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지역에 25억 원짜리 건물을 구입해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논란이 벌어진 지 하루 만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른다"며 "건승하십시오. 멀리서도 여러분의 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대변인은 논란이 된 '부동산 구입'에 대해서는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다"며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고, 이 또한 다 제 탓"이라며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란다. 시세 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 농담이었다.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간다"고 덧붙였다.
2018년 2월 취임한 김 대변인은 지난 1여년간의 소회도 풀어놓았다. 김 대변인은 출입 기자들에게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지만,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니다"라며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고,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르다"며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란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시길 부탁드린다.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있어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다. 여러분은 젊지 않나. 내일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이라고 했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8일 공개한 2019년 정기 재산 신고 현황을 보면, 김 대변인은 '흑석 뉴타운 9구역'에 25억7000만 원짜리 건물을 샀다. 은행 대출 10억 원과 개인적으로 빌린 돈 1억 원을 포함해 샀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아파트와 상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로 건물을 샀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이 지난해 7월 건물을 산 지역인 동작구 흑석동은 8.28 부동산 대책 당시 투기 과열 지구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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