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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뉴욕시장의 '부실도시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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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뉴욕시장의 '부실도시와의 전쟁'

재정적자 줄이려 특단조치, 공무원 임금은 인상

요즘 CEO를 자처하는 정치가들이 많다. 경제대통령, CEO시장 등을 주장하며 당선된 이들이다. 억만장자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마이클 블룸버그가 그런 대표적 예다.

세계적인 경제통신사 블룸버그 창업자로서 40억 달러의 개인자산을 가진 블룸버그는 7천만 달러의 선거비용을 거의 자신의 돈으로 대면서 당당히 당선돼 지난 1월1일 4년 임기의 뉴욕시장으로 취임했다.

***시민들 실망 증가로 블룸버그 지지율 뚝 떨어져**

그러나 뉴욕시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블룸버그 시장의 지지율은 요즘 40%대로 뚝 떨어진 반면,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거세져 고심하고 있다. 지난 21일 발표된 퀴니피액 대학 여론조사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블룸버그 시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는 41%, 반대하는 유권자는 46%로 취임후 처음으로 반대가 지지보다 더 많아졌다. 블룸버그 시장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불과 4개월전인 지난 7월의 23%에 비해 두 배나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블룸버그 시장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지난해 9.11테러사태 이후 피폐해진 뉴욕시의 경제재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CEO출신인 블룸버그가 잘 해낼 것으로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의 시정 운영능력이 형편없다"며 비판하는 이들은 "개인회사와 온갖 이해가 충돌하는 뉴욕시의 운영은 완전히 틀리다는 점을 블룸버그 자신도 몰랐던 것 같다"고 비꼬고 있다. 블룸버그 자신도 선거운동 당시 "블룸버그 통신을 짧은 기간안에 세계적인 언론사로 키운 것처럼 뉴욕시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장담한 터라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뉴욕은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부실도시'**

뉴욕 시청 앞은 요즘 블룸버그 시장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로 매일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28일(현지시간) "이 모든 갈등은 모두 돈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각종 세금과 공공요금을 대폭 올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높은 미국 뉴욕시에서 지하철, 버스, 기차 요금과 터널, 교량 통과료 등 각종 공공요금 및 세금이 잇따라 인상될 예정이다. 재산세는 이미 18%를 올리기로 확정된 상태다.

블룸버그 시장이 시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세수를 늘리는 조치를 취하는 것도 사정을 알고 보면 무리는 아니다. 월가 증시의 폭락 등 경기 침체와 9.11 테러 등의 여파로 엄청난 재정적자를 떠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뉴욕시의 내년도 예상 재정적자는 64억달러에 이른다.

일단 블룸버그는 계획대로 공공요금과 세금이 인상되면 내년 6월까지의 올 회계연도 재정적자 중 일단 10억달러는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언발에 오줌누기'다.

뉴욕시는 재정균형을 달성하지 못하면 뉴욕주가 임명하는 이사회에 시의 모든 권한이 넘어가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1975년에 실제 이같은 사태가 일어났었다. 뉴욕시가 기존에 맺은 모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이사회가 뉴욕시를 접수하면서 대대적인 해고조치가 단행됐고 매년 5억달러의 부채상환을 해야 했다.

뉴욕시의 한 해 예산은 4백30억달러다. 그러나 블룸버그 시장은 사실상 시가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은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한 1백50억 달러뿐이라고 투덜된다. 나머지 3분의 2는 부채상환금과 뉴욕주와 연방정부 납부금, 근로자 연금, 빈민의료보험 등으로 소진된다는 것이다.

뉴욕의 재정이 하도 쪼들리다보니 일부 정치인들은 주식거래세, 부유세,통근세 신설 등 세수를 늘릴 각종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식거래세를 신설하자는 주장은 오사마 빈 라덴보다 월가에 더 충격을 줄 조치이고, 부유세 신설은 주민을 코네티컷주로 이사가게 할 것이며, 통근세는 코네티컷으로 회사들을 이전시키게 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제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고 있다.

***블룸버그, "공무원에게 줄만큼 주고 좋은 서비스를 요구하자"**

뉴욕시민들도 블룸버그 시장 탓만 할 상황은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9.11테러 등 각종 돌발변수가 있었고 뉴욕시만 경제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루디 줄리아니 전 시장 때부터 방만한 지출 등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왔다는 점도 시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특유의 '경영관' 때문이다. 시공무원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주고,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는 게 블룸버그의 확고부동한 철학이다.

이에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는 "룸버그 시장은 뉴욕시의 위기를 노동자들의 비효율성을 공격하는 데 활용하는 대신, 9.11테러 이후 민심수습을 한다는 명분으로 노조 유화책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는"각종 세금과 요금을 올리는 것보다 비용삭감으로 서비스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나쁘다"면서 교사, 경찰, 소방대원들의 임금을 올려주었다. 이같은 유화책이 계속되자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뉴욕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시장은 "공무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데 따른 비용증가는 버스사업 등에 대한 경쟁입찰제, 주당 근로시간 연장 및 초과근로 감축 등의 절약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시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면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긴축 정책을 펴나갈 방침을 밝혔다.

블룸버그 시장은 9.11테러 사태 이후 재정난에 허덕이는 문화단체들을 위해 익명으로 1천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지난해 1억달러 자선기금을 내놓을 만큼 뉴욕에 대한 애착이 남달리 강하다. 때문에 시장 취임 1년도 안된 현시점에 대해 그의 공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과연 성공한 CEO의 대명사인 블룸버그 시장이 만성적 재정적자로 신음하는 '부실도시'인 뉴욕시를 민간경영기법으로 살려낼 수 있을지, 전세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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