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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토사에서 하노이까지, 북한의 오해와 미국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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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센토사에서 하노이까지, 북한의 오해와 미국의 오해

[통일연구원·버지니아대 심포지움 ②] 북미 간 신뢰구축 방안

지난 3월 20일 한국 통일연구원과 미국 버지니아대(University of Virginia)는 미국 버지니아주 살럿츠빌 버지니아대 밀러센터에서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공동 심포지움을 가졌다.

<한국전쟁의 종식?: 정전, 제재, 그리고 평화와 비핵화의 전망(To End the Korean War? Armistice, Sanctions, and Prospects for Peace and Denuclearization)>을 주제로 열린 이날 모임에서는 버지니아대 필립 젤리코(Philip Zelikow) 교수와 서재정 교수(일본 국제기독교대학)가 각각 기조 발제를 한 후, 존 오웬(John Owen) 버지니아대 교수의 사회로 정욱식 <프레시안 편집위원> 등 전문가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발제에서 젤리코 교수는 북핵 협상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은 단계적 이행이 아니라 비핵화, 평화체제, 북미 수교 등 5,6개 과제가 '동시, 병행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며 특히 비핵화의 최종 목표가 합의안에 반드시 명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재정 교수는 젤리코 교수가 제시한 포괄적 접근 방식에 동의하면서도 비핵화 과정에서의 남북한의 중심적 역할을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 고비가 될 오는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두 사람의 기조발제 그리고 질의·응답의 한글 번역본을 게재한다. 녹화 동영상은 다음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버지니아대 밀러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편집자>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가시적인 결과도 도출해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싱가포르 센토사에서 열린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많은 약속을 뒤로 한 채 말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한국 전쟁 당시 미군 전쟁포로 및 전시행방불명 유해 발굴에 대해 합의를 한 이후, 유해 발굴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는 별 다른 합의 이행 성과가 없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과연 북미 정상이 관계 정상화, 평화 및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을까요? 북미 정부, 미국 시민, 그 외 다른 국가에서 두 정상이 약속 이행을 위해 외교 트랙 협상에 복귀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본 발표문에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4가지 요점을 제시하며 답해보려 합니다.

1.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어떠한 합의도 없이 끝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협상팀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협상팀이 서로에게 갖고 있는 상호 불신 때문입니다.

2. 미국 협상팀은 북한에게 대량살상무기를 "밝은 경제 개발 전망"과 맞바꾸는 맞대응 전략(Tit-for-tat)을 채택했습니다. 미국의 이 제안은 북한 협상팀이 진지하게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보다 경제 개발을 우선시 하고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러한 제안은 오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3. 북한 협상팀은 미 협상팀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 하에, 혹은 이를 시험하기 위해, 먼저 양보를 하는 긴장완화를 위한 점증상호주의(Graduated Reciprocation in Tension-Reduction: GRIT)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방식 또한 잘못된 판단입니다.

4. 북미 교착상태 타개를 돕기 위해 한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투명성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한 도시의 두 이야기 혹은 두 도시의 하나의 이야기?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합의된 부분만이라도 담긴 공동선언조차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러한 놀라움은 곧 하노이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 회담 결렬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북미 양측의 입장은 상충되었습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관료들은 북한이 영변 핵무기시설의 부분 폐쇄의 대가로 모든 제재 해지를 요구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포함한 북한 관료들은 일부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대가로 한 영변 시설 전부의 완전한 폐쇄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실은 양측의 서로 크게 다른 주장, 양 극단점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겠지만, 왜 북미 양국은 다른 협상에서처럼 중간지점에서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일까요? 부분적 해체와 제한적인 제재 해제의 맞교환이나 완전한 비핵화 (혹은 포괄적 해결책에 대한 로드맵)과 더 큰 보상의 맞교환에 합의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북미 양국은 같은 문제로 인해 합의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북한을 불신하고 있기에 북핵 프로그램의 부분 해체로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 말처럼,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즉 사실상의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하기 전에 어떠한 제재라도 완화해줄 경우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숨겨졌거나 혹은 신고되지 않은 무기 프로그램시설에서 지금도 진행 중인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에 직접적으로 자금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라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양자택일의 접근방식인데, 트럼프 협상팀에 따르면 타협을 하게 될 경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더욱 고도화되어 미국과 세계에 안보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인도주의적 분야나 민수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의 부분적 해제가 무기 프로그램으로 전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말을 신뢰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모든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딜은 "노 딜" 뿐인 것입니다.

북한 또한 트럼프 협상팀을 믿지 못했기에 하노이에서 합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북한은 관련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촉구한 바와 같이 2017년 말 이후로 어떠한 핵 혹은 미사일 실험도 하지 않았기에 제재가 반드시 해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더 나아가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고 동창리 미사일 실험 시설 해체를 시작하는 등의 비핵화 조치를 이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더 많은 제재를 추가 했습니다. 이로 인해 관계정상화를 목표로 한 싱가포르 공동선언 이행에 미 행정부가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되었습니다. 북한은 경제적 번영에 대한 약속을 대가로 비핵화에 더해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폐쇄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협상팀이 북한의 비핵화 및 군축 완료 전에 어떠한 의미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북한 또한 센토사 공동선언이나 미래의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미국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 요약 할 수 있습니다.

