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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월20.21일 베를린서 비밀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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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월20.21일 베를린서 비밀접촉

'우라늄 폐기' 검증방안 논의, 남북은 같은 시각 베이징서 만나

북한과 미국의 핵문제 전문가들이 지난달 20~21일 이틀간 독일 베를린의 북한대사관에서 극비리에 비공식으로 접촉했었다고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양국이 북한이 우라늄 농축계획을 포기할 경우 그것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를 협의했다고 전했다.

***북-미, 검증가능한 형태에서의 우라늄 계획 방안 논의**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번 북-미 접촉은 지난 1월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전 미 유엔대사)와 북한의 한성렬 유엔 차석대사가 회담한 이래 최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측에서는 전 정부당국자, 국립연구소 소속 과학자, 재야의 핵문제 전문가 등 3명이 참석했고, 북한측에서는 원자력에너지부와 외무부의 당국자 각 1명과 북한대사관 직원 2명 등 4명이 참석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계획을 포기하지 않으면 협상에 응할 수 없다"(볼튼 미차관보)며 다국간 협의에 의한 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간 교섭의 형태는 피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따라 북한의 당국자도 사무 레벨로 짜여졌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양측은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했던 켈리 미국무차관보에게 북한의 강석주 제1외무차관이 인정했던 고농축 우라늄 계획에 대해 "검증가능한 형태에서의 폐기"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논의했다.

북한측은 이라크문제를 예로 들며 부시정권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경시하면서 미국이 무력행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9년 금창리(金倉里)에서의 지하 핵시설 의혹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조사단을 현지로 받아들여 핵계획의 폐기를 증명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IAEA에 의한 사찰을 주장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끝냈다.

이틀간에 걸친 접촉결과를 회의 참석자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전해들은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2월21일 한-중-일 순방길에 나선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보고했다. 파월장관은 이에 2월25일 서울에서 북한에의 새로운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회동사실을 전한 소식통은 "도발적 행위를 격화시키고 있는 북한이 비공식적이기는 하나 고농축 우라늄 계획의 폐기에 대한 대화에 응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인 데 다른 결과가 아니겠냐"고 말했다고 아사히 신문은 보도했다.

***같은 시각, 베이징에서는 남-북 비밀접촉**

이같은 아사히 신문 보도는 그동안 벼랑끝 외교전술을 구사해온 북미 양국이 물밑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접촉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북핵 위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베를린에서 북-미 양국이 만난 같은 시간대에 중국 베이징에서는 남-북 고위급인사간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앙일보는 5일 나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노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북한측 고위인사와 회동한 사실을 전하며, “정부는 북측과의 접촉 계획을 미국측에 사전통보했으며, 노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지난달 25일 취임 축사로 방한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도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었다. 나 보좌관이 북경에서 접촉한 북측 인사는 전금철 조선아시아 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중앙일보는 덧붙였다.

나 보좌관은 이 보도와 관련, "베이징에서 북측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도 "그러나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 북핵문제 직접해결 시도를 논의한 것은 아니며,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취재결과에 따르면, 중앙일보 보도는 베이징 특파원발(發)로 작성됐으나 실제로는 청와대쪽에서 확인취재된 내용이다.

따라서 중앙일보 보도내용과 나종일 보좌관의 해명을 종합해볼 때,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의 접촉에 앞서 접촉계획을 미국측에 사전통보한 뒤 접촉내용을 지난달 25일 취임축사로 방한한 파월 미국부장관에게 설명했으며 그 결과 파월장관이 당일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한편에서는 미사일 발사실험 재개, 북-미간 공군기 접촉 위기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베를린과 베이징을 무대로 북-미, 남-북간 비밀접촉이 이뤄지는 '고도의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는 게 작금의 한반도 24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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