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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욕구분출의 속도조절할 때"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70>

***혼란을 부추기는 수구세력에 대한 경계론**

***1. 왜 혼란스러워 보이나**

지금 우리 사회에는 온갖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를 만들어낸 힘, 바로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이란 결국 구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판을 짜야만 한다는 바람인 것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했던 평균적인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노무현 당선자를 도와줬던 핵심적인 그룹들도 모두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 이런 저런 희망과 아이디어를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욕구분출의 시대요, 희망의 백가쟁명시대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김대중 정권의 등장은 정치권 주류의 교체, 즉 정권교체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나 노무현 정권의 출범은 정치권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적인 주류 교체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온갖 욕구의 분출은 이런 맥락에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솟아오르는 욕망의 분출은 그에 못지 않은 반동을 불러일으킨다. 뒤짚어져야 할 구질서를 지탱해 왔던 사람들이 앉아서 순순히 기득권을 내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 때와 달리 벌써부터 한나라당을 비롯한 구질서 지탱의 주역들이 노무현 정권 흔들기에 열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질서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서 정치권 상층부의 주류만 교체됐다면, 적당한 길들이기를 통해 “같이 잘먹고 같이 잘 살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할 것이지만 노무현 정권의 성격은 또 한차원 높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 전체의 주류교체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이들이 한마음으로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했지만 따지고 보면 이들 역시 균일한 지지층은 아니었다. 개중에는 보다 급격한 질서 개편을 희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현실을 인정하면서 보다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를 돕는 그룹들도 역시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직 인수위와 행정부 관료들간의 충돌, 인수위 내부에서 종종 보이고 있는 언론개혁, 재벌개혁 등에 대한 엇박자. 정권비리 청산문제를 놓고 보이는 노무현 당선자 측근그룹들간의 이견, 심지어는 검찰과 경찰조직간의 주도권 싸움. 이 모든 것은 욕구의 분출이 필연적으로 빚어내는 이해(利害)의 충돌현상이다. 이해의 충돌은 또한 혼란으로 비친다.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혼란이기도 하지만, 수구세력들은 이러한 혼란을 과대포장하고 증폭확산시킬 채비를 충분히 하고 있다.

***2.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 당선자의 입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후보시절에는 지지계층의 열망을 담기만 하면 됐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된 지금은 기존의 행정조직과, 나라를 지탱해온 기본적인 인프라를 일단 포용해야만 한다. 혁명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한 변화와 개혁의지의 승리에는 점진주의가 전제돼 있다. 이제는 점진주의를 이야기할 때다.

점진주의 속에는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았던 나머지 사람들의 희망에 대한 반영도 포함돼 있다. 척결해야 할 대상은 이땅의 보수적인 국민들이 결코 아니다. 보수주의에 기대면서, 실은 금권주의, 정경유착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던 한줌도 안되는 수구세력들, 대다수 국민들을 천민시하면서 대대손손 특권과 독점적 지위를 연장하려 했던 이들. 그리고 그들의 체제유지방식. 개혁돼고 극복돼야 할 대상은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개혁은 말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권을 운영하면서 하나하나 검토하고 분석하고 미래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에 넣어야 한다.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계층들간의 엇갈리는 이해를 조절하거나 불가피하게 특정 계층에 다소 양보를 요구하는 대목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욕구를 조절하면서 이해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벌써부터 노무현 당선자의 대미(對美)발언에 대한 지지자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언론개혁과 재벌개혁에 대한 인수위 내부의 엇박자에 대한 불만들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지만 수구세력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틈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한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공통적으로 믿었던 신뢰는 노무현 당선자가 언명했던 ‘상식과 원칙주의’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신뢰는 지속돼야 한다. 당장 아쉽게 생각되더라도 노무현 당선자의 상식과 원칙을 믿어야 한다. 아직 그는 대통령에 취임도 하지 않았다.

욕망의 분출은 물론 소수정권일 수밖에 없는 노무현 정권을 후원하는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욕구분출의 속도조절이 필요할 때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은 쉽게 달아오르는 함석냄비가 돼서는 안된다. 천천히 달아올라 쉽게 식지 않는 무쇠가 돼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개혁을 현실적으로 이룩하게 만드는 진정한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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