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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양한 '스몰 딜'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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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양한 '스몰 딜' 있을 수 있다"

文대통령 손에 들린 김정은 설득 카드는?

11일(현지시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톱다운' 대화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이끌어냈다. 양국 정상은 4차 남북 정상회담,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에도 열린 자세를 보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빅 딜'을 북미 협상의 기본 원칙으로 강조하면서도 단계적 '스몰 딜' 가능성을 열어뒀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국면이 장기화될 수도 있는 시점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은 문 대통령은 운신의 폭을 다소 확보했다. 청와대는 "조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도록 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즈음한 이달 말이 주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제약도 분명히 드러났다. 백악관과 미 국무부는 정상회담 뒤 "양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 동맹을 재차 '린치 핀(핵심 축)'으로 강조한 반면, 남북 정상회담이나 북미 정상회담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이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고,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온도차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더라도 "빠른 과정이 아니다. 그것이 빨리 진행된다면 적절한 딜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일괄타결식 빅 딜이 담보되지 않은 이벤트성 만남은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렸다"며 공을 넘겼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를 추동할만한 확실한 카드를 손에 쥐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잘랐다. 남북 관계 진전 속도를 북미 관계에 구속시켜온 미국 측 기존 입장과 일치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스몰 딜을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현 시점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제거하는 빅 딜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스몰 딜 내용이) 어떤 것인지 봐야 한다. 다양한 스몰 딜이 있을 수 있다. 단계적으로, 부분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비핵화 전까지 어떠한 제재 완화도 없다던 미국 측 입장에 비쳐보면 한 걸음 물러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스몰 딜' 언급에 주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점진적 합의에 열려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워싱턴포스트)이라고 해석했다. <뉴욕 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협상을 살려내기 위한 스몰 딜, 즉 단계적 접근법에도 문을 열어뒀다"고 평가했다.

한미 정상이 어떤 스몰 딜을 논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경제적 분야의 제재 완화 문제에 일부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현재 인도주의적인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이 북한에 식량 등 다양한 것을 지원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 시사했던 내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제재 완화에 약간의 여지를 두고 싶다"며 그 사례로 "비자 문제"를 언급했다.

이는 인도적 지원단체들의 방북 제한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폼페이오 장관이 9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나 대북 영양지원 문제를 논의한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일만한 유인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경제 재재와 관련된 유엔 대북 제재 결의 5건의 해제를 요구했던 북한의 눈높이에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또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상징적인 남북 경협 사업이 다시 한 번 미국의 반대에 가로막힌 것으로 드러나면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정부에 대미 추종에서 벗어나 남북 관계의 자율성을 확보하라고 촉구해온 북한이 문 대통령의 중재력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한반도 정세에 관한 총의를 모아가고 있는 북한이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점은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이다.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노크하는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이 어떤 응답을 하느냐에 따라 비핵화 협상 재개냐 장기 교착이냐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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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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