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이달 중 개시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쟁이 유엔의 지지를 얻지 못한 미국 주도의 전쟁이 될 경우 미국 경제와 이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가 동반침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월가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 혼자 이라크전 벌이는 것"**
블룸버그 통신은 5일(현지시간) 증시전문가의 말을 인용, "몇몇 동맹국의 지원만 얻은 미국 주도의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전쟁비용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게 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지난 91년 걸프전 때 6백10억 달러에 달한 총비용 중 5백30억 달러는 일본, 독일, 사우디 아라비아, 영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부담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 비용이 일부 투자자들이 예상했던 6백억 달러가 훨씬 넘는 1천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컨대 미국이 국제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전쟁을 강행할 경우 91년 걸프전때와는 달리 전비를 분담하겠다는 나라가 없어 모든 부담이 미국경제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일본 등은 이미 이라크전 전비를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월가의 증시전문가들도 미국의 유엔의 지지 없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고 있다. 국제적 항의가 촉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투자분석가들은 수익성장률이 탄탄한 제약회사 등 전쟁 수혜주를 제외하고는 당분간 주식시장에서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쟁이 임박할수록 매도세가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유엔 결의안이 나올 때까지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어 수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백80명의 미국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40%가 전쟁우려감으로 인해 올해의 사업계획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들 CEO들은 이라크전이 끝나더라도 테러 발생에 대한 공포와 후세인의 이라크 유전파괴로 인한 고유가가 지속될 것이란 불안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소속 경제학자들이 3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도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기존의 3%에서 2.5%로 하향하고 유럽의 경우는 2%에서 1.6%로 낮췄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전 가능성으로 개인과 기업이 이미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의 걸림돌로 전쟁에 따른 비용증가 가능성과 국제유가 상승, 일본 금융위기 심화, 증시침체 등을 들었다.
***국내주가도 폭락**
이라크전 가능성은 국내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리스크와 북핵 문제, 불투명한 경기전망 등 트리플 악재가 최악의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북한 핵 문제와 이라크 전쟁 위기가 번갈아가며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50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5일 종합주가지수는 16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날보다 16.32포인트(2.83%) 하락한 560.26으로 마감해 지난 2001년 11월5일 550.57 이후 종가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매출의 20%를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해외매출의 50%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올리는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특히 타격을 받고 있다.
5일 코스닥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60포인트 하락한 40.38로 출발한 뒤 상승 시도도 없이 하락폭만 계속 키워 1.62포인트(3.94%) 떨어진 39.36으로 마감, 마침내 30선 아래로 떨어지면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쟁 위기감에 강하게 압박 받아 외국인의 '팔자'세가 이어지면서 전날에 이어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은 1백7억원을 순매도해 13일 연속 매도우위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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