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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해체론에 대한 몇가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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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해체론에 대한 몇가지 단상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72>

***"민주당이 정말로 해야 할 개혁은 무엇인가”**

***1. 현실에 대한 인식**

민주당이 개혁이란 명제를 놓고 내부갈등이 있는 모양이다. 대선 국면에서 한나라당과 달리 일치단결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던 민주당이기 때문에 선거 직후부터 이런 진통은 예견됐던 일이고, 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개혁이란 화두를 놓고 갈등과 진통의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도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다.

거듭 태어나도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까 말까 하는 한나라당은 정작 ‘재검표’란 이상야릇한 카드로 당내 개혁세력들의 목소리를 잠재워놓고 있는 상태여서 갈등과 진통국면인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상대적 호감도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민주당내 진통을 과거처럼 추잡한 정쟁(政爭)으로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잠잠하기만 한 한나라당을 더 한심하게 취급할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적은 오히려 태풍 직전의 고요라고 봐야 한다. 재검표문제가 일단락되면 한나라당은 대격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민주당내 개혁파들도 그렇고, 기회주의자로 매도되고 있는 구주류도 마찬가지지만, 민주당이 처한 현실이나 시대적 과제나 추세, 정치에 대한 중장기적인 전망에 대해 그렇게 심사숙고하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처한 현실은 그렇다면 무엇인가. 그것은 대통령을 연속으로 배출했긴 하지만 내년 총선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원내 소수정당이란 사실이다. 노무현 당선자도 공언했고, 지금같은 현실에서는 가능한 일도 아니며, 그렇게 해서도 안되겠지만, 한나라당의 의원들을 빼내오는 식의 정계재편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총선전 소수정당을 극복할 길이란 없다.

그렇다고 우회로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을 재창당해서, 한나라당의 이탈자들을 선별해 받아들이는 식의 방식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 그런가. 명분은 개혁세력들의 대연합이라고 둘러대겠지만 지금 국회의원들 가운데 개혁세력이라고 할만한 사람들로 과반수를 구성할 수가 없다. 자칫 청산대상 세력들의 대연대로 끝날지 모른다. 내각제 개헌 운운하는 목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혁이 이 시대의 피할 수 없는 추세요 과제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선거라는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그 바탕이 마련된 것이며, 앞으로의 개혁도 그러한 합리적인 절차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에 대한 자각도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상대방이 반칙을 범했다고 나까지 반칙을 범해서는 안된다. 분하고 억울하고 응징에 대한 욕구는 크겠지만, 그럴수록 정당한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 응징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료들이 서둘러 해서 될 일은 아니다.

노무현 당선자가 정권을 아직 인수받기 전의 행보도 결국은 정당한 절차에 대한 중시라고 볼 수 있다. “아무 볼 일도 없이 미국 갈 일은 없다”는 노무현 당선자의 확고한 자주외교철학이 있기 때문에 한미연합사를 방문하건, 반미집회를 자제해달라고 당부를 하건 그를 믿을 수 있는 것처럼, 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만 있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점진주의로 나간다고 나무랄 국민들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 개혁이 ‘원칙’이라면 정당한 절차와 점진주의는 ‘상식’이다. 노무현식 개혁을 제대로 날 수 있게 만드는 두개의 날개는 바로 이 원칙과 상식이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추락을 면할 길이 없다.

***2.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인에 대한 청산의 여부는 결국 국민이 결정한다. 개혁이란 화두에 저항할 사람은 없다. 저항해본들 국민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적 청산은 국민의 몫으로 남겨두고, 제도와 절차의 개혁에 주력해야 한다. 무엇이 정치개혁의 핵심인가. 바로 공천방식의 개혁이다.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상향식 공천이 돼야만 한다. 이것이 노무현 당선자를 선택한 민심의 바라는 정치개혁의 첫 출발점이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이 장악하고 있는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제는 오히려 하향식 공천방식만도 못하다. 국회의원에 출마할 후보 역시 국민경선방식으로 치뤄질 수 있도록 당내개혁을 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이 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는 일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모든 정치의 해악은 공천 자체에 국민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밀실공천방식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돈을 보스에게 갖다바쳐야 했고, 어차피 국민들의 의향과는 관계없이 후보가 된만큼 선거때가 되면 돈으로 표를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금권정치와 정경유착, 그로 인한 부정부패는 바로 밀실공천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었다.

공천과정에서부터 다수의 유권자가 주체로 참여하게 될 때 진정한 정치개혁은 가능하다. 결국 민주당내 개혁파들의 임무는 바로 이러한 과정이 큰 시행착오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이러한 것이 가능하도록 체제를 정비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은 좋은 조건이 구비돼 있다. 노무현 당선자를 선택한 민심이 개혁을 견인해주고 있다. 그리고 당내 인사들도 이미 대선 전에 확연하게 구분이 되고 있었다. 즉 적극적으로 노무현 당선자들을 도왔던 사람들과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구분이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논공행상이 나쁜 것은 아니다. 공을 세운 사람이 전면에 등장해서 제도개혁을 추진해 나가고,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던 사람들은 뒷전으로 물러나면 그뿐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 속에서 뒷전에 있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반성하고 개혁에 동참할 수도 있다. 결국은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줄 것이다.

세상은 선의를 가진 소수의 사람과, 그보다는 더 많은 악의의 무리들, 그리고 대다수의 무관심계층으로 이뤄져 있다. 노무현당선자가 가능했던 것은 대다수의 무관심계층이 선의를 가진 소수의 사람을 지지했기 때문이었다. 지구상의 어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불가능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민심의 후원을 받고 있는 민주당내 개혁파가 초조하게 서두를 일이 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원칙과 상식의 노선 속에서 차분히 제도개혁에 주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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