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17일 검찰에 대해 한나라당이 제기한 의혹사건들에 대한 엄정수사를 주문했다. 동시에 한나라당 요구대로 금융감독위원장도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노 당선자가 이처럼 한나라당 요구를 전폭 수용하기로 한 것은 의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협조를 얻어 취임 초기에 신속히 국정을 장악하는 동시에, 김대중 정권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돼 향후 정국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의혹사건 수사, 인사청문 대상 확대 등 한나라당 요구 전폭 수용**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노 당선자가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와 전화 통화를 갖고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서 대표가 `개인적 사정' 때문에 확실한 응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당선자는 서 대표를 만나 몇가지 생각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 제기한 몇가지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고려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본다"면서 "취임 전까지 수사가 안된다면 취임 이후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의혹사건 문제로 국정수행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는 뜻을 노 당선자는 서 대표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최소한 정부출범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도와달라는 것이 당선자의 뜻"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사청문회와 관련해서도 "인사청문회법 개정 전이라도 국회가 검증을 원한다면 해당자를 국회에 보내 인사하고 질문받고 설명드릴 용의가 있다"면서 "국회가 원한다면 그런 과정이 TV를 통해 중계돼도 좋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청문회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청문회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인사청문 대상과 관련해서도 "여야간 검증대상으로 추가로 의견을 모아서 합의한다면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빅4' 이외에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금감위원장도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킬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대북 4천억 지원설과 국정원 도청 의혹, 공자금 비리를 3대 의혹으로 규정한 뒤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도입을 통한 철저히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다. 한나라당은 이들 3대의혹 외에도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의혹, 안정남 전 국세청장 비리의혹, 조풍언 게이트 등 4가지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해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6일에도 총무회담을 갖고 대통령직인수법 제정 및 인사청문회법 개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금감위원장의 인사청문회 대상포함 여부와 3대 의혹사건에 대한 국조.특검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을 겪어 오는 22일 인수법의 국회통과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노당선자의 두가지 노림수**
노 당선자의 이같은 제안은 그동안 한나라당이 공세를 펴온 요구사항의 대부분을 전폭 수용하겠다는 것이어서,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도 크게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취임 전까지 수사가 안된다면 취임 이후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노 당선자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향후 비리의혹 수사가 급류를 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이 대선전 인사청문 대상으로 민주당과 합의했던 '빅4' 약속을 대선후 깨고 금감위원장을 추가할 것을 요구한 대목에 대해서까지 전폭적 수용의사를 밝힌 대목은 노 당선자의 한나라당과의 대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되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처럼 노 당선자의 대화의지가 분명한 만큼 한나라당으로서도 더이상 대화를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금명간 노당선자와 서청원대표간 회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 당선자측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새 정부의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집권초기에 신속히 국정을 장악하기 위해선 의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하며, 미국에서처럼 최소한 집권후 6개월간은 허니문 데이가 필요하다는 게 노 당선자의 판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의 파격적 대화제안은 이를 위한 노력으로 해석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가 일각에서는 노 당선자의 발언 이면에는 이같은 목적외에 DJ정부와의 결별 메시지도 포함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어 앞으로 청와대의 대응이 주목된다.
***검찰 수사행보 빨라져**
노 당선자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따라 각종 비리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공안2부(황교안 부장검사)는 내주부터 주요 정치인을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우선 실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현재 도청의혹 관련 고소인은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민주당 김원기.이강래 의원, 신 건 국정원장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이부영.안상수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9명 등으로, 검찰을 이들 중 우선소환 대상을 선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전화통화를 도청당한 당사자로 지목된 주요 정치인과 기자 등 30여명중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참고인 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현대상선 4천억원 대북송금설 의혹 등 여타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돼, 수사결과에 따라 한차례 거대한 정치적 파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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