▲ 28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맞대응 전략(Tit-for-tat)과 북한에 대한 오해

트럼프 협상팀은 미국의 최우선 목표인 비핵화(그리고 대량살상무기의 해체)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에 최대 압박 전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재를 통해서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유지 비용을 최대화 하고, 이로써 김 위원장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제재 해제 요구와 김 위원장이 하노이까지 온 결심이 최대 압박 전술의 정당성을 입증해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핵-경제 병진정책에서 경제 개발 중심으로 국가 정책 우선순위를 변경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북한의 이러한 선택은 더 큰 문맥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떠한 국가라도 정권 생존을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흔히 통용되는 상식입니다. 북한도 이런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사실 북한은 냉전 종식 이후 국가 안보 전략의 일환으로서 지속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해왔습니다. 소련 해체 이후 1990년대 초 김일성 주석은 당시 김용순 북한 노동당 비서를 미국에 보내 세력균형의 동학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미국 관료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같은 인물과 접촉하여 북미 간 외교관계 수립을 제안합니다.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집권 중 같은 시도를 반복했고, 그는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 공동 선언의 첫 항에 합의한 내용은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추구했던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활용할 수단이 충분치 않았기에 이 목표를 이루는 데에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거의 30년간 추구해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의 포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김 위원장은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북핵 무기 프로그램을 미국의 상응조치와 교환하는 데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김정은 협상 팀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경제와 교환하는 협상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로써 해온 것이 아닙니다. 북한이 핵 시설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관계 정상화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협상 팀에게도 북한이 공언한 약속에 비견할 만한 "상응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협상팀은 북한이 비핵화와 군축을 완료하기 전 까지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는 제재가 군축의 수단으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입니다. 미국은 제재는 전쟁의 수단이기도 하고, 계속된 제재의 부과는 전쟁의 지속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협상팀은 제재를 비핵화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북한은 또한 미국의 제재 완화 거부를 관계 정상화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 해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도된 전술은 트럼프 협상팀의 이러한 오해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젤리코 교수님의 제안과 같은 다 트랙 접근방식이 트럼프 및 김정은 행정부 일부의 반발을 산 이유입니다. 스티븐 비건 대표와 존 볼턴 안보보좌관은 모두 북한의 군축 전 제재 해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자금을 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설사 포괄적 접근방식에 동의를 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만드는 로드맵은 군축 트랙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최우선순위로 두게 될 것입니다. 북한 또한 자신들이 비핵화와 군축 부분에 성과를 낸다 해도 미국이 관계 정상화와 평화 구축 약속을 실제 이행 할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에 포괄적 접근방식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것 입니다.

긴장완화를 위한 점증상호주의와 미국에 대한 오해

북한은 모든 희망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설사 트럼프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지구상에 북한 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북한도 나름의 논리는 갖고 있습니다. 미국과 거의 70년 동안 전쟁 상태였기에 북한에서는 미 관료들이 전쟁을 수행하도록 훈련되었거나, 혹은 이를 당연시 여긴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의 많은 미국 전문가들 역시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앤드루 바세비치(Andrew Bacevich) 보스턴 대학 역사학 교수의 말대로 "워싱턴 룰(Washington Rule)"은 북한과 전쟁을 영속화 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상태를 종식시키고 관계 정상화를 위해 김정은 협상팀과 함께 갈 수 있는 예외적인 인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를 장기 전략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할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라 여기고, 이 기회를 포착한 것입니다. 결국 싱가포르에서 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으니 말입니다. 하노이로 오면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적인 이행 조치를 취함으로써 본인이 한 약속을 가시적으로 증명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풍계리 핵 실험장 및 미사일 시설 해체와 같은 조치를 취했고, 이를 통해 북한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는 데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북한은 자신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무기를 생산하는 핵시설을 구분 지었고, 영변 핵시설을 안보가 아닌 다른 것으로 맞바꿀 의지를 보였습니다.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합의 내용 중 하나가 상호 신뢰구축임을 고려했을 때 북한은 핵무기 시설의 해체를 신뢰구축 조치 및 비핵화의 일환으로 보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찰스 오스굿(Charles Osgood)의 긴장완화를 위한 점증상호주의(Graduated Reciprocation in Tension-Reduction: GRIT)제안을 따랐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상대방의 상호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기대 하에 먼저 양보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선제적 행동은 이들이 기대했던 미국의 긍정적인 보답이 아닌 일련의 추가 제재 조치로 돌아왔습니다. 북한은 이로 인해 과연 얼마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해서 함께 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노이 회담에서 핵무기 시설뿐만 아니라 모든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폐쇄하라는 추가 요구로 미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은 가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미국의 진정한 목적이 북한의 일방적 무장해제라는 두려움을 다시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북한이 사담 후세인이나 무아마르 카다피의 운명을 떠올려본다 한들 놀랄 일도 아닌 것이죠. 다들 알다시피 북한 또한 부시 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대한 서막으로 후세인 정부에 지금과 똑같은 요구를 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비건 대표는 싱가포르 합의문 제2항에 기술된 평화체제의 일부라며 대량살상무기 요구를 정당화하고, 모든 대량살상무기 및 관련 생산 능력의 완전한 해체 또한 최종 상태의 일부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모든 조치의 선결조건 이라는 미국의 입장은 심지어 한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조차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는 북한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싱가포르에서 공언한 관계 정상화, 평화 구축, 비핵화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하노이에 왔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무장해제를 반드시 먼저 해야 한다는 미국식 계산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회의감을 표현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이 경험을 통해 다른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만을 기초로 해서는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특징 때문만은 아닙니다. 미국은 국민과 최고 지도자 사이의 통일성을 내세우는 국가가 아닙니다. 북한이 관계 정상화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함을 이해해야 합니다. 상하원의 의원들과 대화를 해야 합니다. 우리와 같은 학자와 학생들도 참여시켜야 합니다. 미국 국가 전체를 상대로, 적어도 상당히 많은 수의 국민들을 상대로, 북한이 관계 정상화, 평화 프로세스,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젤리코 교수님이 제시한 트랙 접근방식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입니다. 북한은 핵무기와 국가 안보를 넘어서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미국과 그 외 국가들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핵 실험장 폭파 혹은 로켓 발사 시설 폐쇄로 우리를 설득하는 것이 충분치 않다는 발언은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생산 능력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북한의 경제, 환경, 보건, 교육, 예술, 음악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외부와 협력해야만 북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정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 행정부도 외교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 외교에 대한 의회 및 대중의 지지를 얻는 데에도 일조할 것입니다. 물론 미국도 반드시 이에 화답해야 합니다. 관계 정상화에 목표를 두고 다양한 방면에서 북한과의 협력을 추구해야 합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포괄적인 접근법에 대한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북한의 안보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한국

