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새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북측 고위관계자를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요청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북측의 견해와 반응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접촉은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정부 출범직전 북경서 비밀접촉**
중앙일보는 5일 남북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나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노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북측 인사와 만나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이른 시일내 남북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나 보좌관은 이날 회동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내에 서울을 방문, 대대적인 대북지원을 천명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또“나 보좌관은 특히 5월로 예상되는 노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김 위원장이 핵무기 개발 의사가 없음을 천명한다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측의 지지를 이끌어낼수 있다는 요지의 설명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정부는 북측과의 접촉 계획을 미국측에 사전통보했으며, 노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던 지난달 25일 취임 축사로 방한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에게도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나 보좌관이 북경에서 접촉한 북측 인사는 전금철 조선아시아 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중앙일보는 덧붙였다.
***나종일, “만나긴 했으나 남북정상회담 얘기는 안했다”**
이같은 보도와 관련, 외교가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오는 5월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을 확인,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문제에 관한 ‘빅딜’을 모색하는 방안이 논의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북핵 위기를 타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나 보좌관은 5일 이 보도와 관련, "베이징에서 북측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도 "그러나 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 북핵문제 직접해결 시도를 논의한 것은 아니며,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나 보좌관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지금은 한미 정상회담이 먼저 나와야지 남북 정상회담 얘기가 먼저 나올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전금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났을 것이라는 추측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나 보좌관은 그러나 노 대통령의 사전지시를 받고 북측 인사와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해 북측과의 접촉이 사실상 노 대통령의 승인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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