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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자와 한국 부자의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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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자와 한국 부자의 다른 점

소로스, 빌 게이츠, 폴 뉴먼 "상속세 폐지말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증여.상속세 완전포괄주의에 대해 재벌과 부자들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자본주의 정신에 반(反)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그러면 현대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로스, 빌 게이츠, 폴 뉴먼 등 "상속세 폐지말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는 2010년까지 상속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경기부양책의 일환이다.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다수 미국부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진짜 부자'들은 그렇지 않다.

미국 최고의 부자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의 부친 빌 게이츠 2세, 증권왕으로 두 번째 부자인 워렌 버핏 등이 최근 부시의 유산세 폐지에 격렬하게 반대하며 상속세 폐지 반대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반대 청원에 서명한 이들은 이들 외에도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 언론재벌 테드 터너, 록펠러 가(家)및 루스벨트가 사람들 그리고 영화배우 폴 뉴먼 등 내로라 하는 각계의 거물들이 망라돼 있다.

퀀텀펀드의 소로스 회장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세상에 살고 있고 이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에 유익하다고 볼 수 없다"며 "상속세의 폐지는 이런 경향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상속세 폐지가 자선단체 기부 의욕을 떨어뜨리는 한편, 국가 재정적자가 악화되면서 경제에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줘 결국 금리가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로스는 "세금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유쾌하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금이나 죽음을 폐지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 전역을 순회하면서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빌 게이츠 2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가계의 상층부 1%가 민간 부의 38%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행법에 따르면 10억 달러 재산을 가진 자는 사후 4억9천만 달러를 내놓아야 한다"면서 "상속세가 폐지되면 상속자는 그만큼 더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만큼 부의 편중이 심각한 만큼 "상속세가 폐지되면 현재 상층부의 2%가 갖고 있는 부(富)가 국가 어젠다에 지나친 영향력을 가질 정도로 팽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유산세는 연방세수의 1% 가량인 3백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게이츠는 "지난 몇십년간 상층부 미국인들의 부가 급증해 과세대상 부가 1천3백62억달러에 달하고 이들이 사망하는 나이에 이르렀기 때문에 유산세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의 부는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의 강력한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상속세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르다. 한국은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재산을 남겼느냐를 놓고 세금을 매기지만 미국은 누가 얼마의 유산을 받았느냐로 따진다. 그래서 상속세라기보다는 '유산세'로 불린다. 원어로도 'estate tax'이며, 'death tax'라고도 불린다.

미국에서 상속세 폐지론이 나온 근거는 첫번째 이중과세(tax on tax)라는 점이다. 상속세를 내기 전의 소득은 이미 세금을 문 것인데, 여기에 최고 55%에 달하는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경영자들이 사망한 후 농장이나 기업을 물려줘 정상정인 경제활동이 계속되도록 해야 하는데, 과중한 세금를 내려다 보니 농장이나 기업을 매각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 2세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부자들은 사회에 특별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반박한다. 요컨대 "부자들의 부는 자본주의에 대한 사회의 강력한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이츠는 "우리 경제의 엄청난 발전을 이끌어낸 원동력 대부분은 대학과 실험실에서 시작됐다"면서 "그 대부분이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국내에선 상속.증여세 탈세 움직임 본격화**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4월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제안이 나온 적이 있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상속세 폐지의 시사점과 한국 제도의 개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도 미국처럼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체계가 완비되는 것을 전제로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개선방안으로 내놓은 것도 △비(非)상장주식의 상장이익과 전환사채 등 주식전환이익을 변칙증여로 보는 제도의 폐지 △사망전 일정 기간내에 피상속인이 처분한 재산이나 채무에 대해 상속인이 입증하거나 상속세에 가산하는 제도의 폐지 등 편법적 부의 세습을 옹호하는 것이었다.

이런 흐름은 지금도 여전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상속.증여세에 관한 완전포괄주의 과세 방침을 거듭 밝히자 벌써부터 변칙 상속과 증여를 위해 무기명 채권 구입 등 탈세 움직임이 읽히고 있다.

한 예로 명동 등 사채시장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기 이전에 무기명 채권을 구입하려는 열기로 채권값이 급등하고 있다. 상속 금액이 30억원이 넘는 경우는 상속·증여세 세율 50%를 적용받아 15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러나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무기명채권 30억원어치를 샀다면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한 예로 1만3천원짜리 채권을 웃돈을 주고 1만6천원에 30억원어치 사들이면, 정상시가보다 6억9천2백만원을 더 준 셈이지만 상속세 15억원을 아낄 수 있으므로 오히려 8억8백만원을 절약한 셈이 되는 것이다.

전경련의 손병두 부회장도 지난 1월초 "완전 포괄주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는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하는 등 재벌들의 반대 움직임도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 부자들도 세금을 낼 때 우리 부자들처럼 속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은 부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안내 일반 국민의 '증오의 대상'이 될 때 자본주의는 붕괴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우리 부자들은 아직도 미국 부자들에게서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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