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에 봉착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일본이 현 국면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국제학술회의에 토론자로 참석한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학교 교수는 "아베 총리의 역할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스몰딜'과 '빅 딜' 사이의 중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역할을 맡아야 할 '새로운 길'에 대해 "'포괄적 합의‧단계적 실행' 방식이라고 말해도 좋다"고 밝혀, 한국 정부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올해까지 이어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남북과 미국, 그리고 중국이 주축이 된 '3+1' 협상이었다고 규정하면서, "난관에 봉착한 '3+1' 방식의 협상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요소를 더해 크게 보강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일본과 러시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 일북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이는 일본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새로운 북미관계'와 '평화체제' 수립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아베 총리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음은 내가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일본 역시 지금이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는 '적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당시 총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평양 선언을 남겼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를 경험해 본 아베 총리가 지금이 '좋은 기회'라는 점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코노기 교수는 "고이즈미 총리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을 때, 즉 북한이 가장 곤란한 시기를 겪을 때 북한에 방문했다"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아베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기에) 더 유리한 점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대북 관계 개선에 나서기 유리한 배경에 대해 "아베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부시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가졌던 신뢰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데, 그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대북 외교를 추진해왔다"며 "고이즈미 총리가 남긴 '일북 평양 선언'이 있는 데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북한 이니셔티브를 환영하고 북한 설득에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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