵심 당국자 10명이 배석한 러시아에 비해 북한 측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만 배석한 것을 보더라도, 이날 회담에서는 경제 문제보다는 주로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사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다만 러시아에 파견돼있는 북한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화가 이뤄졌다며 "인권 문제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화를 나눴다.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에서 아주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해 노동자들의 체류 연장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양 정상은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2시 10분경부터 5시 25분까지 3시간 15분 동안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가졌다. 이후 러시아 측이 준비한 연회를 끝으로 정상회담이 마무리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회를 마친 뒤 26~27일(현지 시각) 중국에서 개최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 차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언제 북한으로 돌아갈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26일 주요 시설들에 대한 시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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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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