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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50년간 누구도 이런 식으론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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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50년간 누구도 이런 식으론 안했다"

고어와 카터, 부시의 이라크전 돌진에 일제히 포문

대 테러리즘 전쟁에 관해서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지지해온 앨 고어 전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 최초로 부시를 격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고어는 "미국이 '경솔하게'(precipitous) 이라크를 공격했다가는 동맹국들로부터 스스로 고립을 초래하고 대 테러 전쟁에도 차질을 빚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미 카터 전 미대통령도 이날 버지니아대학교에서 행한 강연에서 "유엔의 지지가 없는 군사적 행동은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라며 부시를 비판했다. 카터는 "부시는 과거 50여년간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미국 대통령이 존중해 왔던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고어 역시 "부시 대통령이 법이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공동목표를 외면했다"면서 "부시는 법 따위는 없고 미국 대통령의 판단만 있을 뿐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기 대선에서 부시와 재대결을 펼칠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유력시되는 고어가 이라크 사태에 관해 공식적인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처럼 하면 법치가 사라지고 공포만이 지배하게 될 것"**

고어는 "어떤 나라이든지 이런(부시와 같은) 식으로 행동한다면 법치는 사라지고 공포만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면서 "위협에 노출된 나라라면 전쟁을 치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어는 또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수천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할뿐 아니라 이라크를 극도로 불안정하게 만들고 9.11테러사태 이후 미국이 추구했던 국제공조체제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원 예산위원회 소속 민주당의원들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이라크 전쟁에 소요되는 비용은 최소한 6백억달러, 최대 2천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로렌스 린지 경제담당보좌관도 지난주 대이라크 전쟁 비용이 1천억~2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인정했다. 이같이 막대한 전비를 치를 경우 부시를 지지하는 일부 군수산업체들은 배를 불릴 수 있겠으나, 만성적 재정적자에 신음하는 미국경제는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게 고어의 비판이다.

고어는 "이라크가 위험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사담 후세인에 대한 국제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대 테러리즘 전쟁 승리라는 최우선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언론, "부시의 이라크전은 11월 중간선거용"**

그동안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이라크전쟁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를 11월5일 중간선거에서 상원 과반수를 노리고 있는 공화당의 정치적 행위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공식적인 비판을 삼가해 왔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경제불안과 사회보장제도 같은 국내 현안들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신문을 장식했으나 9·11테러 1주년을 계기로 이라크전쟁이 모든 현안들을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이상 부시의 전쟁몰이를 방치했다간 11월 중간선거 결과는 물론, 미국경제의 앞날이 없다는 위기감에 따라 고어와 카터 등 민주당의 간판급 정치인들이 부시를 정면공박하고 나서기에 이르른 것이다.

미국 언론들도 이라크 전쟁의 '정치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리퍼블릭 최신호(9월23일자)도 "안보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서 이라크전을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가짜 전쟁을 선포한 할리우드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과 같은 여론조작 상황이 실제 재연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 제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위협이 된다면 왜 6개월 전에는 가만히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정치참모 크리스 르헤인도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미국의 선거일정에 맞춰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앤드루 카드 백악관비서실장까지도 "우리는 지난 여름 이라크 이슈를 (부각시킬 수 있었으나) 참았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8월에는 신상품을 내놓지 않는 법"이라고 정치적 속내를 드러냈다고 WP는 전했다.

***"역대대통령중 재임기간중 불황 초래한 인물은 재선에 성공 못했다"**

부시 대통령이 "전쟁수행에 관한 전권을 달라"며 의회의 승인을 요청한 가운데 고어의 비난 연설이 나오자 백악관도 고어의 연설을 정치적 행위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백악관이 고어의 연설에 대해 보인 반응은 "웬 뒷북치기냐"는 냉소적인 것이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료는 "고어는 민주당 내에서도 주류에서 벗어난 인물"이라고 일축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미국민을 단합시켰으며 국민들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에 내분이 일고 있을지라도 대통령은 국민통합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화당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짐 다이크 공화당 의원은 "고어의 연설은 대통령 후보의 연설이 아니라 돈만 쫓는 정상배에 어울리는 연설이며 리더십이 뭔지 모르는 사람의 발언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부시 정부의 반격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오피니언 리더, 그 중에서도 특히 이라크전 위기로 연일 주가가 폭락하면서 큰 손실을 입고 있는 재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점차 반(反)부시 분위기가 팽배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역대대통령 가운데 재임기간중 경기침체를 초래한 인물치고 재선에 성공한 인물은 없다"며 부시의 정책이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경우 부시의 재선 승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냉담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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