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특별기고>포항 천마산은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특별기고>포항 천마산은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가?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독자제공

지금까지 익숙하게 이용해 오던 숲길에 어느날 갑자기 철조망이 쳐지고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삭막한 도시생활의 휴식과 운동을 위해 찾는 동네 숲에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공원이나 둘레길은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조성해 왔는 만큼 그곳이 개인 사유지라는 사실을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일대가 공원지정에서 해제되거나 주변개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유주는 재산권을 내세우고 개발을 고려하게 된다.

포항시 북구 장량동 법원 뒤편과 한동대 사이에 위치한 흥해읍 곡강리 천마산 일대에는 2012년부터 포항시가 조성한 감사나눔 둘레길이 있다. 이곳은 소나무 숲 그늘에 둘러싸여 걷기 좋은 평탄한 오솔길로 잘 정비돼 있다. 천마산 맞은편에는 천마지라는 저수지가 있으며 역시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 일대는 출입구가 여러 갈래이고 전망대와 쉼터, 소나무 숲이 상쾌해 수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경상북도에서 동 단위로 가장 많은 인구 7만 명이 넘는 장량동에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천마산·천마지 둘레길은 어느새 장량동 주민들과 가장 친숙한 숲이 됐다.

또한 이곳은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이루어진 역사의 현장이다.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2000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6·25 전쟁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전사자를 찾아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사업이다. 포항지역은 1950811일부터 920일까지 국군 3사단과 북한군 5사단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격전지로서 천마산96고지 전투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천마산에는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천마지와 인접한 곳에 있는 대각사라는 절은 해방둥이로 출발해 과거 곡강리 주민들의 보시로 건립됐으며, 주변의 자연과 잘 어우러져 수십년 동안 소박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 지역유지의 사유지가 있어 한때 별장신축과 관련한 특혜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2017.4.24. 경북매일). 소나무를 임의로 벌목하려던 시도가 주민의 신고로 무산됐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은 이곳을 온전한 산림휴식공간으로 지키기 위해 천마산시민공원추진위원회를 만들어 1천여 명의 서명을 받았고 지난 3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포항시에 뜻을 전달했다. 천마산은 한동대와 개인사유지가 대부분이고 그동안 도시공원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 더욱 그 가치가 소중해 졌다. 장량동 주민들이 가장 쉽게 이용하는 유일한 숲이다. 도시개발로 많은 숲이 사라졌지만 도시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도시 숲인 것이다.

내년 71일부터 시행되는 도시공원일몰제를 앞두고 도시공원이 사라지는데 대한 우려가 많다. 도시공원일몰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공원을 설립하고자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사유지, 즉 개인이 소유한 땅을 20년이 넘도록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았을 때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로서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장기간 공원으로 집행하지 않은 땅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려 그 시행시기가 다가 온 것이다.

포항시에서 자동 실효되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은 43개소 약 1천만이다. 현재 포항시는 도시공원일몰제가 시행되기 전 민간공원특례법을 적용, 5이상의 공원부지에 30%까지 민간업자가 고층 아파트로 개발하게 하고 나머지를 도시공원으로 유지하는 방법만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부동산개발을 부추기는 것이지 근본적인 도시 숲 보전 방안이 될 수 없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선 숲은 사유화 되는 것이고 더 많고 복잡한 오염을 야기할 뿐이다. 포항시가 부지를 매입한 후에 공원조성을 해야 그곳이 온전한 공원으로 보존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런 의지나 노력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최근 포항시는 ‘2025 포항시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을 발표했고 향후 관련기관 협의, 의회 의견청취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친 뒤 오는 7월에 결정·고시할 계획이다. 천마산시민공원추진위원회는 포항시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둘레길과 숲을 지키는 방안으로 2025 포항시 도시관리계획에 천마산과 천마지 일대를 도시공원으로 지정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숲을 잘 조성해 놓고도 개인사유지라는 이유로 숲이 사유화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그 동안의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다.

도시숲이 미세먼지를 40%나 줄여준다는 소식이 반갑고도 씁쓸한 것은 현실과의 괴리감이다. 포항시는 시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도시 숲이 왜 필요한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25 포항시 도시관리 계획에 도시 숲이 얼마나 비중 있게 편입되는 지에 따라 포항시민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 천마산, 천마지 일대처럼 포항시가 이미 조성한 숲은 반드시 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

4
22일은 지구의 날, 더워지는 지구를 식혀주는 것이 온 세상의 숲이다. 다가오는 부처님 오신 날에는 천마산 일대를 걸어보고 대각사에 들러 공양을 나누며 숲을 음미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