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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적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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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적은 누구인가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73>

***노무현 정권 초기의 한나라당 핵분열에 대한 전망(中)**

1. 절반의 표심을 잘못 읽고 있는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심리는 거의 공황상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런 공황은 아마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대격변을 향한 태풍 직전의 고요 속에 있다. 어떻게 변해갈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한나라당이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으나 민주당의 노무현 당선자와 큰 표차가 난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절반 가까운 이 나라의 유권자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다. 왜 그들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을까. 지금 한나라당이 새겨봐야 할 대목은 바로 이점이다. 지지자들의 욕구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는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선거에 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지지자들의 표심 파악을 간과하고 있다. 당내 개혁파들은 민주당을 지지한 표심이 이 나라의 전체적인 민심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당내 수구세력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무작정의 공포심리에 젖어들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세력들을 분석하자면 층위는 다양하다. 하지만 극소수의 수구기득권 세력을 제외하고 많은 유권자가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일차적인 이유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반감이었을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불안감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겠다. 노무현 당선자를 불안하게 여긴 것은 물론 노 당선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급격한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다.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대부분 논리적이고 명확한 지지이유를 갖고 있었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일종의 반대논리만 있었을 뿐 명확한 자기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아니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가 그러한 설득논리를 개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더 맞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는 결국 지지계층의 극소수인 수구기득권세력의 대변자임을 자처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그만큼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은 한나라당 역시 자기변신을 꾀한다면 개혁과 변화의 시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일 수도 있다.

2. 한나라당이 개혁추세와 노무현 당선자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정치보복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했던 김대중 정권까지의 경험이 지금 한나라당을 두렵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당선자가 비록 소수정권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집권 경험에서 볼 때 대통령이란 자리는 결코 어수룩한 자리가 아니다. 털면 먼지 안날 수 없는 구정치의 패러다임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개혁을 앞세우며 파상공세를 벌일 때 견뎌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젖을 수도 있다. 정계개편을 하지 않겠다고 노무현 당선자가 약속했지만 입에 발린 얘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노무현 당선자나 시대적 개혁추세가 아니다. 그들을 지지한 표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의 지지를 유지시켜나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만들지 못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개혁도 중요한 가치지만 그렇다고 보수가 거기에 비해 떨어지는 가치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상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느냐는 점이며다.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혁과 보수가 서로 토론하면서 절충하고 조금씩조금씩 스스로의 위상을 국민 전체의 공의에 맞게 변모시켜 나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도 망가져서는 안될 정당이다. 그들도 존재가치가 있으며, 그러한 가치를 창출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려 있다.

한나라당은 그들을 지지한 다수가 수구기득권계층을 지지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도우파적인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극우적으로만 비쳤던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 더 시급한 일이지,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한나라당식 개혁은 바로 건전한 보수지지자들을 견인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거기에 맞게 당내 인적 교체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 그것이 이회창 후보가 정계은퇴를 하면서 주문했던 한나라당식 환골탈태다.

모든 권력은 보수란 말이 있다. 노무현 당선자가 보이고 있는 향후 정국운영의 핵심은 "할 수 있는 개혁은 하고 할 수 없는 개혁은 안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노무현 당선자는 개혁을 추진하되, 국회 동의가 필요한 것들은 한나라당이 협조하면 할 것이요, 한나라당이 극우회귀의 길을 걸으면서 사사건건 딴지를 건다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을 지을 것이다. 개혁을 바라는 노무현 지지자들에게는 불만을 살지 모르지만, 노무현식 개혁의 원칙과 절차주의는 오히려 보수적인 표심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한나라당이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자기혁신을 하지 못하고 구정치적인 행태를 답습한다면,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보수적인 표심은 기어코 그들을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한나라당에게는 희망이 없다. 이미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시대적인 추세에 노무현 당선자가 맞는 인물인지도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수구세력의 지지란 망상에 더 이상 사로잡혀 있을 시간이 없다.

한나라당에게 진정한 적은 노무현 당선자나 개혁을 향한 시대적 추세가 결코 아니다. 진정한 적은 바로 그들을 지지했던 표심마저 제대로 읽지 못하는 당내 구주류들이요,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정치행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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