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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親재벌이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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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회창, 親재벌이다" "아니다"

장하성-유승민 2차논쟁 불붙어, '생산적 후보검증'으로 평가돼

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유승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사이에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제정책의 정체성을 둘러싼 2차 논쟁이 불붙었다. "이 후보 경제정책이 친재벌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쟁이다.

장하성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참여연대의 간판 논객으로 유명하다.
유승민 소장은 이회창 후보가 바쁜 일정에도 일주일에 두세번씩 반드시 독대하는 이 후보의 '경제 싱크탱크'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지난달 조선일보 지면을 매개로 한차례 치열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논쟁은 장하성 교수가 지난 10월 20일 '이후보의 재벌 편향'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불붙었다.

장 교수는 당시 기고문을 통해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은 재벌비호당이 아니다"라고 강변함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발표한 정책을 보면 재벌정책의 핵심인 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출자총액제한의 폐지,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반대,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유형별 포괄주의 도입, 재벌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확대 등 친재벌적 정책들로 일관하고 있어 '재벌대통령'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같은 문제제기가 있은 지 이틀 뒤인 10월 22일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은 '누가 진짜 재벌대통령인가'라는 제목의 반론을 게재했다. 이회창 후보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유 소장이다 보니, 자신이 직접 반격에 나선 것이다.

유 소장은 이 글에서 수십조원의 혈세를 날린 부패, 정경유착, 빅딜 같은 DJ정권의 재벌정책에 장하성 교수가 큰 기여를 했다고 자못 인신공격적 전제를 깐 뒤, 이 후보의 경제정책은 친재벌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유 소장은 "집단소송·포괄주의·계열분리명령 같은 정책은 무리한 것이며, 출자총액제한은 낮은 단계의 대증요법"이라며 이 후보는 재벌정책의 정도를 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소장은 반론 말미에 "필자는 장 교수의 칼럼이 상당한 논리로 무장되었으나 사실은 매우 정치적인 글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민감한 시점에 저명한 학자로서 굳이 특정 대선후보의 재벌정책에 관하여 비판적인 글을 쓰려면, 지금 국민에게 갚아야 할 돈으로 대선에 출마한 어느 후보의 재벌정책에 대해서는 과연 장 교수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부터 밝혔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정몽준 후보부터 검증을 하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유 소장의 지적을 수용해서인지는 알 길 없으나, 장하성 교수는 이 반론이 나온지 이틀뒤인 지난 10월24일 한국일보에 '정 후보가 밝혀야 할 것들'이라는 제목의 정몽준 후보 관련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에 대해선 국민통합21의 박진원 대선기획단장이 '장하성 교수에 답한다'는 반론으로 답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장하성 교수는 재차 화살을 이회창 후보쪽으로 돌려 조선일보에 '李후보 재벌정책 다시 묻는다'라는 제목의 반론을 게재했다.

장 교수는 이 글에서 유 소장의 반론은 현문우답, 동문서답이었으며 그 결과 이 후보의 재벌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전제한 뒤, 조목조목 반론을 폈다.

장 교수는 "이 후보는 출자총액제한, 증권집단소송, 상속·증여 과세의 포괄주의, 계열분리명령 등의 재벌정책은 무리하거나 낮은 수준의 것이어서 폐지하거나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였고 재벌개혁은 원칙만 있으면 됐지 정책은 중요하지 않으며, '행동'으로 실천해서 보여줄 것이라고 하였다"며 "(그러나 나는) 재벌정책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정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겠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 후보 주장이) 불공정행위마저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자유방임적인 시장지상주의 신념에 기인한 것이라면, 당당하게 재벌을 옹호한다고 말하기 바란다"며 "자신의 대안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재벌정책에 반대하는 재벌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회창 후보의 모호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이 후보가 스스로 제기한 '누가 정말 재벌대통령인가'에 대한 답이 이 후보 자신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글을 끝맺었다. 유승민 소장의 반론 제기를 요구한 끝맺음이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소장은 제2차 반론을 준비중이며, 금명간 이를 게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논쟁은 각계, 그중에서도 특히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그룹 임원은 "논쟁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장하성 교수가 왜 유독 재벌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나오는지 불만스럽다"고 불편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적 여론은 언론등이 대선후보들에 대한 정책검증을 백화점 나열식 또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표피적으로 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문가의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반론이라는 형태의 검증작업은 '생산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어, 유승민 소장의 2차 반론이 어떤 내용을 담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장하성 1차 문제제기> 李후보의 재벌 편향(2002.10.20)**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통령 후보는 바른 경제, 투명한 경제, 따뜻한 경제라는 경제운용의 3대 원칙과 10대 실천과제를 제시하였다. 또한 기업지배구조개선 등의 5대 재벌정책의 원칙도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 후보는 "한나라당은 재벌비호당이 아니다"고 강변하였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재벌당이 아니라 오히려 재벌대통령의 출현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 그러한 우려는 이 후보가 발표한 정책과 토론에 근거한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투명경제를 3대 원칙의 하나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10대 실천과제에는 재벌정책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언급조차 없다.

