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지 않아 거취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직위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향후 북미 대화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24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은 북한에서 대미·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된 것으로 보고했다고 이혜훈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다만 국정원은 김영철 부장이 당 부위원장 직책과 국무위원 직책은 유지하고 있어 "실각이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했다.
이번 통일전선부장의 교체가 김영철에 대한 숙청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정황상 살펴봤을 때 경질성 인사 조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아니라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혀왔다. 또 이들은 모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했으나 김영철 부장이 제외됐다는 점도 이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영철 부장의 재임 기간 역시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6년 5월 고(故)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고 김양건 부장이 2007년부터 사고로 명운을 달리했던 2015년까지 8년이 넘게 통일전선부장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김영철 부장의 상대적으로 짧은 재임 기간은 경질성 조치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 이번 김영철 교체가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발표한 이른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도와 연관돼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중략)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수 없이 (중략)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북미 간 협상 외에 다른 접근을 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 간 양자협상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 등을 끌어들여 다자협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려면 중국 및 러시아와 관계가 중요하고 외무성이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김영철 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이날 일본 NHK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며 미국과 중국에도 이미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8월에 시작돼 2008년 12월에 중단된 6자회담은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회담이다.
한편 김영철 부장의 후임인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서 민간 교류 관련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