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물사마귀'- 4가지 질환, 하나의 이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물사마귀'- 4가지 질환, 하나의 이름

함익병의 '피부 이야기' <13>

***물사마귀(?)- 네가지 질환, 하나의 이름**

피부과 진찰실로 환자가 들어오면 의사가 가장 먼저 건네는 말이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입니다. 여러 가지 유형의 대답을 들을 수 있지만, 흔한 답변중 하나가 “물사마귀 때문에 왔습니다”입니다.

하지만 흔히 물사마귀로 알고 있는 질환을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구분해보면 크게 네 가지 질환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비립종, 한관종, 전염성 연속종, 편평 사마귀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개의 환자분들은 이 네가지 질환을 구분없이 ‘물사마귀’라고 통칭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네가지 질환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비립종**

얼굴 피부에 작은 진주 모양의 돌기가 튀어나온 것을 비립종이라고 합니다. 비립종은 대개 크기가 1~4mm 이고, 그 숫자는 서너개에서 수십개까지 다양합니다. 비립종은 생기는 나이에 따라서 ‘신생아 비립종’과 ‘성인형 비립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신생아의 경우 50% 정도에서 발견되지만 성장하면서 사라집니다. 성인이 되어서 생기는 비립종은 발생 원인에 따라 다시 두가지 종류로 나누는데, 하나는 별다른 원인이 없이 생기는 1차 비립종이고 다른 하나는 피부에 상처나 다른 피부 질환을 앓고난 다음에 생기는 2차 비립종이 그것입니다.

2차 비립종은 쌍꺼풀 수술이나 피부 박피술 혹은 피부 연마술과 같은 수술후에 생기는 경우가 있고, 심한 습진이나 유천포창이나 천포창 혹은 대상포진, 단순포진과 같은 물집이 생기는 질환을 앓은 다음에도 잘 생깁니다. 흔치는 않지만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를 장기간 복용한 경우에도 2차 비립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드물게 가족력이 있으면서 많은 비립종이 얼굴과 등 가슴에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경우이든 치료는 탄산가스 레이져를 이용하여 비립종을 싸고 있는 막을 제거하고, 피부 속에 들어 있는 노란 알갱이를 꺼내는 치료를 하시면 됩니다. 마취는 필요없고 치료후에 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합니다. 치료 부위에 작은 딱지가 생기지만 바르는 연고만 잘 사용하시면 화장을 하셔도 됩니다. 눈 주위에 생기는 ‘한관종’과 감별이 필요한 질환인데, 한관종에 비하면 치료는 훨씬 쉽고, 치료후에도 흉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사진1. 비립종1>

<사진2. 비립종2>

***2.한관종**

20∼40대 여성들 중에서는 눈 주위에 발생한 쌀알 크기의 피부색 발진을 '물사마귀'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그것이 한관종(汗管腫)이라고 하는 피부에 생기는 양성종양의 일종입니다. 병변의 특징은 직경 2∼3mm의 황색 또는 피부색의 반투명한 돌기 모양을 띠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각각의 병변이 서로 분리되어 있으나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갯수가 많아지고 서로 합쳐져 크기가 커지기도 합니다. 주로 눈꺼풀 주위에 발생하지만 광대뼈 부위까지 퍼질 수도 있으며, 사춘기 이후의 여자에게서 잘 생기고, 나이가 들면서 갯수도 많아지고 크기도 커져서 피부과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미경으로 피부조직을 살펴보면 한관(땀샘관)에 발생한 양성종양의 특징들을 볼 수 있는데, 한관 안의 공간이 넓어져 주머니의 형태를 띠고 있고 어떤 것은 꼬리 달린 올챙이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것들이 모여서 자그마한 '혹(=종양)'을 만들고 있는 것이 '한관종'입니다.

한관종은 단지 미용상의 문제일 뿐이지 악성으로 변하거나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지만, 병변 부위가 피부의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하므로 치료하는데 있어서 아주 까다롭습니다. 단순히 튀어나온 부위만 제거하면 서너달 뒤에 재발하고, 너무 깊이까지 제거하다보면 흉터를 남기기 쉽습니다. 예전에도 전기 분해법이나 액체질소를 이용한 냉동요법으로 어느 정도 호전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흉터를 남길 위험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울트라펄스 탄산가스 레이저(Ultrapulse CO2 Laser)를 사용한 수술 방법이 개발되어 주위조직에 미치는 손상을 극소화하면서 한관종만 제거하여 흉터를 남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레이저 수술은 무균 수술이기 때문에 계절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10~4일 정도의 회복기만 지나면, 화장이나 목욕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사진: 한관종>

