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전ㆍ현직 대표, 박근혜-정몽준 사이의 충돌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원안은 과거, 수정안은 미래", "정치인은 자신의 야심을 위해 국가 대사를 자기 본위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는 정몽준 대표의 이른바 '박근혜 때리기 어록'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의 비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친박계 4선의 이경재 의원은 3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몽준 대표를 겨냥해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악이고, 세종시 수정안은 미래라고 말하는데 반대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며 "할 얘기들이 없어서 안하는 게 아니다. 자제하는 판국인데 이것(정몽준-박근혜 장외 설전)으로 인해 정치적 복선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그렇게 미래를 약속하는 안이라고 하면 왜 애당초 당당히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지 못했느냐"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에 정 대표는 "10월 재보선 당시 왜 (세종시 수정을) 얘기 못했느냐는 질문 같은데, 그것은 정말 지금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YTN> 라디오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몽준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도 원안이 좋아서 고수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대표 입장에서 이런 말씀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잘못됐기 때문에 공개적,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원래 말뜻을 왜곡시키는 발언이고, 당 대표로써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상식이 의심스럽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 의원은 또 "정몽준 대표가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를 했다가 대선 하루 전에 철회하면서 냈던 성명서를 보니까 '상호 신뢰와 존중의 후보 단일화 정신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를 상실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아픔을 겪은 분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정치인은 자신의 의욕과 야심을 위해 국가 대사를 자기 본위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두고도 "대표 연설을 하는데 과연 당의 뜻을 모아서 대표연설을 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정치적은 뜻을 펴기 위해서 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연설"이라고 비난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거대집권당의 당 대표의 신년구상을 밝히는 그런 연설이었다는 평을 들었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어떤 연설이든 표적을 두고 하게 되면 품격도 떨어지고 감동을 줄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 "2월에는 의원총회 없다"
당 지도부는 이날 공개 토론의 장인 의원총회를 2월 중에 열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했다. 공식적인 '언로'가 막힌 상황이어서 계파간 감정 섞인 '장외 설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정부 법안도 안넘어왔는데 그것(세종시) 가지고 미리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겠나. 3월 1일까지는 민생법안에 전력을 기울이고 3월 2일 이후에 의총을 열어 토론하는 게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이 "당헌 당규상 의총은 원내대표, 최고위원회의, 의원 10분의 1 소집 요구가 있으면 열어야 한다. 주요 지도자들 끼리 언론을 통해 장외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국민과 당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의총 소집을 요청한데 대한 반박이다.
정몽준 대표도 "다음주부터 설이다. 금요일부터 의원들을 뵙기가 어려울 것 같다. 당헌 당규 개정 문제도 있다. 의총회는 한 두시간 할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해야 하지 않나. 전반적인 국회 일정이 이렇다"고 안 원내대표를 거들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최근 들어 교과위 파행을 언급하며 "상임위 중심 국회"를 강조는 것 역시 당내 '세종시 의총' 요구를 일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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