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주4.3에 대해 사과하고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유엔(UN)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종민 전 국무총리실 소속 4.3위원회 전문위원은 19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 초청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전문위원은 이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제주4.3 문제의 현황과 과제’ 발표를 통해 4.3의 배경과 재발방지 노력, 냉전시대 미국의 책임 등을 언급했다.
정부의 제주4·3 진상보고서에 따르면 4·3은 1947년 3·1절 제주 기념대회 경찰 발포사건을 시작으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무장봉기를 거쳐 1954년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될 때까지 이어졌다.
미군정은 1947년 발포사건을 계기로 강경 진압에 나섰다. 1948년 5월10일 제주 3개 선거구 중 2개 선거구에서 투표가 무산되자 미 구축함을 급파하는 등 사회적 긴장을 높였다.
중산간 주민들을 공산주의자로 내몰아 민간인 대량 학술도 서슴지 않았다. 1950년 6.25전쟁이 벌어지자 이른바 ‘예비검속’으로 1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 전 전문위원은 제주를 지중해의 지브롤터(Gibraltar)라고 언급하며 유사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평회의 섬 실현을 위한 유엔의 노력을 당부했다.
에스파냐의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위치한 지브롤터는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기원 이후까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민족의 쟁탈전이 벌어진 전략지다.
김 전 전문위원은 "제주는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요충지"라며 "1946년 10월 AP통신 기자는 제주를 향후 서부 태평양 지구의 지브롤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3때 벌어진 잔혹한 학살극은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를 분할 점령해 각축을 벌인 분단과 냉전의 산물"이라며 "UN은 미국이 사과하고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4.3의 진상을 규명해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우리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도 요구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4.3군법회의를 무효화하고 국가 배상을 위한 입법절차도 주문했다.
김 전 전문위원은 "4.3은 진상보고서 발간과 대통령의 사과로 결실을 맺었지만 정의 회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4.3군법회의 자체를 무효화하는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3피해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피해 보상도 필요하다"며 "금전적 보상과 별도로 가늠하기 조차 힘든 정신적 피해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파비앙 살비올리(Fabian Salvioli) UN 특별보고관은 이날 심포지엄 기조강연을 통해 "제주 4·3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협력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피해자를 위한 배상과 재발방지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민주주의도 존재할 수 없다"며 "법치주의의 초석 역시 인권의 보호와 증진"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전체댓글 0