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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은 가장 규모가 큰 지열발전 유발지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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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은 가장 규모가 큰 지열발전 유발지진이었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포항 지진, 신호 무시해서 생긴 '인재'

포항 지진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지진 가운데 현재까지는 가장 큰 피해를 낸 지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총 2만7317건의 피해를 냈고, 피해액은 정부 공식 집계로만 551억 원에 이른다. 이 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인공지진임이 확정적으로 밝혀졌다. 포항 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유체(물)를 주입해 일어난 촉발(유발) 지진이라는 결론을 정부조사연구단이 내리고 지난 20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지진 발생 1년 4개월여 만이다.

2017년 11월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건물이 다수 무너지고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포항 주민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놀랐다. 그날 저녁 필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지진 현장인 포항에 있었다. 그는 놀라운 이야기를 말해주었다. 포항 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소 시추에 의한 유발 지진(induced seismicity)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포항 지진의 유발지진 가능성 가장 먼저 제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안전사회'를 연재하고 있던 필자는 즉각 칼럼을 썼다. 그날 저녁 바로 송고했다. 다음날인 16일 아침 일찍(오전 8시 44분) 그 칼럼이 실렸다. <프레시안>이 언론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포항 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있음을 "김광희 교수, '진앙지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에 생긴 유발 지진' 가능성 제기"란 부제목으로 국민에게 다음과 같이 알릴 수 있었다.

"이번 지진의 원인을 놓고 지진전문가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는 진앙지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지열발전소를 세우면서 지하 깊숙이 박은 시추공이 활성단층을 건드린 것일 수 있다는 가설을 조심스레 내놓아 눈길을 끈다. 진앙지는 활성단층인 양산단층 북쪽 끝에서 약간 벗어난 곳으로 장사단층 선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는 이를 별도의 단층으로 보기도 하지만 어떤 학자는 장사단층을 양산단층의 곁가지로서 넓은 의미에서는 양산단층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만약 이번 지진이 지하 개발에 따른 유발지진임이 드러난다면 앞으로 국내에서도 무분별한 지하 심층 개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본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유발지진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지진 다발 지역은 캘리포니아이다. 한데 최근 몇 년간 오클라호마 지역에서 많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지하 깊숙이 시추를 했기 때문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 깊숙이 시추공을 1000개씩 박다보면 이 가운데 한두 개가 단층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포항 지진이 나자 15일 오후 곧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기상청 화산지진센터 전문가들과 함께 지진 원인 분석을 벌이고 있다."

부산대 김광희 교수 등 지난해 <사이언스>에 포항 유발지진 논문


김 교수는 고려대 이진한 교수 등과 함께 포항 지진 연구를 더 깊이 해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논문을 기고했다. 이 논문은 '한국의 2017년 규모 5.4 포항 지진이 유발된 사건인지 여부 평가'란 제목으로 2018년 4월26일자에 실렸다. 이 학술지에는 같은 날짜에 '2017년 11 월 규모 5.5 포항 지진 : 한국에서 유발 지진 가능 사례'란 제목으로 Grigoli, F 등 저명한 외국 지진전문가들이 기고한 논문도 함께 실렸다. 사실상 포항 지진은 유도지진임이 학술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김 교수 등과 외국 전문가들은 이 논문에서 "2017 년 11 월 한국을 강타한 규모 5.5(5.4)의 지진은 지난 세기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였고 가장 많은 피해를 낸 사건이었다. 지난 2 년 동안 고압 유압 분사가 이루어진 심부 지열발전 시스템 장소와 진앙이 근접한 것은 이 지진이 인위적일 가능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본진과 가장 큰 여진을 특성화하고 그 원인 인자를 밝히기 위해 지진 및 측지학적 분석을 결합해 분석한 결과 지진의 발생은 산업 활동, 즉 지열발전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지열발전 전에는 정적 상태였던 응력이 발전 시험 가동 후 근처의 약한 부위로 더 크게 옮겨가 잠재적으로 이 지역의 지진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편 김 교수는 정부조사연구단 발표 다음날인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포항 지진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며 이번 지진은 땅속에 틈을 만들고 물을 넣는 지열발전 과정에서 이상 현상들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해 일어난 인재임을 강조했다.

그는 "물을 집어넣어서 수압 파쇄를 하는 과정이 5번 정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물을 집어넣자마자 예상보다 큰 지진이 발생했다"며 "4~5m까지 큰 파열이 일어났을 때 지열발전을 멈추고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포항 지진 발생 후 조사한 결과 진앙과 지열발전소 거리가 600m 정도였으며 지열발전소가 땅에 물을 주입하기 시작한 2016년 1월부터 지진 당시까지 발생한 150여 차례 자그마한 규모의 미소 지진이 포항 지진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주의만 하면 지열발전이 모두 위험한 것은 아냐

지열발전은 땅을 깊게 파서 관에 물을 부은 후 지열로 물을 데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지열발전을 하려면 생산정과 주입정을 뚫고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포항지열발전소의 경우 그 과정에서 지반의 약한 부분(단층)을 건드려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할 정도로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 과정에서 일어난 유발지진으로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지열발전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빨간불이 켜졌다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러한 지적은 과도한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지금 당장은 큰 충격 때문에 지열발전을 새로 시도하기가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냉각기를 거친 뒤 포항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열발전 가능지역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쳐 언젠가는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땅속 200미터 안팎을 시추하는 일반 가정 지열난방은 지하 4~5km 지점까지 시추한 뒤 물을 주입하여 인공적으로 대규모 저류조를 만들고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뜨거운 물을 뽑아내 터빈을 돌리는 심부지열발전(Enhanced geothermal system) 방식과는 다른 것이어서 전혀 위축될 필요가 없다.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항지열발전소는 2010년 12월 이명박 정부 당시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

유발지진, 외국에서 다양하게 발생, 우리는 이를 무시

유발 지진은 이미 외국에서 다양한 사례에서 발생되어 왔다. 지금까지 발생한 대부분의 유발 지진은 낮은 강도였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의 간헐천 지열 발전소에서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평균 2회의 규모 4와 15회의 규모 3 정도의 제법 큰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2015년에 발표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유발 지진 연구 결과를 보면 1952년 규모 5.7 엘 르노 지진과 같은 오클라호마 주의 지진 대부분이 폐수와 쓰레기를 땅 속 깊이 처분하면서 유발됐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발지진은 또 대규모 지하수 개발과 화석연료 추출, 기후 변화 완화 수단으로서 탄소 포획과 저장을 위한 이산화탄소 땅 속 주입, 폐기물 지하 처분, 탄광 개발, 지하 핵실험, 인공 호수 개발 또는 개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 최근 미국 중부 및 동부 여러 지역에서 특히 2010 년 이후 현저하게 유발 지진이 증가했는데 과학적 연구 결과 그 대부분은 지하 깊숙한 곳에 만든 처분 우물에 폐수를 주입한 것과 연관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심부지열발전(EGS)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 유발지진을 규모 순으로 보면 미국 더 가이저 지역(The Geysers)에서 발생한 4.6 규모 지진에 이어 호주 쿠퍼 분지(Cooper Basin)의 3.7, 스위스 바젤의 3.4, 영국 로즈마노스(Rosemanowes) 채석장에서 일어난 3.1, 프랑스 솔트수포레(Soultz-sous-Forêts)의 2.9 등을 꼽을 수 있다. 바젤 지열발전은 유발지진 발생으로 인해 2009년 12월에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다. 포항 지진은 가장 규모가 큰 지열발전 유발지진이란 불명예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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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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