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6일 0.5%라는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27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베이지북’(연준의 경제백서)를 발표했다. 베이지북은 매년 8차례에 걸쳐 금리결정기구인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된다는 점에서 향후 금리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자료이자, 미국경제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자료다.
이번 베이지북이 내린 결론은 “미국경제가 성장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힘겨운 겨울이 될 것"**
베이지북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와 제조업 물가는 ‘거의 안정세’를 보였으나 노동시장은 저조했다. 서비스산업은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제조업 역시 대부분 지역에서 취약했다. 기업자본지출은 제한적으로 이뤄졌으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전지역에서 저조함을 계속 이어갔다. 반면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기업소속 경제학자들의 최대 모임인 전미기업경제학협회(NABE)도 최근 회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은 줄었지만 힘겨운 겨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NABE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경제문제, 특히 1990년대에 이뤄진 투자거품 후유증과 저축을 위한 가계소비감소 요인으로 기존 경제전망보다 저조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음번 FOMC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그린스펀과 미 상공부 등이 그동안 언급한 발언과 미 경제의 취약점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그린스펀의 발언을 종합할 때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올해 마지막 FOMC에서 추가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지표는 호전기미 보여**
27일 베이지북 발표에 앞서 발표된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주간 신규실업수당 신청이 2001년 2월 이후 가장 적은 36만5천명으로 감소했다. 이를 근거로 고용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기존 실업수당 수령건수는 지난 10월초 이후 가장 높은 3백65만명으로 늘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규실업은 줄어들었지만 재취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면서 “구인광고지수가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신규실업자 감소가 베테란스 데이와 추수감사절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일시 좋아진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호전된 몇가지 지표도 눈에 띈다. 미 상공부 발표에 따르면 내구재 주문이 9월 4.6% 감소에서 10월 2.8% 증가로 돌아섰다. 컴퓨터와 전자제품 수요가 강세를 보이는 데 힘입은 것이다.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는 9월 45.9에서 10월 54.3으로 올랐다. 구매자지수는 50이 넘으면 성장세를 뜻한다.
소비자 신뢰지수도 오랜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27일 발표된 미시간 신뢰지수는 10월 80.6에서 11월 84.2로 소폭 올라 예상에는 못미쳤다.
개인소비는 9월 0.4% 감소에서 10월 0.4%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개인소득은 0.1%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통계는 연준이 ‘힘겨운 성장’이라는 조심스러운 표현 속에 “경제활동이 느리나마 균형을 잡아가며 성장했다”고 10월말부터 11월말 사이의 경제상황을 정리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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