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이른바 '김학의 성폭행 사건'의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2013년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알리며 "이 분을 차관으로 임명하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건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장관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사건을 무마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임명 당시) 검증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들었다"며 무관함을 주장해 왔다. 황 대표의 입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박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날 인사청문회는 순식간에 진실공방 장으로 변했다.
발단은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의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자가 2013년 법사위원장 재직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임명 과정에서 검증이 소홀했던 것 아니냐"고 질의했고, 박 후보자는 "당시 김학의 차관이 임명되기 며칠 전 국회를 찾아온 황교안 법무장관에게 따로 뵙자고 해 (임명을 만류할 것을) 말씀드린 적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 대표를 법사위원장실에서 만나며 "제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하기 때문에 이분이 차관으로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제가 야당 법사위원장이지만,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간곡하게 건의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법사위원장으로서 다른 사람보다는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좀 소상히 알고 있다"면서 "오늘은 청문회 자리이므로 다음번에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줄였다.
그러나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교안 전 장관이 해당 CD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듯한 느낌이었느냐"고 거듭 질의했고, 박 후보자는 "(황 대표도) 인지하고 계셨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그 CD를 법사위에서 좀 봤더니 여성이 보기엔 부적절한 CD여서 처음에 좀 보다가 말았다"며 "그것을 많이 본 분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3년 3월, 당시 김학의 차관 임명 때에 저는 경찰 고위관계자로부터 CD동영상, 사진, 녹음파일을 받아서 이를 박영선 의원과 공유했다"며 김학의 성폭행 영상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박지원 의원은 "박영선 의원이 이 자료를 황교안 당시 법무장관에게 이야기했는지 여부는 저는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황 대표를 만난 장소의 탁자 위치와 황 대표가 앉은 자리의 위치 등을 그림으로 설명하며 "법사위원장실에 탁자가 길게 있었고, 황교안 장관이 여기 앉고 제가 여기 앉았다"고 묘사하기까지 했다. 그는 "당시 (김학의 차관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황 장관이 알아들을 만큼 이야기했다"면서도 "(당시 정확한) 일정은 확인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 장관이고 법사위원장으로 여러 이야기를 했으나, 언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청와대) 검증팀의 검증 결과를 쭉 보니 문제가 없었다. 그 이후 (김 전 차관이) 임명이 됐고, 그 직후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지금은 박영선 청문회 쟁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되는 개입을 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당 소속 산자위 의원들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박영선 후보자는 더 이상 인사청문회를 농락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며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문회와 연관 없는 과거 정권 끄집어내서 청문회 본래 취지를 물타기나 하고 있다"며 "내로남불, 위선자의 대명사가 된 박영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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