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에이즈 혈액 유통' 사고 이후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5년 동안 "수혈로 인한 감염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 <시사기획 창>은 2일 수혈로 인해 C형간염이 의심되는 2명의 환자에 대한 인터뷰 등을 근거로 '수혈 감염 0건'의 허상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수술 후 C형간염 판정...적십자사 "헌혈자 2명 행방 몰라...수혈 감염 아니다" 답변
KBS가 수술 과정에서 받은 수혈로 C형간염이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로 만난 환자는 2명이다. 모두 고령의 환자들이었고, 수술 이전에는 C형간염이 없었다가 수술 후 감염이 확인된 환자들이며, 모두 수술 후 C형간염 감염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망했다.
이들 중 이경희(가명) 씨의 아버지는 수술한 병원에서 '수혈 감염'이 의심된다며 보건당국에 신고를 했고, 적십자사가 이에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KBS는 이 씨 아버지 수혈과 관련된 적십자사와 질병관리본부의 추적 조사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적십자사) 혈액원은 25명의 헌혈자의 기록을 조사했다. 그런데 25명 중 13명의 혈액이 제외된다. 이 수혈 후에도 또다시 수혈을 했는데, 검사에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헌혈자 12명의 건강보험 정보가 수집되고, 보관 중이던 혈액샘플을 검사한다. 12명 중 혈액 샘플에 바이러스가 없다고 나타난 10명이 조사에서 제외된다. 마지막 남은 2명은 직접 만나 채혈해서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2명은 어디 사는지 거주지 정보가 사라졌다. 조사 불능, 조사는 멈추고 수혈 감염이 아니거나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결론이 내려진다."
한참 동안이나 기다리고 몇 번의 독촉 끝에 받게 된 결과를 납득할 수 없는 이 씨가 따지자 혈액원은 법대로 하자며 문제가 있으면 소송을 하라는 식으로 대응을 했다고 한다. 앞서 2년 전 수혈로 인한 C형간염으로 어머니를 잃은 김영철(가명) 씨에게도 혈액원은 조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소송을 하라고 답변을 했다고 KBS는 보도했다.
C형간염 혈액, 프랑스 진단법으로는 '양성', 한국 진단법으로 '음성'
올해 2월까지 10년간 병원이 신고한 수혈 부작용 사례는 139건. 이들 중 B형간염이 26건, C형간염이 79건, HIV간염이 6건, 매독 6건, 말라리아 1건, 기타 21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중 수혈감염으로 판정된 사례는 1건도 없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주요 수혈감염 질환으로 보는 게 HIV, B형간염, C형간염 등이 있는데 이들은 현재 진단기술이 발달해서 2006년 이후엔 보고된 건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KBS는 두 가지를 근거로 적십자사의 이같은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첫째, 혈액의 안전성을 검사하기 위해 면역검사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적십자사는 노후된 면역진단시스템 교체를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KBS 취재진은 관련 서류를 검토한 결과, 현재 적십자에서 사용 중인 A사의 면역진단기계에 대한 성능 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A사가 '성능 미달'로 평가에서 부적합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KBS는 "A사의 진단기계는 성능 미달로 C형간염을 검사에서 잡지 못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둘째, KBS는 C형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혈액 샘플에 대한 프랑스 셀바연구소와 적십자사의 진단법의 차이를 지적했다. 프랑스 셀바연구소는 혈액 안전과 관련한 국제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연구소다. KBS는 "C형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3개의 샘플에 프랑스의 실험법과 한국의 실험법(적십자사의 실험법)을 적용한 결과, 프랑스의 실험법으로는 모두 양성(바이러스 있음)의 결과가 나온 반면, 한국의 실험법은 모두 음성(바이러스 없음)의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셀바연구소의 연구원은 "이 혈액을 수혈 받을 경우 간염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적십자사 혈액안전국장은 "현재 쓰고 있는 A사라는 회사 시약 말고는 쓸 수 있는 시약이 현재까지 전무했다. 이제까지는 성능평가에서 A사를 이긴 시약이 없었다"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또 "C형간염 바이러스 검사는 면역검사와 핵산증폭(NAT) 검사를 동시에 하고 있으며, 이들 중 1가지에서라도 양성이 나온 혈액은 폐기된다"며 안전성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는 "수혈로 감염이 됐는지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는 것은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혈액관리위원회의 수혈부작용 소위원회가 부작용 신고에 대해 판정을 내린다. 근거는 적십자와 질병관리본부가 내린 자료"라면서 "결국 적십자사는 자신들이 제출한 1차 자료를 바탕으로 판정으로 받게 되는 셈"이라고 근본적인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수혈로 인한 질병 감염 등을 포함한 혈액 관리 전반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스페인 등 국가가 혈액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사례 등을 소개하며 지금처럼 적십자사에 사실상 실무 전반을 위탁해온 혈액 관리 시스템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야 의원 18명의 동의를 받아 국가가 혈액사업을 총괄하는 국가혈액관리정책원의 설립을 골자로 하는 혈액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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