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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기의 새롬기술, 어디로 가나

오상수 사장 구속 확실시, 아직도 경영권 미련 못버려

"...비록 주주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믿어주셨던 새롬기술의 미래를 제가 직접 보여드리지는 못했지만, 저는 새롬기술이 현재도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우량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규 경영진이 새롬기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새롬기술을 한단계 성숙시킴으로써 기업가치를 재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0일 새롬기술이 최대주주 홍기태씨(새롬벤처투자)에게 경영권 이양을 공식화한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오상수 새롬기술 대표의 회견문 일부다. 새롬기술은 지난 몇 개월간 오상수 대표와 최대주주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서 분식회계 등 내부비리가 폭로돼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아온 기업이다.

회견문에 따르면 그는 "법적인 잘못은 없으며 단지 CEO로서 능력부족이 부족한 것은 인정하지만 달리 자신 말고는 대안이 없어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검찰 구속설이 나도는 등 상황 여건에 나빠 경영권을 이양하게 됐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검찰, "죄질이 극히 나쁜 형사사범"**

그러나 20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에 따르면 그는 "명백한 범죄 사실을 궤변으로 부인하는 죄질이 극히 나쁜 형사사범"이다. 이에 따라 21일중 검찰에 구속될 것이 확실시된다.

분명한 것은 새롬기술을 한때 '코스닥 황제주'로 군림하게 했던 다이얼패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빠지고 30만원(액면가 5백원)까지 갔던 주가는 현재 5천원대로 폭락한 사실이다. 그리고 애당초 유상증자로 3천7백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것도 분식회계와 허위공시로 만들어진 사기극이었다는 점이다.

새롬기술의 소액주주들은 지금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도 오씨는 자신이 행한 분식회계가 하나의 회계기법인줄 알았다는 궤변을 늘어놓을 뿐이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1999회계연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며 매출액을 허위 기재, 1백억원 적자를 10억원 흑자로 분식회계했다. 또 지난 1999년 11월 회계자료에 자회사 다이얼패드에 대한 지분율 48.2%를 56%로 달리 기재하는 등 허위공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오사장이 검찰조사에 이르러 위와 같은 엄청난 범행에 대해 경영편의적 논리를 내세웠다"며 "자신의 죄과에 대한 아무런 죄의식이나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지분허위공시는 착오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범행의 상당 부분을 부하직원이 주도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만일 구속하지 않으면 도주 우려가 농후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새롬기술 분식회계와 관련된 새롬기술 전 외부감사 최응렬씨(현 안건회계법인 이사)에 대해서도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해 추가 사전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다이얼패드 사업 정리 불가피**

이렇게 무리수를 두어가며 강행한 다이얼패드 사업은 두껑을 열어보니 '돈먹는 하마'에 불과했다. 2천억원을 쏟아부어도 이 사업으로 수익이 발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새롬기술이 내부분란이 일어난 요인이다.

최대주주 홍기태씨는 지난 7월경 이 사업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오씨 등 기존 경영진이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틴 것이다.

새롬기술은 지금도 2천억원 정도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최대주주가 이 돈을 노리고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를 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사실 최대주주 홍기태씨(새롬벤처투자 사장)는 IT사업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엔젤투자자이다. 이 때문에 새롬기술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현금성 자산을 토대로 금융업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내부 관계자의 의구심어린 말도 흘러나온다.

증권 분석가들은 이미 새롬기술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해소된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곧 경영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홍기태씨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않는 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다이얼패드 사업은 새롬기술을 상징하는 것이라 홍사장도 대외적으로 쉽게 사업포기를 선언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홍사장 측근들에 따르면 다이얼패드 사업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생긴만큼 다이얼패드 사업이 정리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전화사업은 막대한 시설투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거대통신사등 기간사업자들이 이 사업에 손을 대는 순간 군소업체들은 전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롬기술은 설립 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냈으며 올 들어서도 3.4분기까지 79억9천만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기존의 사업은 수익모델로서의 한계를 드러낸 지 오래다.

