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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 北 권력 2인자 등극, 북미 협상 긍정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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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룡해 北 권력 2인자 등극, 북미 협상 긍정 신호?

"거친 화법 김영철보다 미국은 최룡해 선호할 것"

북한이 제14기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라는 직책에 임명했다. 최 부위원장이 명실상부한 북한 권력구조의 2인자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염두에 두고 인사를 단행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방송은 이어 최 부위원장이 이번에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도 선출됐다고 전했다.

최 부위원장은 기존 국무위원회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와 함께 공동으로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최고인민회의 이후 구성된 국무위원회에서는 단독으로 제1부위원장에 선출됐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이전과 동일한 부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최고 실세로 평가받았던 최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다음인 제1부위원장을 맡으면서 향후 북한 내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명실상부한 2인자로 공식화된 그의 위상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룡해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뿐만 아니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도 임명되어 국무위원들인 리수용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장, 비핵화 협상을 총괄 지휘해 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을 이끌고 대미 협상도 관장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그 결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것과 과거에 인민군 총정치국장직을 맡아 군부에도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최룡해가 대외협상에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두고 "향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거친 화법으로 인해 그를 불편해하던 미국 입장에서는 김 부장보다는 최 부위원장을 선호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미 협상이 보다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 본부장은 또 "과거 국무위원회는 대외협상과 관련해 거의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이 신설되고 국무위원회에 북한의 외교 관련 실세들에다가 최선희 외무성 부상까지 들어감으로써 외교 라인이 대폭 강화됐다"며 "이는 향후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미국과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과거 중국과 러시아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파견된 바 있는 최룡해는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김영철 대신 최룡해가 김 위원장의 특사로 대미 외교의 전면에 나선다면 북미 간의 비핵화와 재재 완화 협상에도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한편으로는 최 부위원장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함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도 선출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지위가 좀 더 명확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지금까지 헌법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해왔다.(117조) 지난 2016년 국방위원장이 국무위원장으로 바뀌면서 헌법에 별도 절이 추가되어 국무위원장이 '공화국 최고령도자'(100조)이지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관계가 애매모호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최룡해)이 국무위원장 아래인 제1부위원장으로 조직됐다면 대외적 수반은 국무위원장이 되는 것이 맞다"면서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김정은이 빠진 것도 그런 점에서 국무위원장의 지위를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헌법 수정이 있을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김정은은 북한의 대통령을 꿈꾼다.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북한의 '프레지던트(president)'"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인사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가 하루 이상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후 북한이 어떤 발표를 하는지 확인한 뒤에 평가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이틀 이상 개최하는 것은 지난 2000년 이후로 19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정부는 이번 인사가 세대교체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보면 북한의 큰 통치구조 변경은 없는 가운데 김영남, 최태복 등 고령자가 물러나는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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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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