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조3천억원의 자본금 위장 납입을 통해 1만여개의 회사를 설립해 기업사냥, 주가조작 등 각종 탈법적 머니게임을 벌여온 전대미문의 사기극이 적발됐다.
검찰은 30일 "명동 사채업자가 조직적으로 개입, 자본금 1조3천억원 상당을 가장 납입해 총 1만3백37개의 부실회사를 세워 횡령 및 주가조작 등을 벌인 국내 증시사상 최대 규모의 작전세력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신규 설립된 회사 수가 4만4천4백20개(서울 1만6천5백95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머니게임을 위해 세워진 일종의 유령회사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울지검 형사9부는 "주식을 담보로 작전세력에게 자금을 대준 반재봉씨 등 명동 사채업자 13명과 자금을 관리해주면서 가장납입을 도와준 우리은행 명동지점장 박득곤씨 등 은행 간부 3명 등 총 68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7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 적발된 가장납입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로 개별 기업의 가장납입을 수사해 기업주를 처벌하는 데 그친 종래의 수사와는 달리, 역으로 가장납입 자금을 제공한 사채업자들을 수사함으로써 구조적 비리를 적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요컨대 사채시장의 대명사인 명동사채업자들이 은행 및 법무사들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속칭 '깡통회사'를 양산함으로써 딱지어음사기, 입찰담합비리 등 회사를 이용한 각종 범죄를 조장하여 국가경제 질서를 교란시켜 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금융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사채업자-은행직원-기업체로 이어지는 3각고리의 실체를 드러냈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사채업자들은 회사를 설립하려는 사람이나 유상증자를 원하는 기업체 대표 및 대주주 등이 증자대금을 납입한 것처럼 은행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고금리를 받고 돈을 입금시켰다가 다시 인출하는 방식으로 이용호씨 등 `기업사냥꾼'들에게 주가조작 등을 위한 밑천을 제공해왔다. 때문에 이용호씨 등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자본금과 주식 수를 마음대로 늘려 투자를 끌어들이고 이를 토대로 주가조작이나 각종 사기행각을 벌일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로 명동 최대 사채업자인 반재봉씨는 이용호씨에게 레이디가구 유상증자를 위한 가장납입금 3백억원을, 대양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 김영준씨에게 코스닥기업 인수자금 84억원을 제공하고 휴먼이노텍 회장 이성용씨에게도 기업인수자금 50억원을 제공하는 등 기업사냥꾼의 자금원 노릇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현금동원력이 최고 5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반씨는 기업사냥꾼들이 부실기업 인수 등을 통해 확보한 주식을 담보로 `작전자금'도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70~80% 가량에 주금 가장납입 수법이 동원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실제 자본금이 전혀 없는 `깡통회사'가 양산돼 각종 범행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사채업자와 기업사냥꾼간의 이런 결탁은 은행측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은행 명동역지점의 경우 반씨를 전담하는 대리와 직원을 따로 두고 가장납입 `업무'를 맡겼으며, 코스닥기업 S사의 증자금 가압류를 위해 은행을 찾은 집행관을 1층에서 기다리도록 한 뒤 2층에서 돈을 빼돌리기까지 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가장납입 행위를 상법 위반으로 처벌해왔으나 그 폐해의 심각성을 감안해 일단 납입한 자본금을 다시 인출하는 행위에 횡령 혐의를, 가장납입을 통해 취득한 주식을 착복해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 배임 혐의를 처음 적용키로 했다.
검찰은 또 가장납입을 통해 설립된 것으로 확인된 1만여개 기업과 관련된 비리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이는 한편 향후 발생하는 증권범죄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을 적극 적용해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하고 범죄수익 은닉을 위한 자금세탁 행위도 엄벌할 방침이다.
다음은 검찰 수사 발표문 전문이다.
