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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론 혹은 386측근 배제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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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론 혹은 386측근 배제론의 함정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84>

***검증론 혹은 386측근 배제론의 함정**

***1) 어설픈 검증론의 함정**

청와대 비서진 인선과 장관직 인선이 한창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무성하다. 전혀 무명의 인사들이 요직에 발탁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신선한 충격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진정한 의미에서 메인 스트림의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켸켸묵은 검증론이라든지, 측근 배제론에 신경 쓸 이유는 없다. 메인 스트림의 교체를 경험해보지 못한, 혹은 메인 스트림의 교체에 따른 효과를 너무나 잘 일고 있는 사람들의 자기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나오는 우려가 대다수이지, 진정으로 노무현 정권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검증론에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어차피 노무현 정권에 호의적이지 못한 수구냉전세력의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검증받은 인사를 발탁하면 낡은 인물이라고 조져댈 것이 뻔하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집권하기도 전부터 흔들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메인 스트림 교체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커다란 이유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오히려 필자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바꾸라고 충고하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시대가 앞으로 역사성을 가진다면 그것은 시스템의 개혁이라고 믿는다. 끼리끼리 해먹던 시스템에서, 절차와 진정한 검증과정을 중시하는 시스템으로의 개혁이다. 그동안 바로 이 '끼리끼리'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로 나설 수가 없었다. 그것이 바로 기득권의 장벽이었다.

시스템의 개혁은 사람을 바꾸지 못하면 시도조차 할 수 없다. 검증론을 어설프다고 단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순리다. 메인 스트림이 교체돼야만 수십년의 낡은 기득권의 시스템을 개혁할 시늉이라도 낼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개혁에 낡은 인물들은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지 조금도 도움은 되지 못한다. 기존에 검증받은 인사들의 기용은 그야말로 전문성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자리에 그쳐야 한다.

***2) 청와대 시스템의 개혁을 위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는 정보의 독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통령은 국정원장이라든지, 국세청장 검찰총장 등 이른바 권력 핵심들은 물론 집권당의 대표 등으로부터 독대하는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독점해 왔다. 대통령의 정보독점이야말로 권위의 핵심원천이었다. 대통령은 또한 독대 시스템을 이용해 권력 핵심 인사들에게 충성경쟁을 강요해왔다. 이러한 정보 독점은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 유지에는 도움이 된지는 모르지만, 정보의 소통을 막음으로써 국가위기 대처나 경영에는 암적인 요소였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견해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비서진들을 활용해 행정부를 지배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비서진은 행정부 위의 행정부로 군림해 왔다. 정보를 독점한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이 나라의 권력서열은 대통령과 가장 자주, 혹은 가장 손쉽게 독대하는 사람 순서로 결정된다는 얘기까지 나왔을까. 이것이 낡은 시스템이다.

청와대는 비서진은 대통령의 정치-정책적 판단에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잘 이해하는 것은 물론 다시 확인할 필요도 없는 정치적 공감대가 이뤄진 사람들로 구성돼야 한다. 당연히 선거국면에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사람들이 청와대에 입성해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도 백악관에 선거참모들을 먼저 기용하는 이유는 선거과정을 통해 그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기를 거쳤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를 들고 싶지는 않지만 내친 김에 한마디 더 한다면, 청와대는 대통령의 진짜 참모들로 구성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넥타이 풀고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측근그룹들이 포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백악관의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을 생각하면 된다. 식당 안에서는 직위가 아니라 퍼스트 네임으로 서로를 부른다.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토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식당을 나서는 순간 미스터 프레지던트(우리 식으로 하면 대통령 각하)와 참모의 관계로 되돌아간다.

이것은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가. 핵심은 정보의 소통이다. 대통령은 특정한 사안들이 있을 때마다 필요한 참모그룹들과 논의하고, 그 과정 속에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시스템의 개혁이다.

노무현 당선자가 이런 청와대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386측근들을 비롯해 그와 정치행로를 같이 했던 인물들의 발탁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다. 386그룹의 부상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의 어설픈 검증론에 현혹될 필요는 없다. 어려운 시절 노무현 당선자의 정치철학을 믿고 따라왔던 이들보다 더 능력있고 허물없는 참모들을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물론 각료 인선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행정부는 이와 같은 측근 논리와는 다르게 진행돼야 한다. 집권하면 사방에서 달라붙는 자천(自薦)자들이나, 선거공신들의 추천은 가급적 배제하는 것이 좋다. 왜냐 하면 이것이야말로 '끼리끼리' 나눠먹기의 전형이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추천제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처음 해보는 국민추천제의 성과가 시원치 않다고 실망할 이유는 없다. 각료 인선에 훌륭한 선례를 확립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국민추천제는 훌륭한 몫을 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료 인선에서도 새로운 인물의 기용이 중요하다. 행정부야말로 제대로 경력을 밟아왔으나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해 사장됐던 인물들이 무수하다.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해야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인물들이 다수 발탁되기를 기대한다.

<p.s.> 이글에 인용된 몇가지 아이디어는 최근 우연찮은 기회로 만날 수 있었던 한완상 한성대총장에게서 힘입은 바가 크다는 점을 부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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