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정태가 다시 주식에 손대려 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정태가 다시 주식에 손대려 한다"

1조원 투자키로, 9.11테러후 투자해 고수익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1조원 이상 주식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연일 계속되는 증시침체로 고심중인 주식투자가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권맨' 출신인 김정태 행장은 98년 행장 취임후 고주가 시절에는 주식투자를 금지시키고, 저주가 시절에는 과감한 주식투자로 큰 수익률을 올린 주식투자의 베터랑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 메리트가 있어 주식투자 계획 세워"**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4일 "종합주가지수가 500대로 떨어지는 등 증시에 `저가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해 주식투자 계획을 세웠다"면서 "다만 아직 변수가 많아 주의깊게 시장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워낙 싸기 때문에 더 떨어지더라도 20%정도 하락하는 데 그칠 전망"이라면서 "1조원을 넣어봤자 최대손실이 2천억원 안팎이 되는데 이는 감내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김행장은 또 "국민은행 규모에 수천억원 정도를 투입해봤자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규모가 최소한 1조원 이상이 될 것을 시사했다.

9.11테러 직후에 이어 1년반만에 두번째로 국민은행이 주식시장에 뛰어들려 하는 것이다.

***"1년뒤 주가는 신도 모른다"**

김정태 행장은 대신증권, 동원증권 등 증권가에서만 22년 잔뼈가 굵은 전형적 증권맨 출신이다. 이런 경력의 그는 98년 9월 동원증권 사장에서 주택은행장이 된 뒤 주식투자와 관련해 두가지 인상 깊은 족적을 남겼다.

첫번째 족적은 99년초 현대증권의 '바이 코리아' 붐이 용광로 같았던 시절에 남겼다.

그가 행장에 취임한지 몇달 지나지 않은 99년 연초부터 국내증시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세계금융공황을 막기 위해 미연준(Fed)이 98년 10월 초저금리 정책으로 선회하자, IMF 또한 우리나라에 대해 종전의 살인적 초고금리정책에서 초저금리정책으로 정책방향을 바꾸자 시중의 돈이 은행을 빠져나와 증시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바이 코리아' 돌풍이 몰아친 것이다. 당시 '바이 코이라' 붐을 주도했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은 "곧 주가가 3천선을 넘고 몇년 뒤에는 6천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바람잡았다.

돈이 빠져나가자 당연히 은행권에는 비상이 걸렸고, 이에 정부에 읍소해 단위형 금전신탁 판매를 허용받았다. 단위형 금전신탁이란 고객이 맡긴 돈으로 1년간 주식투자를 하는 간접투자상품의 하나였다. 이 신탁상품은 99년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모든 은행이 경쟁적으로 이 상품을 팔았다.

주택은행 신탁담당 실무진도 서둘러 상품 판매를 준비했고,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그런데 신문보도를 접한 김정태 행장이 펄쩍 뛰며 관계자를 불러 "누가 이런 상품을 팔라 지시했냐"고 질타한 뒤 "주택은행은 단위형 금전신탁을 팔지 않겠다"는 정정 보도자료를 배포토록 지시했다. 이날 뿌려진 보도자료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단위형 금전신탁은 완전 실적배당상품으로 투자원금의 손실도 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안정지향 성향의 고객 보호 차원에서 동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1년 뒤 주가가 어찌될지는 '신'도 모르는 일인데, 눈앞의 수수료 수익을 챙기려고 이런 상품을 팔았다가 고객에게 원금을 까먹는 손실을 입히면 귀중한 고객들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은행들의 비아냥 속에서 취한 단위형 금전신탁 판매금지 조치는 그러나 그로부터 1년뒤인 2000년 4월 김행장의 승리로 끝났다. 99년 7월 대우사태가 터지자 돈들은 썰물처럼 증시에서 빠져나갔고, 대다수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20~30%의 원금손실을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까짓 손해 봐도 한달간 열심히 벌면 되지, 뭐"**

두번째 족적은 9.11테러 발발직후 남겼다.

국민은행은 2001년 9.11 테러사태 직후 6천억원을 투자해 수익률이 최고 70%에 이르기도 했으며 이듬해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예대마진에 비해 크게 높은 수익을 남기는 등 주식투자 성적이 양호했다.

김 행장은 지난 2001년 11월15일 행정자치부 초청으로 과천 제2종합청사에서 8백여명의 국실장을 모아놓고 한 강연에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9.11테러후 세계증권시장이 폭락할 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를 비롯해 다들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을 대 나는 통합은행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국내 최대은행장으로 내정된 마당에 나름대로 국가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임원들을 소집했다.

정부가 증시안정자금을 조성한다고 해도 패닉 상태의 주식시장에 먹혀들 상황이 아니었지만 나는 임원들에게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우리라도 돈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정부로부터는 어떤 말도 들은 바 없다.

얼마 정도 투입하면 좋겠는지 말해 보라고 하자 1천억~2천억원 정도에서, 통이 큰 임원은 5천억원 정도 얘기하더라. 그러나 요즘처럼 공적자금이 마구 투입되어 아무나 '조' 단위를 얘기하는 시대에, 그 아래 단위는 국민들에게 별로 감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조' 단위는 투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임원들의 얼굴이 굳어져 아무도 말을 하지 않더라.

당시 종합주가지수가 4백70이었는데,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20%이상, 즉 3백80포인트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으리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일단 6천억원을 투입해 보기로 했다. 주가가 최대한 폭락한다 할지라도 1천2백억원 정도, 순손실로 치면 8백억~9백억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이니, 최악의 경우 한달 동안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셈 치면 되면 될 일 아니냐고 설득했다.

그래서 9월말까지 5천억원을 투입했는데, 금세 주가가 올라 8백50억원을 벌었다. 모두가 증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던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증시에 돈을 투입했을 때 외국인들로부터 '정부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으나 주가가 올라 돈을 버니까 잠잠해지더라."

***세번째 승부수의 결과는?**

김정태 행장의 이번 주식투자 발언과 관련, 일각에서는 9.11테러 직후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4일 경제장관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최근의 경제불안에 대해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시점에 김행장의 주식투자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또 주택담보 대출이 막히면서 마땅히 돈을 굴릴 데가 없자 주식시장에 뛰어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뭐라 말할 시점이 못된다. 이번 김행장의 결정이 순수한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지, 아니면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중요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과연 김행장이 행장 취임후 세번째로 던지는 주식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금 시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펀드매니저는 "월가에서는 워렌 버핏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면 다른 투자가들도 그를 믿고 주식을 사들여 주가가 오르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이번에도 김정태의 판단이 맞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앞으로 그의 영향력은 은행권을 넘어 증권가에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