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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바뀌는 월가의 '최우수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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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바뀌는 월가의 '최우수 이코노미스트'

21명중 손성원씨만 올해도 '우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돼

영국의 로이터 통신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경제전문통신으로 자리잡은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매년 10월말에 지난 12개월 동안(전년 10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경제예측을 가장 잘한 이코노미스트를 분야별로 선정한다.

그러나 지난해 선정된 20여명의 베스트 이코노미스트들 가운데 단 한명만 올해의 이코노미스트로 다시 뽑힌 것으로 드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21명 가운데 손성원 한명만 올해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돼**

블룸버그가 30일(현지시간) 5대 주요경제지표에 대해 지난 1년간 가장 정확한 예측을 한 '올해의 베스트 이코노미스트'로 꼽은 이들은 국내총생산(GDP) 부문의 셰리 쿠퍼(BMO 네스비트 번스), 소비자물가(CPI) 부문의 에이브리 셴펠드(CIBC), 실업률 부문의 레이 스톤(스톤 앤드 매카시 리서치 어소시에이츠), 산업생산 부문의 닐 소스(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 소비지출 부문의 빌 샤프(J.P. 모건증권) 등이다. 산업생산과 소비지출 부문은 올해 추가된 항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들 5명을 포함해 21명의 우수분석가 명단을 발표하면서 2002년 최우수분석가 5인 중 두 사람은 캐나다 금융기관 소속이며, 미국경제에 관한 우수분석가로 선정된 21명 중 8명은 미국 거주자가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이는 미국 경제에 대해 외국 전문가들의 실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블룸버그는 이들 21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단 한 명만 올해에도 베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그는 웰즈파고 은행의 손성원 수석부행장”이라고 밝혔다.

손성원씨는 웰즈파고의 수석부행장으로 한국인으로는 미국 금융계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로 경제문제에 관한 한 세계주요언론의 최우선 인터뷰 대상이다. 그는 지난해 GDP 부문 최우수 예측가로 뽑혔으나 올해는 실업률 예측부문에서 4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뽑혔던 최우수 분석가 5인에 뽑혔던 나머지 이코노미스트는 물론 다른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은 한 사람도 올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손씨의 실력은 돋보인다는 것이 월가의 평가다.

경제지표 중 어떤 것은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더 어렵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예측은 분석가들이 매우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번에 선정된 분석가들 모두 90점을 넘었다. 반면에 국내총생산(GDP) 부문은 예측을 가장 잘했다는 쿠퍼조차 61.2점을 얻는 데 그쳤다. 최우수 분석가로 선정된 이코노미스트들이 순순히 인정하듯이 실력만으로 뽑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샤프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운이 크게 좌우하죠"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운 이외에도 ‘상황이 좋은 경제에 악재가 닥치기 마련’이라는 점을 잘 수용하는 탄력적 태도도 최우수 이코노미스트들로 선정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론'과 '실력론'의 대립**

경제전문가들은 블룸버그가 선정한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명단이 이처럼 들쑥날쑥한 원인에 대해 미국 경제가 그만큼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상황론'과, 새로운 경제상황에 맞는 분석틀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실력론'으로 나뉘고 있다.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해 가장 정확한 예측을 해온 이코노미스트들은 대체로 "숫자란 거짓말을 하지 않을지라도 전체를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교훈을 상기시키며 상황론에 기대려 한다.

그러나 올해 산업생산 부문 최고분석가로 뽑힌 닐 소스(CSF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력론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소스는 "어떤 경우에도 유효한 규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특정 산술공식 때문에 판단을 유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학적 계산을 능가하는 이코노미스트 특유의 동물적 판단력과 관찰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1980년대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의 특보로 일했던 소스는 “중앙은행에 근무하는 동안 필요하다면 전통적인 접근법을 수정하는 자세가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당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은 통화공급 조절로 대처했다. 그러나 금융제도가 탈규제화됨에 따라 중앙은행은 경제의 미세조정을 위해서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게 됐다. 통화공급 조절의 중요성은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상황이 변하면 경제 예측에 대한 판단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보다 뛰어나다"**

CPI 부문 최우수 분석가로 선정된 에이브리 셴펠드(CIBC 월드 마켓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상황을 탓하는 분석가는 비겁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예측 고수형'이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예측가로 불리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주요지표인 소비자 물가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했다.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면 연준금리가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있기에 소비자물가는 투자자들의 면밀한 관찰 대상이다. 물가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 셴펠드가 사용하는 수단은 아웃풋갭 모델이다. 경제성장이 저조할 때 물가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이다.

셴펠드는 2003년 1.4분기는 연율 1.4% 성장, 내년 1년간은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인플레이션은 올해 예상치 2.5%보다는 낮은 2.1%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유가는 내년 이맘때면 전쟁 프리미엄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초 셴펠드는 연준과 직접 거래하는 22개 은행소속 분석가로서는 유일하게 자신의 인플레이션 예상에 근거해 올해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분석가들은 9월경에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셴펠드는 기업최고경영자들과 만나서 들은 이야기들을 취합한다. "각 부문별 기업들로부터 들은 비관적 혹은 낙관적 전망들을 들어보면 그것이 한두달 뒤 실제 데이터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예측에 이러한 단서들을 모두 참조한다.

쿠퍼도 "GDP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세계현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테러리즘의 위협이나 기상악화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정해진 수치와 함께 이같은 요소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주장한다.

결국 경제예측이 이론적으로는 실력에 따른 것이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맞추는 ‘쪽집게’ 경제분석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베스트 이코노미스트들을 선정하는 블룸버그 통신사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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