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20일(현지시간) 내부자 거래 혐의로 2백25만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69억 달러의 개인 자산을 가져 포브스지 선정 세계 37위의 부호인 그에게 벌금액수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자선사업가의 한 사람이자 “불법적인 거래는 자신의 역사에 있을 수 없다”고 자부해온 ‘투자 달인’으로서의 명예가 큰 훼손을 당하게 됐다는 점에서 소로스의 분노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프랑스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린 사건은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이 민영화된 다음해(98년)에 프랑스 정부의 재국유화 계획을 알아낸 소로스가 이 은행 주식을 대거 매입한 뒤 재국유화 계획이 철회됐다는 발표가 나기 직전에 다시 매각해 2백20만 달러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소로스의 원죄'에 대한 보복**
그러나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프랑스 재무부 고위관료출신 장- 샤를 나우리와 레바논 출신 사업가 사미르 트라불시 등은 무죄판결을 받는 등 실질적으로 유죄처분을 받은 사람은 소로스뿐이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소로스의 원죄'에 대한 보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로스의 원죄는 지난 92~93년 두 해 동안 ‘환투기 폭격’으로 유럽금융계를 초토화시켰다는 것이다. 92년 과도하게 평가절상된 영국 파운드화를 1백억달러를 동원해 집중공격, 하룻밤 사이에 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그 사건으로 그는 '영란은행(영국의 중앙은행)을 깨트린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93년 7~8월에는 프랑스 프랑화, 독일 마르크화, 벨기에 프랑화, 덴마크 크로네화 등을 공격해 전 해보다 더 많은 11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미국 금융역사상 한 개인이 단기간에 벌어들인 최대액수로, 아직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유럽의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은 소로스에 대한 적개감이 대단하며 위법사실만 적발되면 그를 잡아넣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부터 은밀히 내사에 착수해 소로스에게 내사 사실을 알려준 것은 93년이었다. 이후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증거를 수집하겠다는 이유로 14년이나 지난 올해 재판에 회부한 것이다.
소로스측 변호사들은 “재판을 하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유럽인권협약을 침해하는 횡포”라고 항의하고 있다. 소로스 역시 “내게 뒤집어 씌운 혐의는 아무 근거도 없으며 실효도 없는 것”이다고 끝까지 항소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의 재국유화 계획이 철회될 것이라는 소문은 당시 증권가에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서 혐의를 강력부인하고 있다.
***소로스 '돈독'은 여전**
미 경제 주간지인 비지니스 위크(BW) 최신호(12.30일자)에 따르면 올해 72세인 소로스는 요즘 ‘돈독’이 올라 있다.
소로스는 지난 몇년간 자선사업을 하면서 여생을 마무리하겠다는 심정을 밝혀왔으나 기술주들의 폭락으로 소로스 펀드가 엄청난 손실을 보는 등 사업이 위축되자 팔을 걷어붙이고 다시 경영일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소로스의 한 측근은 BW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한동안 자신의 나이가 70대에 이르러 더이상 도박을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혀왔으나 이는 진실이 아니다"라며 "소로스는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돈 버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소로스는 미국 증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동유럽 등의 신흥시장(이머징마켓) 투자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부동산 투자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새로운 의욕을 가지고 투자업무에 몰두하려는 소로스에게 프랑스 법원의 유죄판결은 명예와 심리 양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준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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