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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지금 '한국의 시민파워'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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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지금 '한국의 시민파워'를 주목하고 있다"

<데스크 칼럼> 우리가 간과하는 '한국의 저력'

지난 주말 업무때문에 잠시 방한한 세계은행(WB)의 시니어 금융 이코노미스트와 둘이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국내에 있을 때 재경부에서 재직했던 경제관료 출신인 김모 이코노미스트는 외환.금융위기때 함께 일하면서 맺은 연을 계기로 4년째 워싱턴 세계은행 본부에서 금융관련 정책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중국금융 연구팀의 팀장을 맡아 활동중이라 했다.

***"금융 허브를 말하는 한국의 약진이 자랑스럽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의 약진'을 자랑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했다.

"한국에서 '동북아 금융허브(중심)'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고 '야, 몇년만에 세상 참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감회가 절로 들었다. 우리나라를 금융허브로 만들자는 주장은 IMF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었다. IMF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금융이 환골탈태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국이나 일본 금융인들을 만나보면 한국의 경험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싶어한다. 자신들이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한국은 먼저 풀었기 때문이다. 1백57조원의 공적자금이 헛되이 쓰인 게 아닌 것이다. 이처럼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이 우리나라의 금융개혁을 배우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금융허브가 되는 데 더없이 귀중한 토양이 될 것이다."

그는 이런 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중국의 견제가 심해 중국에 대한 직접조사를 못한다. 그러다 보니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자금을 대 OECD가 중국관련 심포지움을 여는 형태를 빌어 일본 애널리스트가 함께 중국에 들어가 조사를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국과 호의적 관계에서 중국관련 조사를 하고 중국이 필요로 하는 조언도 하고 있다. 이 또한 우리나라가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중 하나다. 중국, 일본 등이 함께 호의를 갖고 동참할 때만 금융허브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 미국 등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고.

금융허브를 만들고 싶다 해서 당장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큰 목표중 하나로는 삼을만한 시점이다. 그럴 여건도 상당히 갖춰져 가고 있다."

***"세계가 지금 한국의 시민파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그가 전혀 예기치 못한 말을 했다. '한국의 시민파워'를 지금 세계은행 등 주요 세계경제기구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경제는 대단히 다이나믹하다는 게 뱅크(세계은행 약칭)나 펀드(IMF 약칭)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단기간에 경제 시스템을 1백80도 바꾼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요즘 들어서는 참여연대 등 한국의 시민단체 등이 벌이고 있는 재벌개혁, 시장의 투명성 제고 노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시민 파워의 결집체다. 시민 파워가 내로라하는 재벌들을 상대로 소유지배, 편법 증여, 부당내부거래 등을 문제 삼으며 줄기차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나라는 아마도 지금 지구상에서 한국과 미국 두 나라뿐일 것이다. 이는 그만큼 한국의 시민 파워가 다이나믹하며, 건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한국의 시민 파워가 무명의 고졸출신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데 이어, 한국경제의 최대난제인 재벌개혁까지 해내려 한다는 게 지금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며 느끼는 경의로움이다."

***"시민단체는 노무현 정권의 홍위병 아니냐"**

지금 시민단체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특히 검찰이 최근 참여연대의 고발을 계기로 SK그룹 구조본을 덮쳐 최태원 회장의 구속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역시 참여연대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태인 삼성, LG, 두산 등 재계에서는 "시민단체가 노무현 정부의 홍위병 아니냐"는 강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 심지어는 시민단체들까지 가세, '시민단체와 노무현 정부의 야합'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보면서 드는 느낌은 답답함이다. "세계가 지금 한국의 시민 파워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의 전언과 너무나 다른 시각이자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과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재계에 그렇게 문제인가.

모 재벌그룹에서는 사내 인터넷을 통해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다. 차단을 시켜놨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IT강국을 꿈꾸는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나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 그룹의 오너 등 경영진이 참여연대를 직원들과 격리시켜야 할 '악성 바이러스'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풀릴까.

참여연대의 간판격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이와 관련, 갑갑한 심회를 털어놓았다.

"재계에서 시민단체들을 대립적으로 보는 게 너무 안타깝다. 대다수 우리나라 기업들은 물건 잘 만들어 팔고 고객관리 잘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자본시장에서 기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도 신경써야 하는 시대다.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이 도래했고,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것도 바로 시장의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라는 건데, 이런 요구를 적대적으로만 받아들이니 가슴 답답한 일이다."

***'시민 파워'는 이제 세계적 화두**

"우리는 경제,금융,정보,마약거래,산업의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을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최초의 세대이다. 우리는 동시에 지구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지구를 관리하는 문제를 놓고 지구 규모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지난 1992년 서방선진7개국(G7) 나폴리 정상회담에 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NGO들의 모임인 '지구의 작은이들'에서 채택된 성명의 첫 대목이다.

이 성명이 말하듯 지금은 '지구시민의 시대'이며, 그 결과 '시민 파워'는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전세계 1천여개 도시에서 2차 세계대전후 가장 많은 1천1백50만명의 지구시민이 모여 반전을 외쳤던 데에서도 목격할 수 있듯, 시민 파워는 이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거센 힘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 석학 피터 드러커 교수는 <비영리조직의 경영>이라는 저서에서 "지금 사회적 책임을 지는 정부의 능력은 현저히 저하되었고, 40년 전과는 달리 비영리조직(NGO)이 사회의 중심이 되었다"며 시민 파워 시대의 도래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 파워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도 더이상 '성가신 존재'나 '무시해도 좋을 존재'가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대화하고 공동분모를 찾아야 할 파트너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더없이 극성스런 존재인 시민단체는 역으로 보면 기업의 쇄신과 이미지 변신에 더없는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시민 파워의 존재를 인정하고, 시민 파워와 함께 공존발전하는 한국의 기업이 보고 싶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3~5년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중인 한국 기업의 극적 돌파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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