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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다당제, 선거법 개정 무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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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다당제, 선거법 개정 무산되나?

바른미래당 내홍 속 민주당도 패스트트랙 시큰둥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들어선 다당제 질서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붕괴 위기에 처했다. 4.3 재보궐 선거가 이런 흐름에 촉매제가 됐다.

정치권에서 재보선 민심에 대한 평가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 효과가 사라졌다. 둘째, 이명박‧박근혜 정부 심판론도 효력이 다했다. 셋째, 보수는 빠르게 자유한국당으로 결집하고 있지만 황교안 대표 체제의 경쟁력엔 물음표가 남는다.

총선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이런 평가들은 가장 약한 고리인 바른미래당을 파고들어 파열음을 내고 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손학규 대표 체제로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 창원성산에서 3.57% 득표에 그친 바른미래당의 총선 경쟁력에 관한 근본적 회의다.

이들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당이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교안 대표를 간판으로 선택한 한국당이 강경 보수로 회귀한 만큼, 합리적 보수 노선으로 당을 추슬러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차적인 경쟁 상대를 한국당으로 보는 이들 입장에선 손 대표의 중도 노선은 보수 경쟁에서 무기를 내려놓는 일이 된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8일 "지금 내가 대표를 그만두면 누가 할 것이냐"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손학규 흔들기'를 하는 일부 의원들은 당의 보수화와 한국당과의 통합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손 대표는 본다. 그는 "어떻게 한국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당세를 모아 다시 (한국당과) 통합한다는 이야기를 하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을 "낡고 썩은 보수"라고 일갈하며 각을 세워온 유승민 의원이 총선을 위해 바른정당계 의원들을 이끌고 한국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아직까지 크지 않다. 명분이 부족하고 한국당으로 돌아간들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손 대표가 주장하는 자강론도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동상이몽이다. 손 대표는 "총선이 다가오면 여야 균열이 커지고, 중간지대, 제3세력의 역할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反)문재인, 반(反)황교안 '제3지대론'이다.

총선 전에 민주평화당과 제3지대에서 통합해 3당 구도로 정비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제도적 뒷받침을 하면 회생의 기회가 있다는 게 손 대표의 구상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 내에서도 정의당과 공동 교섭단체를 복원하는 것보다 바른미래당과 합치는 쪽이 총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기류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아직 바른미래당 거취가 결정돼 있지 않다"면서 "지금 누가 나서서 제3지대 혹은 통합 얘기를 주도적으로 하지 않지만, 자연 발생적으로 물 흘러가는대로 보면서 서로 논의되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양당의 통합은 보수 노선 강화를 요구하는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실제 추진되더라도 진통이 극심할 전망이다. 유 의원은 민주평화당과의 합당에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극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처럼 손 대표와 유 의원 사이의 이견은 당의 기본 노선과 총선 전략을 둘러싼 총체적 갈등이지만, 어느 쪽도 완벽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여서 논란만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진통과 교착 속에 4당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현재의 정당 지지율로 보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내년 총선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민주당과 한국당 중 어느 쪽이 이기든 21대 총선 이후는 양당 체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선거법 개정 패스트트랙 '빨간불'

선거법 개정을 위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논의도 사실상 멈춰서 다당 체제 붕괴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이 결국 불발될 것이란 비관적 관측은 바른미래당의 내홍과 함께 민주당의 총선 전략이 아직 분명치 않은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하향기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독자 과반을 달성할 수 있느냐는 판단과 얽혀있다.

총선 뒤에도 개혁 입법 연대에 토대를 놓으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으로 다당 구조의 제도화를 이루는 게 안전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후광효과가 옅어진 재보선을 목도하고도 선거법 개정을 여전히 '양보'라고 보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과잉 의석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법 개정과 함께 '덤'으로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로 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을 민주당 원안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 완강하다. 민주평화당이 바른미래당의 '기소권 없는 공수처' 방안에 손을 들어줬고, 정의당도 기소권 논쟁으로 모든 패스트트랙 논의가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한 눈치다. 최장 330일이 걸리는 패스트트랙 일정을 감안하면, 4월 국회마저 빈손으로 마무리될 경우 선거법 개정도, 공수처 법안 처리도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도 패스트트랙 추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내달 8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 전후가 돼서야 민주당 총선 전략이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여 홍 원내대표가 남은 임기 내에 한국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야3당과 패스트트랙 공조에 힘을 얹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친문 계파색이 강한 김태년 의원과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인영, 노웅래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낸 가운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자무위원 등 친문 인사들의 당 복귀설까지 겹쳐 민주당도 총선 전략을 놓고 적지 않은 내부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이 친문 체제 강화로 가닥을 잡으면 야3당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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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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