***3. 전염성 연속종**

이 질환이 원래 ‘물사마귀’라고 불리우는 질환입니다. 보통의 사마귀들은 만질 때 거칠고 단단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이 질환은 말랑말항하면서 긁으면 쉽게 터지기 때문에 물사마귀로 불립니다. 피부가 약한 어린아이에서 잘 생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전염성 질환입니다. 직경 2~5mm되는 둥근 모양의 발진이 가운데 꼭지 모양으로 꺼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각각의 병변은 손으로 긁거나 거친 수건의 마찰 등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열을 지어 분포하거나 뭉쳐서 발생하기도 합니다.(이런 현상을 Koebner 현상이라고 하는데, 편평 사마귀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피부에 기생하는 전염성 연속종 바이러스(molluscum contagiosum virus : MCV)가 원인으로 피부각질층이 손상되거나 전신적인 면역상태가 떨어져 있는 경우에 잘 발생합니다. 따라서 아토피 습진을 앓고 있어서 피부를 많이 긁거나 목욕할 때 때를 미는 버릇이 있는 경우, 수영장에서 오랫동안 수영을 하는 경우등과 같은 원인으로 인해 피부 각질층이 손상되면 전염성 연속종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될 수 있습니다. 어른의 경우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의 한 증세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물리적인 방법으로 하나하나 모두 제거해 주는 것입니다. 특히 주의해야할 것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잠복기에 있는 것이 있으므로 모든 병변이 없어진 다음에도 2주에 한번씩 진료를 받아 다시 생기는 것이 있으면 즉시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추후 관찰은 모든 병변이 없어진 다음에도 2달 정도는 지속적으로 해야만 합니다. 예방법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각질층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피부관리를 해야 하며, 특히 아토피 습진이 있는 경우 세심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사진: 전염성 연속증>

***4. 편평 사마귀**

일반적인 사마귀는 피부 표면위로 튀어나와 있으며 표면은 거친 사포같은데, 이런 일반 사마귀와는 아주 다른 모양을 가진 사마귀가 있습니다. 모양이 편평하다고해서 '편평 사마귀'라고 불리우는 사마귀가 바로 그것입니다. 편평 사마귀의 표면은 칼로 자른 듯이 편평하며 정상 피부보다 조금 솟아있고, 크기는 직경 1~3mm정도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모양은 대체로 둥글지만 서로 융합되어 불규칙하게 지도 모양이 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마귀는 손, 발, 팔, 다리, 손발톱 주위, 손발바닥 등과 같이 각질이 두터운 부분에 생기는데 비해 편평 사마귀는 얼굴이나 손등과 같이 각질이 얇은 부분에 잘 생깁니다. 편평 사마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human papilloma virus(HPV)인데, 그 중에서도 HPV 3, 10, 28, 49형이 편평 사마귀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편평 사마귀는 30세 전후의 어른에서도 볼 수 있으나, 주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잘 발생하기 때문에 '유년형 편평 사마귀'라고도 합니다. 얼굴 중에서도 이마, 턱, 코, 입주위에 잘 생기고, 손등에 잘 발생하는 것은 앞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특징적인 양상중 하나가 피부를 긁거나 때수건으로 피부를 밀었을 때 그 방향에 따라 직선으로 바이러스가 자가접종(自家接種)되어, 편평 사마귀가 선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Koebner 현상이라고 하는데, 전염성 연속종과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질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치료는 두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먼저 사마귀 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는 면역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일주일 간격으로 DNCB 혹은 DPCP를 어깨에 발라주는 것입니다. 이들 약물은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매개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10~15회 정도 반복치료합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먹는 약을 3~6개월 동안 복용합니다.

이런 면역치료에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에는 레이져를 사용하여 수술적인 방법으로 제거하게 됩니다. 탄산가스 레이져나 어비윰-야그 레이져를 사용하여 병변을 제거하는데 이런 치료후에도 남은 바이러스가 있다면 재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져 수술후에도 1달 간격으로 추적관찰을 하면서 재발하는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레이져로 다시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사진 4> 편평 사마귀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는 아량**

구체적인 피부 질환에 대한 설명을 길게 드렸습니다. 관심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지루한 내용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글을 통해 흔히 사용하는 ‘물사마귀’라는 말이 여러 가지 피부 질환을 구분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적절하지 못한 용어라는 것을 아는 것도 피부과를 이용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피부질환의 경우에는 이렇게 전혀 연관이 없는 서로 다른 질환을 뭉퉁거려 하나의 이름으로 불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 사회적인 문제는 본질은 하나인데 붙이는 이름에 따라 너무 다른 성격으로 비쳐지는 것 같습니다. 역시 인간사를 다루는 정치는 질병을 다루는 의학보다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북한에 5억 달러의 돈이 전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 이 돈의 성격에 대해서는 이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이해관계에 따라서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사실 5억 달러의 성격을 굳이 규정지어 본다면 양측 주장의 가운데 어느 부분에 있거나, 아니면 돈의 성격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을 모두 종합한 것이 아닐가요?

대통령이 행한 행위가 국가적 차원의 일이었다면(물론 개인적인 명예욕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는 아량을 서로 나누어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구에서 일어난 불행한 참사로 인한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그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프레시안 독자들과 함께 기원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