***<검찰 수사 발표문 전문>**
***1. 수사착수 배경**
국내 최대 사채시장인 명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채업자들이 2000년이후 본격적으로 활동한 이용호, 이성용 등 기업사냥꾼과 전문주가조작 세력의 배후에서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주가조작에 개입해 왔으며,
또한 이들이 은행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법인의 자본금을 가장납입해 줌으로써 속칭 "깡통회사"의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2. 피의자 및 피의사실**
가. 피의자 개요
총 68명 인지. 총 7명 구속, 54명 불구속, 7명 지명수배
ㅇ 명동지역을 무대로 한 사채업자 및 브로커 등 13명 : 반재봉(구속), 전계수(반재봉의 사위, 불구속) 반재봉은 명동지역 최대 사채업자로서 1일 300억 내지 5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타 사채업자들이 기피하는 거래소 및 코스닥기업의 유상증자의 가장 납입 및 작전등에 개입.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시 수표 및 현금 187억5천만원 상당이 발견되었음. 이번 수사로 위 반재봉이 이용호, 이성용, 최병호, 김영준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음을 확인
- 이근식(구속): 체이스벤쳐 투자를 운용하면서 최병호의 대리인으로써 주로 작전세력과 반재봉 사이에 자금을 중개.
- 모무부, 강문종(이상 구속), 박제화, 정두이, 김삼일, 김용숙, 한종문(이상 불구속), 김.., 이.., 유..(이상 기소중지): 명동지역을 무대로 한 가장납입 전문 사채업자
ㅇ 사채업자를 조직적으로 비호한 우리은행 관계자 3명: 박득곤(명동지점장 구속), 문근수(명동역지점장, 불구속), 김수영(명동지점 부지점장, 불구속)
ㅇ 거래소 및 코스닥기업대표이사 5명: 김태훈(코스닥기업 유니씨앤티 대표이사, 구속), 고영규(코스닥기업 세림아이텍 대표이사, 구속), 이성민(세림아이텍 대표이사, 불구속), 진병우(거래소기업 주식회사 레이디 대표이사, 기소중지), 이택용(거래소기업 지피에스 대표이사, 기소중지)
ㅇ 유명 시세조종 세력 관련자 5명: 이용호(레이디 대주주, 불구속), 이성용(유니씨앤티 대주주, 불구속), 이현명(세림아이텍 대주주, 불구속), 백.., 이..(세림아이텍 대주주, 각 기소중지)
* 최병호는 이미 이전 범죄로 이용호 등과 같이 구속되어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은 상태. 이현명은 도주중인 변인호의 처(1995년 미국에서 결혼, 5세인 딸 있음)
ㅇ 상습적인 가장납입 법무사 4명: 김광술, 최민자, 주병탁, 박춘제(각 불구속)
ㅇ 5억이상 가장납입 대표이사 38명: 주..(한양항공), 김..(미강산업개발) 등 각 불구속
나. 피의사실 요지
1) 반재봉, 전계수(반재봉 사위)
ㅇ 일반회사 설립 관련 가장납입(수수료 약 4억6천만원 이익): 2001.5.16~2002.8.30 경까지 우리은행 명동지점에서 법인설립 및 증자자금을 1억원당 평균 70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5120개 법인의 주금 6540억원 상당 가장납입. 통상 회사설립시에는 1억원당 1일 18만원 내외의 수수료를 받아 전문브로커 들에게 10만원 상당을 건네주고 나머지를 수수료로 챙기지만, 상장기업의 유상증자의 경우에는 1억원당 1일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받음으로써 일종의 위험부담조로 5배내지 7배의 수수료를 더 받았음(가장 납입의 경우, 입금한 후 익일 출금하므로 2일치로 산정)
ㅇ 거래소 및 코스닥기업에 4개에 대하여 924억원 가장납입하고 동액 상당을 횡령(수수료 약 6억원 상당수입)
