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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욕심 버리고 설계에만 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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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욕심 버리고 설계에만 열중하라"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78>

***대통령직 인수위의 불협화음이란 보도에 대한 몇가지 생각**

***1) 새로운 정권의 설계자, 인수위**

아직 출발도 채 하지 않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정말로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가 뭐라고 하든 말든 노무현 정권은 분명 과거 정권과 '확실히' 다른 정권이 될 것이 분명하고, 대선의 드라마틱한 전개 자체가 그러했지만 노무현 정권은 긍정적인 한국현대사 발전의 필연적인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새정권을 길들여보려는 수구기득권세력들의 발호가 뻔히 보이는 터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해본들 자칫 되지도 않은 훈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훈수 따위를 늘어놓을 때가 아니며, 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중의 주역인 노무현 당선자의 발걸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가는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노무현 정권이 갖는 역사성을 빼놓는다면 대통령직 인수위란 요식행위요 절차에 불과했을 것이다. 인수위가 나라를 운영할 것이 아닌 이상 김대중 정권으로부터 노무현 정권으로 물흐르듯 넘어가는 징검다리라는 역할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이 갖는 역사성이란 대체 뭔가.

김대중 정권이 갖는 의미는 진정한 야당으로의 정권교체였다. 야당으로 정권교체를 방해하려는 군사정권의 잔재들은 두 김씨(김대중-김영삼)를 이간질시켜 '가짜 보통사람'(노태우)을 집권시키는데 성공했으며, 더 이상 술책이 불가능해지자 이번에는 김영삼씨를 유혹해 반민반군(半軍半民)의 정권을 탄생시킴으로써 정권연장에 또다시 성공했었다. 김대중 정권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87년 6월항쟁 이후 10년이란 세월을 참고 견디어낸 결과물이요, 진정한 의미의 야당집권이었다.

하지만 김대중 정권은 역사적으로 볼 때 헤겔식 표현을 빌면 '양적 변화'에 불과했다. 야당으로 집권했지만 그 인프라는 군사독재정권의 구조나 의식과 별다를 바 없었으며, 그것은 곧 정권의 한계 가운데 하나로 작용해 정권말기의 '처참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무현 정권은 '질적 전환'의 단계에 해당한다.

낡은 패러다임을 깬다는 것, 변화와 개혁이란 화두 속에 집약된 질적 전환의 내용물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등 전반에 걸쳐 수십년의 세월 속에 누적된 극소수 수구기득권세력들의 손아귀에 집중된 사회적 권력을 새롭고 공정하게 분배하라는 시대적 요구다. 노무현 당선자가 인사부분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국민추천제를 들고 나온 것도 그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비단 인사 뿐 아니라 정권 전반에 걸쳐 앞으로 눈부신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직 인수위는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초석을 닦는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수구기득권세력들의 세뇌에 익숙한 국민 대다수에게는 다소 불안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인수위에 포진한 것도 이러한 역사성 속에서 바라봐야만 불안이 제거될 수 있다. 말하자면 대통령직 인수위는 새정권의 설계자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2) "이제는 당신들이 바로 메인 스트림"**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새로운 정권의 초석을 다진다는 역사성은 필연적으로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정권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권의 인프라는 수구기득권세력과의 일정한 타협속에서 나온 결과물이어서 전혀 새로운 설계를 원하는 사람들과 기본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통이 없는 변화는 이미 변화가 아니다. 인수위 내부에서 보이는 불협화음은 사실 필연적인 과정일 뿐이다. 역사는 큰 틀에서 민의에 맞춰 흘러가는 것이지만, 미시적으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개혁세력과 수구세력이 온통 뒤엉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사이고 보면 이런 저런 잡음이 나오는 것 자체가 실은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신호일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불협화음을 확대재생산하려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본질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이 현실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본성상 순순히 물러서는 사람들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순리에 따른다면 이러한 역사적 발전을 위한 인고의 세월이 도대체 필요했을 리가 없다. 당연히 보수반동의 기운이 도처에 잠복해 새정권의 설계자들을 흠집내는 일도 생기고, 이간질시키는 일들도 빈발하는 것이다.

인수위에 참여한 인사들이 이러한 역사성을 모르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복잡다단하게 흘러가는 인간사의 미묘하기 짝이 없는 현실적인 균형, 그 점진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미숙해 보인다. 쉽게 얘기해서 메인 스트림의 예법에 익숙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잘못된 예법을 따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인수위에 참여한 인사들은 자신들이 원했든 원치 않았던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의 메인 스트림으로 등장했다. 노무현 당선자가 후보시절과 본질적인 입지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인수위에 참여한 인사들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책임있는 자세, 신중한 자세는 이들이 스스로 메인 스트림(주류)이라는 현실을 자각할 때 저절로 생성된다고 믿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역사는 큰 틀에서 긍정적으로 발전해 나간다 하더라도 그 속도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만큼 빠를 수 없다. 노무현 당선자의 점진주의도 이러한 현실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는다. 욕구와 현실과의 조화. 이 문제에 대해 천착한다면 인수위의 불협화음은 사실 별 게 아니다. 물론 노무현 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독점적인 지위를 잃어버릴 것이 분명한 극소수 수구기득권세력들에는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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