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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론의 본질과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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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론의 본질과 함정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83>

***주한미군 철수론의 본질과 함정**

***1) 노무현 정권과 친미자주 외교노선**

보수언론들이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주한미군철수 발언을 놓고 나라가 결딴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얘기하자면 입만 아픈 일일지도 모르나, 이러한 호들갑의 배경에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대미자주외교노선 때문에 주한미군이 철수할지도 모르게 됐다는 가짜 신화를 전파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자리잡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미국의 '미'자만 나와도 벌벌 떨었는데 왜 노무현 당선자만 자기 잘난듯이 대미자주외교 운운하느냐는 질문인 것이다.

최근 한미갈등의 바탕에 노무현 당선자의 대미자주외교노선이 있다는 보수언론이나 보수적인 학자들의 분석은 분명 맞다. 미국은 이라크 공격이나 대북봉쇄 등 공세적인 외교노선에 이전까지는 무조건 추종했던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내는데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미국이나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다만 무조건적인 친미에서 자주적인 친미로 넘어가는 한국적 상황과 시대적 코드를 읽고 있지 못할 뿐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적어도 국익에 관한한 미국의 이익이 곧 한국의 이익이란 무조건적인 등가관계를 부정하는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지지계층과 노무현당선자간에 코드의 일치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노무현 당선자가 무조건적인 친미노선을 걷고 싶어한다손 치더라도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지지계층의 심리 때문이다.

일종의 친미자주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새로운 움직임은 사실 김대중 정권시절 그 단초를 보였다. 물론 그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제적 명성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도 사실 미 클린턴 행정부라는 진보적인 민주당정권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점은 이같은 한계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클린턴 정권이 부시 정권으로 넘어가면서 대북포용정책이 삐걱댔다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2) 친미자주를 반미로 과대포장하고 싶어하는 냉전세력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자가 반미일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한국적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최소한 반미주의자는 될 수가 없다. 한때 공산주의자였던 박정희 전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미국에 도장받으러 갈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상황이 이를 웅변한다. 한국이 이라크처럼 막대한 양질의 석유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한, 한국이 리비아처럼 국제 테러리스트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 못한 한, 한국이 북한처럼 미국에 핵공갈을 칠 수 없는 상황인 한, 한국은 반미로 먹고살 수는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친미라는 제한된 상황 속에서 자주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의 산물이다. 과거처럼 미국의 우산 속에서 안주할 수는 없을 정도로 경제규모도 커졌고 국민의식도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다. 최소한 외교란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의 대외정책이 곧 한국의 대외정책이란 등식에서 비로소 정상적인 외교로 들어서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들어가는 길인데도 왜 이렇게 수구냉전세력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것은 한국의 주류세력 교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지금의 기득권세력들은 굴종적인 친미의 카테고리 내에서 형성된 것이다. 맹종외교에서 자주외교로의 전환은 곧 그동안의 주류들을 도태시킨다는 의미도 동시에 포함돼 있다. 노무현 당선자의 친미자주외교노선에 누가 딴지를 걸고 있는지만 봐도 이것은 너무나 명백한 일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친미자주외교노선을 공격하는 최상의 방법은 친미가 아니라 반미라고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이런 뒤집어 씌우기를 하기에는 주변 여건도 아주 좋다. 북한은 핵공갈을 계속하고 있고, 미국도 "이라크전쟁만 끝나봐라, 아주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라는 식이며, 김대중 정권이 수구냉전세력들의 반발 속에서 이룩했던 대북포용정책도 알고보니 김정일에게 뒷돈주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국민적 의혹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노림수는 결국 김대중 정권의 대북포용정책이 김정일 뒷돈 대주는 부도덕한 것이었다는 공격을 통해 노무현 정권의 친미자주외교노선을 반미주의로 몰아부치고, 이를 통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의 붕괴를 막고, 궁극적으로는 차기 총선에서 수구냉전세력들이 굳건히 살아남겠다는 데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매우 복잡한 노림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존하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호남의 반(反)DJ감정, 지역주의의 가능성 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겠다.

***3) 럼즈펠드 발언 뒤집어 보기**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했다는 얘기는 아주 일반적인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즉 "한국이 원한다면 그곳에 주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럼즈펠드 발언의 핵심이다. 물론 럼즈펠드가 이런 얘기를 한 것은 "까불면 미군 철수 해버릴거야"라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일종의 위협이고 공갈이다. 한국의 새 정부가 바라는 최소한의 자주 요구에 대한 답변 성격도 들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럼즈펠드 발언은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판단한다. 무엇이 거짓말인가. "한국이 원한다면"이란 전제가 완전히 거짓말이란 얘기다. 럼즈펠드의 본심은 "미국이 원한다면 한국에 주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야 맞다. 미국은 한국이 원한다고 절대로 군대를 철수시키지 않는다. 주한미군 철수가 미국 국익에 부합될 때만 철수할 것이다.

혹자는 필리핀의 미군철수를 예로 들면서 한국의 미군철수도 남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볼 때 필리핀과 한국은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의 아시아 외교는 궁극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는데 있다. 그 저지라인은 대만-한국-일본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이러한 저지라인의 핵심에 들어 있다.

럼즈펠드의 발언을 설혹 말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무엇보다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보통의 한국 국민들도 무조건적인 미군철수를 바라지는 않고 있다. 즉 미군철수의 전제인 한국인의 바람이란 것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필자는 진심으로 럼즈펠드의 발언이 미국의 약속이기를 빈다. 비록 먼 훗날의 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남북한의 통일이 목전에 다가왔을 때, 혹시라도 동북아의 국제정치역학상 미군의 철수가 한국 국민의 바람이 됐을 때, 군말 없이 지금 했던 약속대로 "한국이 원한다면 그곳에 주둔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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