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성군(聖君)은 현신(賢臣)이 만든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성군(聖君)은 현신(賢臣)이 만든다

'책 읽어주는 부행장'의 주말이야기<37>

***성군(聖君)은 현신(賢臣)이 만든다**

우리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임금과 신하의 이야기를 보아왔다. 위대하거나, 용맹스럽거나, 현명하거나, 착한 임금이 있었는가 하면, 비겁하거나, 야비하거나, 좀 모자라거나, 잔혹한 임금들이 있었고 신하들도 마찬가지로 각양각색 인물들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때 晏子라는 훌륭한 재상이 있었다.
안자(晏子)는 제(齊)나라의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의 3대를 섬기면서 수많은 일화를 남겼으며 오늘날까지 임금과 신하의 아름다운 도리의 본보기로 일컬어지고 있다. <사기(史記)>를 저술한 사마천조차도 “만약 晏子가 다시 있다면 그를 위해 마부가 되어 기쁨과 흠모로 모시고 싶다”라고 극찬했을 정도다.

하지만 안자도 만약 그가 모신 세 임금이 그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역사에 남는 명재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뉘우친 세 임금들 또한 칭송받아 마땅한 성군이라 할 수 있으리라.

경공 때 일이다. 장마가 열이레 동안이나 계속되는데도 경공이 밤낮 술만 마셨다. 안자가 곡식을 풀어 백성을 구제하자고 세 번이나 청했지만, 끝내 허락을 받지 못하자 자신의 집안 양식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고 집안 도구도 거리에 내놓아 마음대로 쓰도록 한 뒤 직접 임금을 만나러 나섰다.

“장마가 열이레나 계속되고 있고 동네마다 수십 채나 집이 무너지고 마을마다 굶주린 백성들이 많으며 노약자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술찌꺼기조차 얻어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임금께서는 이들을 구제할 생각은 아니하고 밤낮으로 술이나 마시면서 나라에 노래 잘하는 사람을 찾아오라며 성화만 부리고 있습니다. 임금이 기르는 말은 나라 곡식을 먹고 있고, 임금의 개는 고기를 실컷 먹고 있으며 후궁과 삼실(三室)의 첩들은 무엇이든지 풍족하게 먹고 있습니다.

개나 말, 그리고 첩실들에게 너무 후하게 대접하는 것은 아닙니까? 그러면서 불쌍한 백성에게는 너무 야박하게 대하는 것은 아닙니까?

저는 책(策)을 받들어 임금을 모시고 백관들을 따르게 하는 재상으로서, 주린 백성들로 하여금 어디 고할 곳이 없게 하였고 윗사람으로 하여금 술에 빠져 본을 잃고 백성을 구제하지 못하였으니 저의 죄가 크다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재배하고 자신은 물러나겠노라고 청하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놀란 경공이 그를 뒤쫓았지만 장마로 길이 엉망이어서 그를 따를 수가 없었다. 경공이 이에 다시 수레를 몰도록 하여 안자를 쫓았는데, 안자의 집에 이르기도 전에 길에서 그 집안의 곡식들은 이미 백성들에게 다 풀어준 뒤였고 도구들조차 거리에 내놓아 마음대로 갖다 쓰게 함을 볼 수 있었다. 경공이 큰길에 이르러서야 어렵게 안자를 찾을 수 있었다.

경공이 수레에서 내려 안자를 보며 사과하였다.

“과인이 잘못하였습니다. 선생께서 과인을 버리고 도와주지 않으신다면 과인은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원컨대 선생께서는 과인을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과인도 이 제나라의 식량과 재물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줄 것입니다. 그 양의 과다와 경중은 오직 선생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경공이 길에서 숭배(拜禮)를 하자 안자는 그제서야 돌아왔다.

이같이 아름다운 군신(君臣)의 장면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하고 뿌듯해진다.

세상이 바뀌고 또 바뀌어 2천5백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집권자와 정책을 실행하는 행정관료들과의 관계는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민주 사회에서도 국가든 기업이든 최고 책임자와 그를 보좌하는 여러 중요 직책의 인물들이 서로 아끼고 존경하며 양보하면 그 사회는 더욱 발전하고 편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새 정부가 곧 출범한다. 집권자와 주위사람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국운 상승의 운을 탄 우리나라가 계미년에도 더욱 발전하여 명실공히 선진국에 진입하기를 기원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