- 이용호에게 거래소기업인 레이디 2001.6.27 유상증자금 300억원 가장납입 및 횡령(수수료 약 1억8천만원)
- 최병호에게 같은해 9.28 유상증자금 주금 200억원 가장납입 및 횡령)수수료 약 1억2천만원)
- 이택용 등에게 거래소기업인 지피에스 2002.1.14~4.15경까지 3차례 유상증자금 244억원 가장납입 및 횡령(수수료 약1억5천만원)
- 이성용 등에게 코스닥등록기업인 유니씨앤티 2002.6.12 유상증자금 50억원 가장납입 및 횡령(수수료 약 2천만원)
-코스닥등록기업인 세림아이텍 2001. 12.20 유상증자금 70억원 2002. 7.12 유상증자금 60억원 등 합계 130억원 가장납입 및 횡령(수수료 약 1억3천만원)
ㅇ 시세조종 가담: 델타정보통신 시세조종에서 정래신 등 주포들이 작전을 할 수 있도록 140만주를 주식담보 및 조수도담보조로 잡고 73억원의 자금제공, 이후 통정매매로 담보로 잡은 뒤 140만주 매도(수수료 1억2천만원 수입)
조수도담보란 주식매도시 정상적으로는 3일뒤에 결재되나 반재봉 등은 매도직후 자금을 지급하여 작전세력 등이 자금의 재활용 등에 사용하도록 도와주고 그 기간만큼 별도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서 델타정보통신 사건에도 47억원 정도의 자금을 조수도담보로 지급. 델타정보 통신시 금요일에 매도하여 화요일에 결제되어야 함에도 금요일에 자기앞수표로 지급하여 정래신이 동양증권 투자상담사인 안대영에게 30억원을 먼저 지급하여 해외도피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함
ㅇ 작전세력에 자금제공(수수료 22억5천만원 수입) : 이택용으로부터 각 6회에 걸쳐 지피에스 주식 73만주 및 광덕물산 주식 5만주를 답보로 잡고 63억원(수수료 약 9억원), 이성용으로부터 하이퍼정보통신의 주식 121만주를 답보로 잡고 31억원(수수료 약 4억5천만원), 김영준으로부터 이티아이 주식 300만주 및 대양상호신용금고 95만주를 담보로 잡고 84억원의 자금제공(수수료 약 9억원)
ㅇ 가압류 무력화
2002. 7.12 08:18경 우리은행 명동지점에서 세림아이텍의 채권자인 와이즈기술금융이 채권 19억5000만원을 보전하기 위하여 전날 가장납입된 증자금 60억원에 대한 가압류 집행을 하고자 하였으나 집행관을 1층에 대기시킨 후 그 사이에 주금납입 담당 대리가 08:17경부터 3분에 걸쳐 세림아이텍 법인통장을 만들고 이어 별단예금 계좌에서 60억원을 위 통장으로 인출한 후 다시 반재봉의 계좌에 입금하여 가압류 집행업무를 방해함
2) 박득곤(우리은행 명동지점장), 김수영(명동지점 부지점장)
ㅇ 가장납입 및 횡령에 적극 가담 : 반재봉관련 업무만을 담당하는 대리 1명 등 2명의 직원을 두고 사채업자들이 총 6011개, 업체 7427억원 상당을 가장납입하도록 응하는 한편, 주금납입계좌에 자금을 입금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금납입증명을 발행하여 주고 영업시간 이후인 20:00경에 계좌이체를 하여 제3자 채권자가 자금을 압류하지 못하게 보호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자금을 관리하여 주고, 상장기업 4개의 유상증자금 924억원의 횡령에 공모
ㅇ 가압류 집행방해 등 공권력 무력화 주도 : 상장기업의 가장납입시 공시를 통하여 유상증자사실을 알게된 제3채권자들이 가장납입된 주금을 압류할 것에 대비, 사채업자의 자금을 보호. 세림아이텍의 경우 08:18경 가압류를 위한 집행관이 은행 1층에 있음에도 2층에서 60억원을 인출해 20억원 상당의 가압류를 불가능하게 하였음. 이 과정에서 담당대리가 일시 당황하여 08:20경 계좌에서 인출한 60억원을 공중에 띄워놓은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가 20분이 지난 08:40경에야 반재봉의 계좌에 넣는 등 해프닝
3) 문근수(우리은행 명동역지점장)
