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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좌파독재가 가능한가?

[기고] 자유한국당의 무분별한 이념 공세

지난 23일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하자 자유한국당은 격렬하게 '색깔론'을 제기했다. 소속 의원들이 바로 그날 곧바로 국회 로텐더홀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간 자리에서 대표 황교안은 집권세력을 향해 극한적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무너진다"면서 "현 정부는 국민의 분노를 정치공작, 공포정치, 공작정치로 막으려 하고 이제는 좌파 연합으로 국회까지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대대표 나경원은 "좌파독재 플랜, 개헌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플랜이 작동되는 것"이라며 "무한권력 대통령, 지리멸렬한 국회의 최종 배후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단언했다. 그야말로 '살기(殺氣)'를 풍기는 발언이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 이래 71년 가까운 헌정의 역사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만 들어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가운데 그 누구도 '좌파'라고 공언하거나 그런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 문재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갑자기 그를 '좌파'라고 매도하고 나섰다. 특히 황교안이 의원총회에서 한 발언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켜야 하며 법치주의가 바로 세워지는 나라를 만드는 게 한국당의 가치이다. 만약 이것을 극우라고 말한다면 저들은 극좌로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저들'은 그런 '가치'를 외면하고 정반대 길로 가고 있다는 뜻인가? 과연 주권자들 가운데 몇 퍼센트가 이런 주장에 공감할는지 궁금하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을 왜 그렇게 반대하는가? 나경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의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은 합의이고 그 합의의 꽃은 선거제인데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의 몰락, 민주주의를 철저히 짓밟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5당이라고 하지만 5당을 대표하는 자들은 한국당을 빼놓고 모두 여권세력"이므로 "결국 21대 국회는 좌파정당 연합세력만 구축되고 좌파정당 연합에 의한 성과만 이뤄질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권의 폭정은 그 누구도 막아내지 못하게 됐다. 공수처가 휘두르는 보복의 칼에 대한민국은 침묵사회가 될 것이다." 그야말로 피해의식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북한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연방제를 도입해 대한민국을 북핵에 굴종시킬 것이다. 국회 자체가 문재인 정권의 '독재 트랙'이 된다. 제일 먼저 국가보안법부터 없앨 것이다."

패스트트랙이 국회에서 작동하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지도부인 황교안과 나경원은 지나치게 초조하고 불안한 듯하다. 그들이 걱정하는 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태워지는 순간"부터 '민주주의 붕괴'까지는 270여일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은 이제부터라도 주권자들을 향해 패스트트랙이 왜 '민주주의 사망선고'이고 '좌파독재'의 수단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해야 할 것 아닌가? 자유한국당이 걱정하는 대로 패스트트랙 이후 "개헌을 통한 국가보안법 철폐, 사회주의 계획경제 실현, 언론자유 박탈 등 정부·여당의 '개헌독재'가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면 그렇게 예측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마땅하다.

결론을 말하면, 문재인 정부는 지금 경제 살리기에도 힘이 부치고 촛불혁명의 정신과 이념을 구현할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실현하며 언론자유를 박탈할 엄두를 내겠는가? 자유한국당은 '좌파 독재'를 걱정하기보다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몰락에 대한 공동 책임부터 느끼면서 정치 발전에 이바지할 태세부터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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