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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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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의 '아이러니'

홍콩 도리어 법인세 올리기로, 얼마전까지는 인하반대론자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내건 '법인세 인하' 정책의 최대 근거는 싱가포르, 홍콩 등 일부 동남아 도시국가의 법인세율이 낮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홍콩이 불어나는 재정 적자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년만에 처음으로 법인세 등 세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여론의 반발에 밀려 법인세 인하가 장기과제로 밀려난 김 부총리를 한층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홍콩, 법인세 1.5%포인트 올리기로**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 월 스트리트저널(AWSJ) 5일자 보도에 따르면, 홍콩은 국회의 승인을 얻어 다음날부터 법인세 인상이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상안은 법인세율을 현행 16%에서 17.5%로 올리고 표준 근로소득세율 상한선을 2003회계연도와 2004회계연도의 두 단계에 걸쳐 15%에서 16%로 상향조정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홍콩 재정사(재정부) 안토니 레웅 장관이 이날 국회에서 밝힌 세금 및 관세 인상 계획안에는 2003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부터 9만명을 세금 부과대상자로 추가하는 등 각종 세금 우대조치를 줄이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홍콩 정부당국은 이달말로 끝나는 올 회계연도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5% 수준인 7백억홍콩달러(미화 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콩의 재계도 여전히 취약한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면서도 법인세 등 세금 인상조치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부총리의 또하나의 벤치마킹 국가인 싱가포르의 경우 건국후 최대 경기침체를 맞아 법인세율을 22%로 낮췄으나, 그 대신 올초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율을 3%에서 5%로 높이려다가 여론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이를 4%로 올리고 2005년에야 5%를 높이기로 한 걸음 후퇴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법인세율 인하가 경기부양에 거의 효과가 없으며, 도리어 간접세 인상으로 인해 소비경기를 죽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진표 차관, "법인세 감소를 통한 투자촉진 효과는 아주 간접적이고 제한적"**

설상가상으로 김 부총리의 법인세 인하 정책과 관련한 아이러니가 또하나 드러나 김 부총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15개월전 재경부 차관시절 김 부총리는 당시 야당의 법인세율 인하 주장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었다는 점이다.

국회 속기록자료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2001년 12월21일 국회 법사위에서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법안에 대해 '재정안정과 분배에 악영향을 미출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당시 김 차관은 "재정형편이 어렵고 앞으로도 여건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세수감소는 최소화하면서 수출과 투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특히 "법인세율이 주민세까지 포함하면 3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법인세율이 높지 않고 세경감을 통해 투자촉진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주 간접적이고 제한적"이라며 '법인세 인하 효과제한론'을 펼쳤다.

그는 이어 "법인세 경감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아무래도 대기업"이라며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쪽의 세금을 경감하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아울러 "(세율을 인하해) 1조2천억원이 경감되는 것만큼 세출을 축소하지 못하면 그 부담을 누군가가 져서 메워 줘야 될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등 세율인하가 재정안정과 분배문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의원들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김 부총리의 상관이었던 진념 전 부총리도 같은 해 11월19일 열린 국회 재경위에서 "법인세 감세부분이 투자와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자민련 이완구 의원의 지적에 "법인세율 인하를 6개월에 걸쳐 세제발전심의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한 결과 투자유인효과보다 세수결함이 더 크다"고 답변한 것으로 돼있다.

박봉수 당시 재경위 수석전문위원 역시 검토결과보고에서 "수출부진과 불확실한 경기전망으로 인한 투자.소비위축 때문에 법인세율 인하가 경제활성화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감세는 재정흑자기에 적합한 경제정책수단"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01년 야당인 한나라당이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를 요구했을 때도 정부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반대, 우여곡절 끝에 28%에서 27%로 1%포인트를 내리는 정치적 타협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5일 발언으로 김부총리가 야심적으로 추진하려던 법인세 인하에는 일단 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오는 13일 발표예정인 새 정부의 경제운영 계획에 법인세 인하를 집어넣겠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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