ㅇ 전담대리 1명을 두고 오무부 등 명동역지점을 무대로 한 사채업자들의 가장납입을 하는 경우 주금납입계좌에 입금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금납입증명을 발행하여 주는 등 온갖 편법을 써서 사채업자들의 상습적인 가장 납입업무와 자금을 비호하였음
4) 이용호, 이성용, 이택용, 최병호, 김태훈(유니씨앤티 대표이사) 진병우(레이디 대표이사)
ㅇ 이용호: 레이디 1차 유상증자시 300억 가장납입 및 특경(횡령, 배임)
ㅇ 최병호, 진병우: 레이디 2차 유상증자시 200억 가장납입 및 특경
ㅇ 이성용, 김태훈: 유니씨앤티 유상증자시 50억원 가장납입 및 특경
ㅇ 이택용: 지피에스 유상증자시 244억원 가장 납입 및 특경
*반재봉의 자금을 수사한 결과 동인의 자금이 종래 검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가면서 은닉되어 왔던 위 작전세력들의 자금원임이 밝혀졌음. 최병호는 레이디관련 유상증자로 징역 1년을 이미 선고받은 상태. 김영준의 경우에도 코스닥등록기업 이티아이의 인수자금 180억원 중 84억원을 사채업자 반재봉에게 이티아이의 주식 300만주와 대양상호신용금고 주식 95만주를 담보로 제공하여 자금을 지원받았음이 밝혀졌음
5) 이근식(체이스벤처 대표이사, 자금중개 및 담보대출 알선업)
이근식은 레이디의 가장납입과 관련된 최병호의 대리인인바, 레이디 2차 유상증자금 200억원, 지피에스 증자금 244억원, 유이씨앤티 증자금 50억원을 반재봉이 가장납입하도록 중개하고 델타정보통신에서 발생한 시세조종에도 주식담보 및 조수도담보자금 73억원을 반재봉에게 제공하도록 중개
6) 고영규, 이성민(각 세림아이텍 대표이사), 백.., 이.., 이현명(각 세림아이텍 대주주)
세림아이텍의 유상증자금 130억원을 반재봉으로부터 1억원당 평균 50만원의 수수료를 주고 대납받아 가장납입한 후 이를 횡령하고 주주평등권을 침해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가하여 배임. 고영규는 법인자금 8억5천만원을 별도록 횡령.
7)오무부, 강문종, 박제화, 정두이, 김삼일, 김용숙(각 사채업자): 2002.1.1~8.30경까지 우리은행 명동역지점에서 1억원당 80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4030개 법인에 주금 5351억원 상당 가장납입.
8) 한종문, 김.., 이.., 유..(각 사채업자): 2001.5.16~2002.8.30경까지 우리은행 명동지점에서 1억원당 80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901개 법인에 주금 940억원 상당 가장납입.
9) 김광술, 최민자, 주병덕, 박춘재(각 법무사) : 회사를 설립하거나 증자하려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납입 중개를 사채업자들에게 소개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김광술은 13회에 17억5000만원, 최민자는 41회에 50억9100만원, 주병득은 28회에 40억5000만원, 박춘재는 1회에 19억원 등 총 83회에 주금 109억9208만원 상당 가장 납입
10)주..(한양항공 대표이사), 김..(미강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38명 : 주..은 법무사로부터 사채업자 김..에 1억원당 2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증자금 10억원 가장납입. 김..은 법무사로부터 사채업자 유..에게 1억원당 1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증자금 11억5000만원 가장납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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