둘째는 다른 경제정책은 매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재벌정책은 제목만 나열하고 있을 뿐 아무런 실천방안이 없다.

셋째로 토론과정에서 이 후보는 자신이 제시한 원칙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재벌정책에 반대하였고, 이는 재벌들의 주장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의 반대이유는 원칙론에 머물고 있을 뿐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회창 후보는 재벌정책의 핵심인 대기업집단지정제도와 출자총액제한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단계적이라는 전제가 붙었지만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대기업집단지정제도는 재벌들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주춧돌이다. 4% 정도밖에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재벌총수들이 마치 오너인 양 황제경영을 할 수 있는 비결이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이고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이를 억제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더구나 현행 제도는 순수한 투자에 대한 폭넓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가 재벌정책의 핵심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려면 구체적인 이유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도 반대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이 제도가 실시되면 "우리나라의 얼마나 많은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반문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주가조작·분식회계·허위공시 등에 대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법안이다.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는 개미투자자인 국민들을 상대로 한 사기범죄다. 이 후보의 말을 액면대로 해석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부분 사기꾼이니 어쩌겠느냐는 것밖에 안 된다. 현재 법안은 자산 5조원 이상의 재벌기업에만 적용되는 매우 제한적인 것일 뿐 아니라 소송제기의 요건도 선진국의 경우보다 훨씬 엄격하여 남용의 소지가 극히 적다. 이 후보가 증권집단소송 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면서도 이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재벌들의 주장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후보는 상속세와 증여세에 대한 완전포괄주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되어 반대하지만 위헌소지를 피하기 위해 유형별 포괄주의의 도입을 주장했다. 매우 합리적인 방향이다. 그러나 포괄주의 주장은 서민들이 아니라 재벌 2세와 3세들의 편법적인 상속과 증여 때문에 나온 것이다. 재벌들이 어떻게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상속세를 회피하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 포괄주의를 무조건 반대하는 재벌들과의 차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후보는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에 대해 포괄주의를 실시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이 후보는 재벌이 은행을 지배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재벌의 은행지배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재벌의 은행소유를 4%에서 10%로 확대한 것에 찬성했고, 재벌금융회사가 다른 계열회사와 불법적인 거래를 할 경우에 계열분리명령제를 실시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결권 제한보다 훨씬 엄격한 규제와 감독을 하고 있는 선진국들마저도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은행소유를 반대하면서도 계열분리제도를 반대한다면 이 후보가 언급한 '제압'할 방안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주기 바란다.

대통령 후보들은 가혹한 정책검증을 받아야 한다. 구호와 반대가 아닌 자신의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여 재벌대통령에 대한 우려를 씻어 줄 것을 이회창 후보에게 기대한다.

(張夏成/고려대 교수·경영학)


***<유승민 1차 반론> 누가 정말 '재벌대통령'인가?(2002.10.22)**

김대중(金大中·DJ)정권의 재벌정책에 큰 기여를 했던 장하성(張夏成) 교수가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재벌대통령'이라고 우려했다(본보 10월 21일자 A7면 '李후보의 재벌편향' 칼럼). 필자는 한나라당에 속한 몸이라 이런 기고문으로 뜻을 밝힌다는 게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장 교수 말씀대로 가혹한 정책검증을 위해서도, 또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밝힐 것은 밝혀야겠다.
이 정권만큼 재벌정책이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우도 없었다. 이 정부가 내세운 재벌정책에는 '5+3'이라는 원칙이 있었다. 합이 여덟인데 그 대부분이 훌륭한 원칙들이었다.

그러나 이 많은 원칙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우리 눈으로 본 것은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현대·대우 같은 부실재벌과의 끈끈한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였고, 또 다른 하나는 빅딜과 같은 엉터리정책이었다. 이 두 가지가 우리 경제에 끼친 해악에 관한 정확한 보고서는 없지만 최소한 수십조원의 국민혈세가 부패, 정경유착, 빅딜 때문에 허공에 날아간 것만은 분명하다.

DJ정권은 집권 초기에 당장이라도 재벌을 해체할 것처럼 서슬이 시퍼랬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제스처가 예쁜 재벌은 뒤를 봐주고 미운 재벌은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겁을 주려는 흉계였음이 지금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장 교수가 사사건건 문제삼은 출자총액제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집단소송, 상속·증여 과세의 포괄주의, 재벌의 은행지배 방지, 계열분리명령 등은 재벌정책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들일까?

