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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관료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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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관료의 덫'

<데스크 칼럼> 최근의 '이상한 기류'를 보며

지난 93년 8월12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단행했을 때 일이다.

금융실명제는 지금도 김 전대통령의 대표적 경제업적으로 평가받는 대개혁 조치였다.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했던만큼 말 그대로 쥐도 새도 모르게 극비리에 작업이 진행됐다. 마침내 문제의 D데이에 금융실명제 실시가 전격발표됐고, 재계를 비롯한 많은 기득권층은 비명을 질러야 했다.

하지만 단 한곳 국내 굴지의 A그룹은 그렇지 않았다. 사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기밀을 알 수 있었는지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한때 집권세력이 이를 사전에 흘려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당시 집권층과 A그룹은 더없는 밀월관계를 즐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사결과 진실은 그게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금융실명제 실시를 알고 있던 경제부처의 B관료가 이를 A그룹에 흘렸던 것이다.

B관료는 당연히 구속감이었다. 그러나 그가 당시 집권층 실세들과 같은 '학연'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는 어렵게 살아날 수 있었고, 그후 일정 기간 자숙기를 거쳐 도리어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당연히 A그룹은 그의 영원한 스폰서가 됐다.

***관료의 덫**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첫 조각이 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경제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재벌개혁이 세간의 큰 화두이기 때문이다.

한때 '개혁형'이 대세를 이루던 경제팀 조각은 막판에 '안정형'으로 반전된 분위기다. 이와 관련, 무수한 얘기가 정.재계에 나돌고 있다. 재계는 물론 정치권, 관료계, 언론계의 대대적 공세로 반전이 가능했다는 게 나도는 얘기들의 핵심이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은 이상 더 지켜볼 일이나, 벌써부터 시민단체와 학계 등 여기저기에서는 개탄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노대통령이 '관료의 덫'에 걸려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97년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일이다. DJ는 승리의 기쁨을 챙길 겨를도 없이 당선자 신분으로 곧바로 국정 일선에 나서야 했다. IMF사태로 국가경제가 사실상 붕괴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DJ의 눈길을 끈 몇몇 경제관료들이 있었다. DJ가 보기에 너무 일을 '헌신적으로' 잘했다. 자정이 넘도록 밤 늦게까지 회의를 하다가 "이런 게 필요한데..."라고 말하고 난 뒤 아침에 눈을 뜨면 보고서가 이미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밤새도록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야당총재 시절에는 "이런 것 좀 알아보라"고 지시해도 며칠 뒤에나 신문기사들을 스크랩 한 정도의 엉성한 보고서를 받아보며 누구보다 '정보의 빈곤'을 절감했던 DJ였다. 그런 만큼 이들 경제관료의 경이로운 기동력과 성실성은 DJ를 크게 감복케 했고, 이들은 그후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의 승승장구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DJ가 관료의 덫에 걸렸다"는 개탄을 했다. DJ가 절대신뢰하던 문제의 관료들이야말로 평소 정치권력의 동향에 안테나를 맞춰 놓고 있던, 가장 '전형적인 구시대 관료'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DJ의 절대신임을 받던 관료는 그로부터 얼마 뒤 수뢰 혐의로 구속되는 등 DJ의 레임덕에 결정적 작용을 했다.

***트로이의 목마**

관료라 해서 모두가 앞에 예를 든 것 같은 '권력유착형'들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도 일선에서 공복으로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이들이 대단히 많다. 하지만 문제는 상층부의 적잖은 관료들은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또한 이들 문제 관료는 위에서 볼 때 외형상 일처리를 대단히 '스마트'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주류 대통령'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주류사회로부터 더없이 거센 공격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비주류'의 가장 큰 한계는 '주류 사회'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부족이다. 실제로 재계 등이 "노무현 정권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듯, 노무현 대통령측 인사들도 "재계나 관료사회의 정체를 모르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노대통령이 조각에 앞서 인터넷 추천 등 다양한 인재풀을 동원한 것도 이같은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읽힌다.

문제는 인선의 마지막 과정에 주류의 거센 반발과 저항에 직면, 노 대통령마저 '관료의 덫'에 걸려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내정자 명단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초기에 인수위원회가 압도적 다수로 추천했던 개혁형 인사 대신에 보수언론이나 정치권이 밀은 안정형 인사들이 급부상하면서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 주위에 벌써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인의 장막'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가 기우이기를 많은이들은 바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초기 내각의 유력후보들로 거명되는 인사들 사이에 재계등의 절대 지지를 얻고 있는 문제관료 출신들이 여럿 목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트로이의 목마'를 성 안으로 끌어들이는 치명적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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