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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 얘기하면 외국인 픽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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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 얘기하면 외국인 픽픽 웃는다"

경제특구법 근본부터 전면 재검토 불가피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 '최고경영자 신년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법(일명 경제특구법)과 관련, "외국인학교나 병원 등이 실제유인이 되는지, 경제특구법이 적절히 만들어졌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기업 세제혜택에 대해서는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일반화된만큼 일단 주겠다"고 말했다. 또 "내국기업에도 세제혜택을 줄 지 단언하지는 못하지만 세율 등 우리나라의 조세구조를 다시 한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말해 경제자유구역법의 여러 문제점을 시인,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법을 만든 재경부나 이를 추인한 인수위로서는 적잖이 곤혹스런 순간이었다.

***경제특구, 또하나의 탁상공론**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경제자유구역법은 지난해 법안 통과이래 또하나의 '탁상공론'이 아니냐는 힐난을 받아왔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지방경제발전 전략과 외국인투자촉진 토론회'에서 주한 외국상의 회장들은 경제자유구역법과 관련, "외국인을 격리시키려는 것으로 투자에 관심이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앨런 팀브릭 주한 영국 상의 회장은 "병원이나 학교 등의 시설도 짓기 전에 집단수용소같은 곳에 몰아 넣으려면 어느 기업이 관심을 갖겠느냐"며 비판했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위해서는 병원이나 학교 등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 구축, 각종 규제철폐, 세제혜택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같은 불만은 이미 노 당선자에게도 여러 차례 전달된듯 싶다. 노 당선자는 지난 11일 "송도가 경제특구로 지정돼도 허허벌판에 외국인이 들어가겠느냐. 외국인들은 `서울에 살 수 있는 근거지를 마련해 줘야지 송도 및 김포 매립지에서 아이들을 키우라는 말이냐'며 불만이 많다"고 지적하고 "이 부분은 전면적으로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경제특구법 자체가 애당초 재경부의 탁상공론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을 낳는 대목이다. 또다른 문제는 이를 처리한 인수위의 태도다. 인수위는 지난달 28일 경제특구에 국내 재벌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제특구 개념 자체가 모호해졌다.

당시 인수위는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의 간담회에서 "오는 7월 발효되는 경제자유구역법을 통해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을 홍콩.싱가포르 수준으로 높여 외국기업의 진출을 유도하는 것과 동시에 이 지역에 진입하는 국내기업에도 동등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이 특구를 삼성그룹의 기흥연구소, 현대의 마북리연구소 등 기업의 연구센터 등 국내 재벌그룹의 IT관련 연구기관을 위시한 IT중심의 R&D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인수위 방침은 이 지역에 들어가는 국내기업들에게 각종 지원을 해줄 경우 경제특구에 들어가지 못한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밖에 없어 '세법상으로도 불가능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특구는 폐쇄경제국가나 취하는 특혜조치"**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의 원조'로 알려진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은 1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경제특구는 동북아중심국가 구상을 받아들인 김대중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아 관련부처선에서 고육지책으로 만들어낸 방안"이라면서 경제특구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누누이 지적한 금융허브의 절박성은 둘째치고, 한국같이 세계12위 경제대국에서 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를 넘어 체제착오적"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냐"고 반문하면서 "경제특구라는 말만 들어도 외국인들은 픽픽 웃는다"고 꼬집었다. 경제특구란 원래 폐쇄경제에서 일부 지역에 한해 개방경제를 도입하는 개념이고 특히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특별조치다. 그런데 인수위의 경제특구방안은 우선적으로 국내 재벌기업들을 입주시키겠다는 것으로 '재벌특혜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경제를 개방하려고 하는데 정치적 저항이 심할 경우 경제특구는 고육지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기는 하다"면서 "그러나 집권자가 레임덕에 들어간 시기라면 몰라도 새로 집권하는 마당에 경제특구라는 방식을 택한다는 것은 너무나 몸을 사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시장경제에서 경제특구를 설치한다는 것은 행정적으로도 불가능한 발상"이라면서 "특구와 특구외 지역간 암거래가 발생할 것이 뻔하고 이는 부패와도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어야"**

김 회장은 "경제특구로 동북아 경제중심지를 건설하려면 한국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지역을 특구로 정하지 말고 "해외의 고급인력들을 유치하기 쉽도록 이민법을 개정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전면적 규제개혁을 단행하고 국내외 고급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금융허브는 결코 불가능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의 성공사례나 최근 제프리 존스 주한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을 장관에 임명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는 이미 맨파워 활용에서 국적을 뛰어넘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교육을 강화해서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재외교포 등 금융허브의 초석을 놓을 고급인력은 이미 준비돼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제프리 존스도 "금융중심지가 되면 물류와 사업, 외국투자 등 모든 분야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며 "동북아중심국가 논의에서 가장 바람직한 목표는 금융센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진정한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 방안은 특구적 발상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바꿔나가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한 역사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경제특구법, 더 나아가 동북아 허브 전략을 근본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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