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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담배소송 이어 석면소송으로 초비상

60여만건 소송제기중, 해당기업과 보험사 도산 위기

지난 7월1일부터 국내에서도 발효된 제조물책임법(PL)이 기업들에게 얼마나 가공할 만한 의미를 지녔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에서 진행중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담배 소송 이래 최대의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의 대상은 석면이다. 석면과 관련된 모든 기업들은 이 소송에서 자유롭지 못해, 한 건이라도 석면 소송이 피해자의 승리로 돌아갈 경우 천문학적인 배상금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지경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석면소송으로 60여개 미기업 파산 직면**

실제로 지난 2000년 이후 석면소송에 걸린 60여개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석면회사인 미국의 맨빌사는 82년 1천3백억달러의 보상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해 PL법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지금도 2백50여개의 미국 기업들이 석면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8천명의 피해자로부터 잇따른 소송에 걸려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소송에 걸린 기업들 중에는 9월23일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재판이 시작된 엑손 모빌, 다우 케미컬, 웨스팅하우스, 유니언 카바이드 등 미국 굴지의 다국적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당초 제소됐던 기업 가운데 포드, 제너럴모터스, 다임러크라이슬러, 제너럴일렉트릭, 3M, 듀폰, 바이에르, 셸 및 하니웰 등은 법정 밖에서 보상문제를 완전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60만 건의 석면소송이 한꺼번에 제기되었으며 이는 1966년 텍사스 보먼트에서 최초로 제기된 이후 35년간 제기된 석면소송 총건수와 맞먹는다.

이 때문에 미국의 사법체계가 마비될 지경이다. 미국 상원법사위원회가 25일(현지시간) 개최한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관련회사, 보험사 등은 현 상황이 '국가의 위기'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석면에 노출만 돼도 곧바로 소송**

30여년전의 석면소송과 요즘의 소송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전에는 석면증이 진행된 환자들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싱크 탱크 '시민정의 랜드 연구소(RICJ)'에 따르면 최근 제기된 소송 중 3분의 2는 석면증이 진행되지 않은 단순 석면 노출자들이 원고로 나서고 있다. 때문에 석면소송을 제기할 원고의 숫자는 1백10만명에서 2백50만명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야말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석면 제조업체들 대부분은 이미 파산했고 요즘 소송에 걸린 기업들은 석면을 운송하거나 극소량의 석면이 포함된 제품을 만드는 '석면 관련업체'들이다.

석면증은 폐세포를 망가뜨리고 심하면 악성폐암을 유발한다. 그러나 소송의 원고들은 석면에 노출된 흔적은 있으나 아직은 멀쩡한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소송을 당한 기업들은 "석면에 노출된 흔적이 있다고 다 보상 받으면 진짜 석면증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적어진다"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다.

"국가를 생각해 석면증 환자만 변호하고 있다"는 스티븐 카잔이라는 변호사는 "석면증에 걸릴까 두려움이 큰 사람들을 대상으로 배상금을 받아주겠다며 변호사들이 소송을 부추기고 있다"고 변호사들의 행태를 개탄했다.

***보험사들도 초비상**

기업들뿐 아니라 보험회사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2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석면피해 배상금 중 3분의 1을 보험사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의 계열사인 파이어먼 펀드의 경우 최근 7억5천만 달러를 석면배상예비금으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 해서웨이도 지난해말 63억 달러의 석면배상예비금에 다시 30%를 추가시켰다. CNA 파이낸셜도 12억 달러에 달하는 석면배상예비금을 두 배로 늘렸다. 일부 보험사들은 지긋지긋한 소송을 하루빨리 끝내기 위해 보상금 요구액이 높아도 웬만하면 서둘러 합의를 보려고 하고 있다. 세인트 폴 보험사는 지난 6월 웨스턴 석면사에게만 10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불했다.

동시에 보험사들은 석면소송의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연합소송을 금지시키기 위한 입법로비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면에 의한 피해의 증거로는 주로 X레이 사진이 제시되는데, 이 사진에 나타나는 어두운 부문은 흡연이나 대기오염도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사실 판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에베레스트 재보험사 관계자는 "X레이 판정은 매우 주관적"이라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배상금의 60%는 변호사들 차지**

그러나 대목을 놓치기 싫은 전미법정변호사협회(ATLA)의 반대 로비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의 최대 정치헌금 기부자인 이 단체는 막강한 로비력으로 보험사들의 로비를 번번히 좌절시켜왔다.

프레드 배런 전 ATLA 회장은 "일단 석면에 노출된 적이 있는 사람의 경우 몸 상태가 아직 심각하지 않더라도 통상 암으로 발전하려면 20∼30년이 걸리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석면소송으로 얻어지는 배상금 중 60%는 소송비용으로 소모된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비생산적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연방기금으로 석면증 환자만 보상하는 법을 만들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야 하고 또 하나의 관료조직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의심된다. 납세자들이 보험사나 기업들을 구제하는 데 세금이 쓰이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석면소송의 문제를 다루면서 "지난 20년간 가만히 있던 미국 의원들이 청문회를 연다고 뾰죽한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꼬집었다.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70년대까지 각종 건설공사에 방화재나 단열재로 광범위하게 쓰였으나 이후 금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 철골조 건물 등에 시멘트와 함께 섞어 단열용으로 쓰인 스프레이용 액상 석면 등 일부 석면 제품은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건물의 지붕으로 사용되는 슬레이트와 자동차의 브레이크 라이닝, 개스킷에 쓰이는 백석면은 배합비율 한도를 정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는 석고보드 등에는 석면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서울시내 지하철에서 석면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에 따르면 폐질환이나 암을 유발할 정도의 석면증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오랜 기간 노출돼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석면증에 걸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 한 환경단체에서 석면 피해 소송을 검토했지만 피해 사례가 많지 않아 그만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제조물 책임법이 발효돼 머잖아 미국처럼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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