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야당은 문 후보자 보고서 채택에만 동의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 청문보고서도 채택해야 한다고 맞섰다.
12일 문형배·이미선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파행되는 등 인사 파문 정국 대치가 날카로워졌다. 야당은 문 후보자만 '적격' 의견으로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까지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이 후보자는 재산 46억6855만 원 중 35억4500만 원이 주식이고, 본인 명의로 6억6589만 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은 주식 과다 보유 논란을 받고 있는 이 후보자에 대해선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로 열린 이 날 법사위 회의에서 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집권여당인 민주당 송기헌 간사가 이미선 후보자의 안건도 같이 상정하지 않으면 이 회의 소집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을 고집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자 일부만이라도 청문보고서 채택이 합의된 상황에서 여당이 합의된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을 거절하는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기가 차다. 이런 코미디가 어디 있냐"고도 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자에 대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주겠다는데 그것도 마다하는 상황에 대해선 민주당과 청와대가 뼈저리게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국회 역사상 이런 일이 있었나 싶다"며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자를 여야가 '적격' 의견으로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를 했는데도 의사일정을 거부해 채택을 거부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잘못된 판단을 책임지고 하루빨리 회의에 복귀해 문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는 채택하는 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법사위 간사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미선 후보자도 '부적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같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안건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오늘 중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하는데 야당 입맛에 맞는 사람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부적격이라고 하면 (부적격으로) 같이 올려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게 맞다"며 "적격이라고 나오면 좋겠지만 청문회 경과와 과정을 보고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양쪽 의견이 (적격과 부적격으로) 나와 있다고 써서 올리는게 맞다"고 했다.
송 의원은 또 "(이 후보자의) 주식 거래 자체에 불법성이 없기 때문에 많이 보유했단 것만으로 부적격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청문회 하기 전에는 주식이 굉장히 많아서 의심스럽게 생각했는데, 청문 과정을 보니 주식거래 자체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후보자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는 이날 라디오 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내부자 정보나 불법적인 정보를 이용해서 거래한 것은 아니고 그런 것이 엄청난 문제가 된다는 것도 변호사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지금 논란이 되는 회사들 입장에서도 일개 개인 투자자인 저에게 그런 정보를 제공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그런 의혹이 확산되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 후보자의 명의로 주식에 투자했다는 지적에는 "재산이 거의 대부분 제 명의로 돼 있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집사람의 소득으로 투자한 부분이 있으니까 집사람 명의로도 일정 부분을 해 둬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 변호사의 방송 출연에 대해서도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어제 오후 오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적극 해명하라고 했다"며 "민심에 정면으로 반하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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