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다. '노딜'로 끝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톱다운' 방식을 재가동해 북미 대화의 동력을 되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11일(현지시간) 정오부터 2시간 가량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을 별도로 접견한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물론이고 협상파로 알려졌던 폼페이오 장관 역시 하노이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노딜'로 이끌었던 인물.
일괄타결식 '빅딜'을 고수하는 이들을 상대로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접근'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내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순조로워진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 즈음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구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만한 방안에 합의가 도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청하더라도 현재까지 미국 측이 이를 수용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9일(현지시간) "최대한 경제적 압박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상원 외교위 세출예산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방침을 재확인하며 "미국 정부는 이 목표에 전념하고 있고 이를 달성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언론 보도를 보면 장관은 베네수엘레 마두로를 독재자라고 했는데, 마두로에 대한 표현이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적용되느냐"는 민주당 패트릭 리히 의원의 질문에 "물론이다. 분명히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
AFP 통신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대조시켜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이 독재자라는 데에 동의했다"면서 "이 발언은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열린 자세를 취해온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답변이 김 위원장을 '독재자'로 표현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라 마두로를 독재자로 칭했던 자신의 발언을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둔하고 있는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에 대해선 "그런 표현(독재자)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세계가 비열하고 끔찍한 것은 틀림없지만, 모든 지도자들이 같은 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신뢰를 보낸 김 위원장에게 폼페이오 장관이 '독재자'라는 위험한 표현을 쓸 의도가 있었겠냐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도자들 중) 일부는 나라 전체를 완전히 파괴하려고 하고, 다른 이들은 미국의 안전을 위해 사실상 협력하고 있다"며 "독재자라고 부를 수도 있고 권위주의적 지도자(authoritarian)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미국이 반응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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