***오상수, 새롬기술 경영권에 아직도 미련 못버려**

새롬기술의 앞날도 그리 밝지 않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홍 사장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이기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내세울 뚜렷한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12월13일 임시주총 전후로 새로운 사업계획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처럼 짧은 기간에 시장이 납득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롬기술은 분식회계로 포장한 장밋빛 사업계획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내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신중하기로 잘 알려진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3개 계열사도 1주당 11만원씩 8백80억원의 투자를 해서 이를 거의 날리게 돼 속앓이를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오상수씨는 '능력 부족'만 인정하고 경영권 방어에는 실패했어도 새롬기술의 이사진으로 남고 싶다는 미련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경영자의 모습이 코스닥시장(주)이 올해 70억원의 적자를 보게 할 만큼투자자의 발길을 끊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새롬기술 오상수 대표 회견문>**

안녕하십니까, 새롬기술 대표이사 오상수 입니다.
먼저 최근 발생했던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여러 개인적 및 회사 내부 문제들, 그간의 경영실패 등으로 새롬기술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 오상수는 지난 93년 창업 이후 오늘 이 시간까지 9여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새롬기술의 창업자이자 대주주, 그리고 CEO로서 오직 새롬기술과 주주들을 위해 일한다는 일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제가 창업하고 제가 경영했던 새롬기술을 위해 제 청춘과 제 모든 것을 다 바쳐 정말 열심히 일했고, 다이얼패드와 통신사업의 성공을 위해 정말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IT 기술과 젊은 열정만 있으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달려온 그간의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이러한 노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새롬기술의 내외부적인 문제와 M&A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된 작금의 상황은 제가 변명할 여지도 없는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판단하고 실행했던 경영적 결단들이 결과적으로는 경영실패로 빚어진 데 대한 책임 또한 깊이 통감합니다.

너무나 짧은 기간에 벤처 신화의 주인공, 코스닥 대표주로 주목을 받으면서 외부에서 희망하는 새롬기술의 미래와 내부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역량과는 큰 괴리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제가 창업자와 대주주, CEO의 모든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동안의 경영 과실과 실패를 통감하면서도 지난 6월말 새롬기술 대표이사직에 복귀한 이후 새롬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일단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경영을 하루 속히 안정화 시키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업방향과 미래를 고민함으로써 사업을 극대화 시키고 이익창출을 위해 매진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판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리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경영권 방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자금력 등 여러 면에서 열세에 있던 저로서는 주주들을 설득해 나가는 동시에 저와 뜻을 같이하는 우호세력을 다수 확보하는 것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으며, 이후 우호지분 확보에 최대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해서 개인투자자들이 새롬기술의 주식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일정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여러분께서 아시는 바대로 이들이 획득한 지분을 시장에 공시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분변동 공시가 나간 다음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저에 대한 구속설이 유포되었고, 잇따라 제가 실제로 검찰에 소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하락하게 되자 우호지분을 확보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추가하락을 우려,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호지분으로 매입한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손실 발생에 대한 담보로 제공되었던 저의 주식 역시 함께 시장에서 매도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신고기간까지 공시를 통해 정확하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 변화에 따라 경영권 방어가 어렵게 됐다는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저와 새롬기술에 대한 법적인 문제 등이 잇달아 여론화 되고 이로 인해 회사와 주주, 임직원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상황을 더 이상 지속시키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해 '경영일선에서 퇴진' 한다는 중대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홍기태 사장 역시 새롬기술의 대주주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 인식을 같이하고 있던 터라 양측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가장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되었고, 이 결과 양측은 새롬기술을 조속히 안정화 시키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함으로써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 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12월 13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 이후 새롬기술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함으로써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새롬기술의 창업자로서 다이얼패드 등 통신사업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새롬기술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며, 이후 경영은 홍기태 사장을 비롯한 신규 경영진이 이끌어 가게 될 것입니다.

비록 주주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믿어주셨던 새롬기술의 미래를 제가 직접 보여드리지는 못했지만, 저는 새롬기술이 현재도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우량기업 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규 경영진이 새롬기술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새롬기술을 한단계 성숙시킴으로써 기업가치를 재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관련된 여러 법적인 문제는 경영권 분쟁과는 별도로 제가 앞으로 검찰 조사를 통해 충분히 해명함으로써 진위 여부를 밝혀 나갈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심려와 걱정을 끼쳐 드린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리며, 새롬기술에 보내주셨던 관심과 격려,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2년 11월 20일

새롬기술 대표이사

오 상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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