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상 주가가 오르건 내리건 언제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호언해온 헤지펀드업체들이 올해 10년래 최악의 실적으로 올 들어 이미 8백개 이상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헤지펀드 실적 10년래 최악, 이미 8백개이상 파산한듯**
23일(현지시간) 영국의 세계적 헤지펀드 경영자문사인 트레몬트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올초부터 추적해온 1천7백97개의 헤지펀드업체 중 20%가 지난 10월부터 실적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레몬트 관계자는 “이들중 대부분이 이미 청산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트레몬트에 실적보고서를 제공하지 않는 업체 수는 과거 8년간 통계에 따르면 평균 4%를 밑돌았다. 따라서 20%라는 수치는 지난 10년간 최악의 실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청산된 헤지펀드 대부분은 운영을 지속할만한 충분한 자금을 모집하지 못했거나 충분한 수수료를 벌어들이지 못한 소규모 펀드들로 알려지고 있다.
헤지펀드업계는 6천개업체가 6천억 달러의 자산을 굴려 올해 9월말 현재까지 1천7백억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3천1백억 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헤지펀드들은 통상 수익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목표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면 아예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 트레몬트가 추적해온 펀드들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받으려면 최소 평균 12%의 수익을 내야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23일(현지시간) 권위있는 헤지펀드 실적조사업체인 CSFB/트레몬트(크레디 스위스 그룹과 헤지펀드업체들의 합작벤처) 대표 올리버 슈프 대표의 말을 인용, “수수료 수입 없이는 생존불가능한 헤지펀드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번 달 들어 청산한 1천4백만달러 규모의 화이트 마운틴 유러피안 펀드의 케빈 도일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날 오기를 기다리며 1,2년을 더 버틸 여력이 없어 파산했다”고 털어놓았다.
***초대형 헤지펀드의 부실과 거짓말이 최대악재**
그러나 헤지펀드에 대한 신뢰가 크게 무너지게 된 것은 이들 소형 펀드들이 아닌, 몇몇 대형 헤지펀드들의 몰락이다.
4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도 감추다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소송이 제기된 비컨 힐, 그리고 지난해 전환사채에 집중투자하는 펀드에서 무려 45%의 손실을 내고도 “적정 수익을 올렸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이 나 해당 펀드를 폐쇄한 리퍼 & Co 등이 대표적 예다.
영국 리딩대학교 해리 카트 재정학과 교수는 “이들 업체들의 몰락은 잠재투자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헤지펀드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카트 교수는 “그동안 떠들썩 했던 헤지펀드 신화는 사실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것이었다는 것이 올해 드러났다”며 “이 때문에 헤지펀드의 신규투자가 위축되거나 아예 근절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레몬트에 따르면 11월의 경우 헤지펀드 수익률은 2%에도 못미쳤다. 영국의 은행들이 지급하는 이자율보다 낮은 것이다.
같은 달 18.5%나 하락한 S&P 500지수에 비하면 헤지펀드의 저조한 실적이 이해될만 하지만 이런 실적으로는 투자자들로부터 신규자금을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3.4분기에 신규개설된 헤지펀드는 7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4.4분기에 76개 펀드가 새로 출발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그러나 이를 ‘헤지펀드업계의 구조조정’이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내리는 시각도 있다. 신규펀드가 줄어들고 기존의 펀드들이 사라지면서 진짜 실력있는 펀드들만 남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화이트 마운틴의 케빈 도일은 “이는 헤지펀드업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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