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오는 25일 선거제도 개편 및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을 국회 정개특위·사개특위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눈은 23일 오전 예정된 여야 4당 의원총회, 특히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로 쏠린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잠정 합의안 내용을 공개하고, 이튿날인 23일 오전 각자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안을 추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잠정안 추인은 협상 당사자인 4당 원내대표들이 "책임지고" 이뤄내기로 명문화까지 했다. (☞관련 기사 : 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
범(汎)진보진영의 평화당·정의당은 이미 당론으로 패스트트랙을 추진해온 만큼 의총 추인이 확실시되고, 여당인 민주당 역시 이미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협상안에 대해 큰 틀에서 의견 일치를 본 만큼 무난한 통과가 전망된다.
문제는 구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동거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앞서 지난 18일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는 김관영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설명한 '최종 협상안'을 민주당 측에서 공개 부인했다는 이유로 결론 없이 끝났지만, 이같은 절차적 문제가 해소됐다 해도 바른정당계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바른정당계의 구심인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18일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을 패스트트랙, 다수의 횡포로 정하는 것은 국회의 합의 전통을 깨는 것이고, 이 전통을 깨면 앞으로도 선거법을 다수가 마음대로 고치는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원칙을 훼손하는 데 절대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유 전 대표는 나아가 "정의당은 과거 다수의 횡포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는 소수 의견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당이 이렇게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자고 하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정의당이 당리당략, 선거에서의 이익만 생각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 거기 놀아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선거제도 패스트트랙 협상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계인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상황이 달라진다고 해도 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제 주장은 '원칙'에 대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의총에서 격론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바른미래당 내에서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의원은 바른정당계 유승민·정병국·이혜훈·하태경·유의동·지상욱 의원과 국민의당 출신 이언주·김중로 의원 등 8명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29명 가운데 당원권이 정지되는 등 의결권이 없는 사람을 제외한 의원총회 재적 수는 24명이다.
다만 최근 4.3 보궐선거 패배 이후 손학규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인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상황인 만큼, 이같은 내홍 사태가 패스트트랙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문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당 내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별 큰 어려움 없이 추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하며 "최대한 많은 의원들이 합의안에 동의하고 추인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계가 '여야 합의 없는 선거법 개정은 안 된다'는 명분을 들고 있는 데 대해 "한국당이 강한 패스트트랙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새로운 협상의 시작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 점을 기초로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트랙 반대파에서 '패스트트랙 추진은 당 소속 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당론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그는 "정족수는 과반"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러나 그 부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의총) 안건으로 2/3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의사진행 절차로 묻고 그 결론에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사진행동의 투표까지 진행하며 합의안 추인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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