거기에는 재벌의 은행지배 방지와 같이 정말 중요한 것도 있고, 집단소송·포괄주의·계열분리명령과 같이 무리한 것도 있으며, 출자총액제한과 같은 낮은 단계의 대증요법도 섞여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이런 누더기 규제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이 제도가 재벌의 황제경영과 무리한 확장을 막는 데 기여한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쯤은 장 교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기업이 은행에서 얼마나 대출을 받고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것이냐는 문제는 경영을 투명하게 해서 주주들이 찬성하거나 반대하면 될 일이라는 점에서 지배구조의 문제일 뿐 공정거래법에 이런 규제를 만든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쯤도 장 교수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의 현대상선의 4억달러 대출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상황이 바로 그 증거다.

이회창 후보의 재벌정책은 5대 원칙에 충실한 간단하고 강력한 정책이다. 그 1번이 정경유착과 특혜의 청산이고 나머지 네 가지는 투명성과 지배구조, 부실재벌 정리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추궁, 상속·증여에 대한 엄정한 과세, 그리고 산업과 금융의 건전한 관계 등이다.

누구의 원칙이 더 멋지게 보이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느 후보가 과연 재벌정책의 정도(正道)를 실천할 후보냐가 문제다. 이런 뜻에서 정경유착과 부패의 사슬을 끊고 재벌정책에도 법과 원칙이 살아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 어떤 화려한 재벌정책보다 국민들에게는 훨씬 큰 이득을 줄 것이다. 시대적 상황이 그렇기 때문이다. 구체적 수단을 따지는 것은 그 다음 문제고 선수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해봐도 될 문제다.

필자는 장 교수의 칼럼이 상당한 논리로 무장되었으나 사실은 매우 정치적인 글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민감한 시점에 저명한 학자로서 굳이 특정 대선후보의 재벌정책에 관하여 비판적인 글을 쓰려면, 지금 국민에게 갚아야 할 돈으로 대선에 출마한 어느 후보의 재벌정책에 대해서는 과연 장 교수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부터 밝혔어야 하지 않을까?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장하성 2차 문제제기> 李후보 재벌정책 다시 묻는다(2002.11.10)**

이회창 후보의 재벌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필자의 글에 대해서 이 후보측은 "누가 정말 재벌대통령인가"라는 글로(조선일보 10월 23일자) 답하였다. 우리나라가 다시는 경제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 누가 재벌들의 불공정거래를 방치하고 이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서민과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재벌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이 후보측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하여 '김대중 대통령이다'고 답하였다. 국민들의 선택이 대선후보 중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이 후보의 자문자답은 현문우답이며 동문서답이 되어 버린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답글이 이 후보의 재벌편향성에 대한 더 큰 우려를 하게 만든 것이다.

이 후보는 출자총액제한, 증권집단소송, 상속·증여 과세의 포괄주의, 계열분리명령 등의 재벌정책은 무리하거나 낮은 수준의 것이어서 폐지하거나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재벌개혁은 원칙만 있으면 됐지 정책은 중요하지 않으며, '행동'으로 실천해서 보여줄 것이라고 하였다. 재벌정책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정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겠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렵다.

재벌들이 반대하는 재벌정책에 이 후보가 함께 반대한다고 해서 이 후보가 재벌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면서도, 재벌문제에 대해서만은 자신의 정책을 제시하지 않는 이 후보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는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누더기가 되었으니 필요없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이 제도를 누더기로 만드는 데에 일조한 것은 논외로 하자.

총수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계열사끼리 순환출자를 하여 가공자본을 만드는 폐해를 막을 이 후보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 후보는 공적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따져보지 않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사후관리보다 더 중요한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한 원인이 된 부실재벌의 책임을 묻고, 부실채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이 후보의 정책은 무엇인가? 또한 증권집단소송제를 반대만 하지 말고 주가조작과 분식회계로 인하여 피해를 보는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이며, 편법을 이용하여 자신들에게 헐값에 주식을 발행하는 대주주들의 횡포를 막을 정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이 후보는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에 대해서도 "기업이 은행에서 얼마나 대출을 받고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것이냐는 문제는 경영을 투명하게 해서 주주들이 찬성하거나 반대하면 될 일이다"는 상식 밖의 주장을 하였다. 주주가 대출과 투자에 직접 개입하여 찬성하고 반대하는 제도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위험한 발상이다. 현대상선이 4000억원을 어디에 썼는지를 다수당인 한나라당도 파헤치지 못했는데 힘없는 소액주주가 무슨 방법으로 반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구나 이 후보는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할 정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이회창 후보의 재벌편향성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기업은 경제발전의 주역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정의를 짓밟는 불공정행위이지 윤리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하는 진취적인 기업활동이 아니다. 따라서 이 후보의 재벌편향성이 재벌들의 불공정거래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면 현실인식을 달리하여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그러나 불공정행위마저도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자유방임적인 시장지상주의 신념에 기인한 것이라면, 당당하게 재벌을 옹호한다고 말하기 바란다. 자신의 대안적인 정책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재벌정책에 반대하는 재벌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회창 후보의 모호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이 후보가 스스로 제기한 "누가 정말 재벌대통령인가"에 대한 답이 이 후보 자신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張夏成/고려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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