우리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려 되는 여러 이슈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포괄적 접근방식은 트럼프 협상팀이나 김정은 협상팀 모두가 이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젤리코 교수님은 중요한 포인트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저 또한 이점이 딜레마를 풀기 위한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바로 "남북이 중심에 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북미간 신뢰구축을 돕는데 있어서 더욱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양측이 포괄적 합의를 채택하고 이행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1990년 이후 남북은 "통일을 향한 특별한 관계"의 기초가 되는 여러 중요한 합의를 맺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이러한 남북 합의를 완전히 이행하지는 못했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체결한 두 개의 남북 합의문은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국가 안보 문제까지 그 범위를 넓히며 남북 합의의 최대 정점을 찍었습니다. 남북은 비무장지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가장 무장화 되어 있는 DMZ를 비무장화하고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합의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정부는 일부 분석가들이 사실상 남북 평화협정 혹은 불가침 협약으로 해석하는 이 합의를 이행하는 중에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발전 측면에서, 또 이 연장선에서, 한국은 세 가지 긴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문재인 정부는 동맹국 및 우호국과의 조율과 협의 하에, 남북 관계는 지역 평화에 불가결한 조건이라는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합의사항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합의들이 중요한 이유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 전역에서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적대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동의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합의한 목표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사실상의 남북 평화체제 구축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 평화 구축은 북한이 단지 미국뿐만이 아니라 일본과도 관계를 정상화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촉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 안보 우려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넓은 의미의 동북아시아 평화 구축 프로세스의 일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협상팀의 안보 트랙에 대한 강박증을 완화시키고 다 트랙 접근방식으로의 선회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남북 합의문의 두 번째 중요한 측면으로는 남북이 인도주의, 환경, 공중 보건, 경제 분야를 포함한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교류와 협력을 증대 할 것을 약속했다는 점입니다. 이 약속이 지켜진다면 더 많은 의사소통 창구가 열릴 것이고 투명성의 수준도 향상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협상팀의 의도에 대한 미국의 의심과 한국의 우려를 완화 해주거나 확인 시켜줄 것입니다. 의사소통 및 투명성의 증대로 인해 미국의 우려가 해소된다면 이는 트럼프 협상팀이 북한 군축에 대한 선결조건을 완화하고 군축을 최종상태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다 트랙 접근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상호 신뢰의 부재로 결렬되었다는 저의 주장을 고려해보았을 때, 제가 첫 번째 섹션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양 국가 간 공공외교가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촉진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문 정부는 트럼프 협상팀과 김정은 협상팀에게 현재의 합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설득해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팝 가수 레이디 가가 (Lady Gaga),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를 순회공연 차 북한에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한국의 아이돌 스타 BTS나 블랙핑크(Black Pink)가 북한에 가서 공연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북한의 아이돌 걸그룹 모란봉이나 삼지연 관현악단, 혹은 북한 국립 오케스트라단을 미국 순회 공연을 위해 초대하는 것은 어떨까요? 여자 축구 경기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공공 외교와 결합하여 남북관계가 더욱 발전하게 되면 북미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상호 신뢰를 쌓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미는 어렵지만 양자간의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는 데 유일한 현실적 해결책인 포괄적 합의를 채택하고 이행하는 식으로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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